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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커피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베토벤의 커피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저자 : 조희창
출판사 : 살림
출판년 : 2018
ISBN : 9788952240095

책소개

음악평론가이자 커피로스터인 조희창이 카페 ‘베토벤의커피’를 경영하면서 쓴 커피와 클래식 음악 에세이.

“커피 한 잔이 주는 위안과 음악 한 곡이 주는 행복”
꿈꾸고 채우고 나누는 공간 베토벤의커피 이야기

“매일 아침 나는 더할 수 없는 내 벗과 만난다. 아침에 커피보다 더 좋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에 담긴 60알의 원두는 내게 60개의 아이디어를 가르쳐준다.”
루트비히 반 베토벤은 이렇게 말하면서 매일 의식을 치르듯이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고 한다. 커피 한 잔은 예술가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작은 사치품이었다. 가난한 바흐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에게, 외로운 브람스에게 커피는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베토벤의 커피』는 음악평론가이자 커피로스터인 조희창이 지난 2년 동안 월간 「맑은소리 맑은나라」에 연재한 에세이를 엮어낸 책이다. 저자 조희창은 클래식에서부터 영화음악·재즈·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음악 강의를 펼치고 있는 음악평론가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아카데미를 10년 동안 이끌었고, 지금도 천안 예술의전당, 울산문화예술회관 등에서 고정적인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양산 통도사 강변길에서 음악카페 를 경영하며 커피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커피라는 최고의 기호품과 위대한 음악가들이 남긴 불멸의 명곡들을 크로스오버적으로 조망해놓았다.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말러 교향곡을 생각하고, 브라질 원두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이끌어내며, 예멘 모카에서 쇼팽의 「발라드」 이야기를 담아냈다. ‘오늘의 커피’는 그날의 음악을 만나 ‘하루치의 행복’이 된다. 그 소박하면서도 미묘한 정서적 순환을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글로 채워놓았다.
각 글의 끝마다 ‘놓칠 수 없는 음반’과 ‘유튜브에서 보고 듣기’(24~25쪽 외)를 실어놓아, 본문에 설명된 곡을 QR코드와 연결시켜 명연주자의 영상을 곧바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커피는 어떻게 음악과 만나는가? 커피에서 느끼는 변주의 미학
베토벤 들으며 커피 내리는 남자 조희창이 들려주는 커피 칸타타

조희창은 1990년 소니음반사의 클래식 담당으로 시작하여, KBS 1FM과 1TV의 방송작가· 월간 「객석」 기자·「그라모폰」 편집장·윤이상평화재단 기획실장을 거쳐, 서울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고양아람누리극장 등에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음악 강연을 해온 지 올해로 15년 됐다.
이 책은 음악평론가 조희창이 33년간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 옆에 자리한 카페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어난 일상을 담고 있다. 카페 이름을 로 지은 까닭은 실제 베토벤이 매일 60알의 원두를 세어서 의식을 치르듯 커피를 내린 마니아이기도 해, ‘음악카페’로서의 정체성을 내보이기에 좋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클래식 감상을 위한 해설서 『클래식 내비게이터』와, 음악사(音樂史)상 위대한 연주자들을 다룬 『전설 속의 거장』 등 본격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책을 출간했던 그가, 오히려 클래식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독자 대상의 문턱을 낮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음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음악을 많이 듣고 느끼고 싶어하는 클래식 입문자에게 좀 더 일상적이고 정서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다. 매일 를 드나드는 손님, 자신의 강의를 들으러 오는 수강생들과 호흡하다보니, 오히려 이들을 위해 어깨 힘을 빼고 가볍게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를 써낼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즉 이 책은 지식과 교양이 농축된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커피’와 ‘클래식’의 세계에, 쉽고 편안하게 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획되었다.
그의 음악카페 ‘베토벤의 커피’가 지향하는 콘셉트가 ‘꿈꾸고 나누고 채우는 공간’이다보니, 본인이 아는 온갖 음악적 지식을 자랑하듯 권위