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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당 (구병모 소설)
빨간구두당 (구병모 소설)
저자 : 구병모
출판사 : 창비
출판년 : 2015
ISBN : 9788936456696

책소개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 구병모의 새롭고 감각적인 이야기!

《위저드 베이커리》의 저자 구병모가 들려주는 들려주는 나쁜 동화 「창비청소년문학」 제69권 『빨간구두당』. 안데르센 동화와 그림 형제 민담 등을 다층적으로 엮고 다채롭게 변주한 여덟 편의 소설을 담은 단편집이다. 동화의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축하며 ‘구병모식’ 판타지의 재림을 알리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전래동화가 권선징악적 교훈을, 오늘날의 청소년문학이 희망과 긍정을 노래한다면, 구병모의 소설은 뾰족한 문제의식으로 차디찬 현실을 응시한다. 세상은 완전한가, 선악은 완벽히 나뉘는가 등의 사유가 촘촘히 담겨 있는 이 단편집에서 저자는 옛이야기의 화소들을 버무려 인간의 상처와 근원적 외로움에 다가서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 변주를 통해 세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보여준다.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경직된 도시에 어느 날 ‘빨간 구두’를 신은 처녀가 나타나고, 색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눈에 사물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 정부는 처녀를 화형하지만 발목이 잘린 빨간 구두만은 불에 타지도 않고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그 구두를 쫓으며 자신들을 ‘빨간구두당’이라 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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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작가가 들려주는 ‘나쁜 동화’
당신의 마음을 홀릴 새롭고 감각적인 이야기


『위저드 베이커리』의 작가 구병모가 한층 새롭고 감각적인 이야기 『빨간구두당』(창비청소년문학 69)으로 돌아왔다. 구병모 작가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구성, 치밀한 문체, ‘장르소설적’ 문법 구사로 청소년과 2~30대 독자 모두에게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올 2015년에는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과 황순원 신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작가의 새 책 『빨간구두당』은 안데르센 동화와 그림 형제 민담 등을 다층적으로 엮고 다채롭게 변주한 여덟 편의 소설을 모은 단편집으로, 동화의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축하며 ‘구병모식’ 판타지의 재림을 알린다. 세상은 완전한가, 선악은 완벽히 나뉘는가 등의 사유가 촘촘히 담겨 있어 기존 질서에 불응하고 다른 세계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정서와 호응할 만하다. 마음을 홀리는 비극적 마력이 빛나는 작품들이 독자들을 더욱 깊고 넓은 이야기의 심연으로 이끌 것이다.

‘나쁜 동화’의 마력
어둡고 위험한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어린 시절의 전래동화가 권선징악적 교훈을, 오늘날의 청소년문학이 희망과 긍정을 노래한다면, 구병모의 소설은 뾰족한 문제의식으로 차디찬 현실을 응시한다. 대표적으로 표제작 「빨간구두당」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모티프로 쓰였지만 전혀 다른 서사를 구축한다. 작품의 기저에 동화의 화소가 자리할 뿐, 이야기를 추동하는 것은 ‘색채가 사라진 도시에 나타난 빨간 구두와 그를 지켜본 시민들’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이다. 안데르센 동화에서 빨간 구두가 허영과 자만을 상징했다면 이 소설에서는 전체주의 사회에 나타난 변화의 징조로 상징되어, 폭넓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화갑소녀전」 또한 냉혹한 현실의 밑바닥을 비춘다. 「성냥팔이 소녀」에서 안데르센은 누구의 도움도 얻지 못한 소녀가 주검으로 발견된 사회의 참상을 천국에서 할머니와 만나는 아름다운 결말로 덮어 버린다. 「화갑소녀전」에서 소녀가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인 뒤 마주하는 풍경은 그와 달리 살벌하고 비극적이다. 이 비극은 누구의 책임일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을까? 작가 구병모는 단순하고 함축적인 동화의 스토리텔링에서 지워지고 감춰져 있던 부분을 꺼내 예리한 감각으로 재배치하며, 우리의 기억에 내재된 고전적 문법을 전복함으로써 ‘나쁜 동화’를 펼쳐 보인다. 고전 동화의 경계 밖으로 추방되었던 다양한 삶의 국면을 담은 이번 작품집은, 확고하게 여겨지는 진리와 교훈을 경계하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촉구하는 제언이다. 즉 아름답고 화려한 것만을 추구하다가 현실의 아픈 자리를 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을 일깨우는 구병모식 ‘탐미주의보’이다.

“나는 내가 아닌 어떤 모습으로도 존재할 수 없어요.”
망망한 세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을 견디는 사람들


『빨간구두당』의 주인공들 중 윤택하고 풍요로우며 확신에 찬 삶을 사는 이는 거의 없다. 작가는 주인공보다 조연을, 중심보다 주변을 추적하며 누군가의 행복한 삶 뒤에는 아무런 조명도 갈채도 받지 못한 채 쇠하는 이들이 있음을 시사한다.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에서 신하 하인리히가 그렇고 「거위지기가 본 것」에서 공주를 흠모한 거위지기 콘라트 등도 그러하다.

주인공만이 잘 먹고 잘살고 그 뒤로도 오래도록 행복했다는 전설을 남기는 게 세상 모든 서사에서는 일반화된 양식으로, 선인이든 악인이든, 부자가 되었든 패가망신했든 제 나름의 결말을 가진다. 평범한 이들만이 아무런 결말도 제 것으로 소유하지 못한다.
- 「기슭과 노수부」(80면) 중에서

작가는 이들 ‘조연’의 비루한 삶을 미화하거나 추켜세우지 않으며 한순간의 농담으로 삶의 일면을 웃어넘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마주한 불안과 축적된 슬픔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빨간구두당』은 보통의 청소년소설이 10대만을 중심인물로 삼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시공간에서 저마다의 파고를 겪는 여러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독자들에게 더욱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즉 아무리 “거칠고 난폭한 현실”이라도 우선 그것을 “손안에 뿌듯하게 만”지는 것(108면), 어찌 됐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등단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부터 작가가 독자들에게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허무주의적이고 비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이 드러나며, 여전히 우리에겐 희망과 용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긴다.

현실과 맞닿은 다양한 은유가 담긴 작품

옛이야기의 화소들을 버무려 인간의 상처와 근원적 외로움에 다가서면서도, 구병모 작가는 현대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 변주를 통해 세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견지한다. 가령 대다수 사람들과 다른 색을 보면 처벌 대상이 되는 상황(「빨간구두당」), 좋은 것과 큰 것은 황제만이 전유할 수 있는 세상(「카이사르의 순무」) 등 오늘날의 현실과 맞닿은 다양한 은유가 깃들어 있다. 특히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해 온 동화와 민담이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변용되면서 작품에 더욱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왜 여자는 아무리 잘나도 남자를 돕는 일밖에 할 수 없으며 누군가의 가족으로만 살아야 하는지(「엘제는 녹아 없어지다」), ‘힘’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어째서 소녀는 아무런 힘도 만져 볼 수 없고 다만 몸이 소비되어야 하는지(「화갑소녀전」) 행간에서 튀어나오는 묵직한 질문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빨간구두당』은 옛이야기에 기대어 출발했으면서도 오늘날의 변화된 감성을 담으며 그 자체로 뛰어난 완성도와 문학성을 성취한다. 가장 구병모다운 작품들로 엮였다 할 수 있지만, 정작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소유될 수 없다는 듯 저만의 생명력으로 생동한다. 끊임없이 증식하고 더 넓게 공명해 나가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듯,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그렇게 퍼져 나갈 것이라는 듯. 그러므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다만 새로워질 뿐이다. 그 마르지 않는 문학의 샘에서 다디단 물을 받아 마시는 기쁨은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 작품별 소개

「빨간구두당」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경직된 도시에 어느 날 ‘빨간 구두’를 신은 처녀가 나타나고, 색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눈에 사물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 정부는 처녀를 화형하지만 발목이 잘린 빨간 구두만은 불에 타지도 않고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그 구두를 쫓으며 자신들을 ‘빨간구두당’이라 부르는데…… 색을 보며 새 삶을 꿈꾸었던 이들에게 다가온 파국과 멈춰 버린 도시의 슬픔을 강렬하게 묘사한 작품.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그림 형제가 정리한 민담 중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마지막 장면이 괴이하다고 평가받는 「개구리 왕자 혹은 철의 하인리히」를 신하 하인리히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소설. 왕자가 공주를 만나 제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왜 하인리히의 심장에선 우지끈 소리가 들렸을까? 왕자를 향한 하인리히의 마음에는 충정 이상의 것이 있다?!

「기슭과 노수부」
권선징악적 기독교 시로 읽히는 새뮤얼 콜리지 「노수부의 노래」와 그림 형제의 민담 「세 개의 황금 머리카락을 가진 악마」 「괴물 새 그라이프」의 서사가 겹겹이 엮인 소설. 친구의 결혼식에 늦은 주인공이 노수부의 배를 얻어 탄 뒤 ‘괴물의 털 세 장을 뽑아 와야 했던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돌고 도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어떤 통찰을 얻었을까? 그리고 노수부는 대체 누구일까? 꿈처럼 몽롱한 시공간의 시학이 빛나며 구병모식 허무주의적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카이사르의 순무」
커다란 순무를 발견해 왕에게 가져다 바친 농부 가족이 외려 악마로 몰려 처형당한다. 자연이 주는 것을 믿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다가 커다란 순무의 유혹에 빠지고 만 일가족의 비극 속에서 홀로 남은 소녀가 감당해야 하는 상실의 고통을 묘사한다.

「헤르메스의 붕대」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유리병에 갇힌 도깨비를 구해 주고 마법의 헝겊을 얻어 유명한 의사로 살았다는 동화 「유리병 속의 작은 도깨비」를 모티프로 하지만, 결말은 정반대다. 이 소설 속에서 화자인 노의사는 청년을 의심하고 시기한 나머지 마법의 붕대를 망가뜨리고 만다. 원작의 해피엔드를 새로운 시각으로 비틀어 인간의 질투와 충동을 예리하게 짚은 작품.

「엘제는 녹아 없어지다」
그림 형제 「영리한 엘제」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다시 썼다. 원가족에서도, 시집간 집안에서도 자기 모습 그대로 사랑받거나 존중받을 수 없었던 영리한 여성의 좌절을 그린다.

「거위지기가 본 것」
원작 「거위지기 아가씨」는 하녀와 공주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끝나지만, 이 작품은 조연이었던 거위지기의 관점을 살렸다. 거위지기 콘라트는 남자아이인 줄로만 알았던 동료가 여자아이라는 것을, 나아가 그 아이가 진짜 공주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열망이 아름답고 애달프게 그려진다.

「화갑소녀전」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뒤튼 잔혹 소설. 음산한 뒷골목의 성냥팔이 소녀는 빛과 열기와 먹을거리를 찾아, 세상을 움직인다는 ‘화광 공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소녀가 만나는 남자 어른들은 저마다 음흉하고, 공장에서는 단순 육체노동만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소녀 앞에 펼쳐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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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빨간구두당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기슭과 노수부
카이사르의 순무
헤르메스의 붕대
엘제는 녹아 없어지다
거위지기가 본 것
화갑소녀전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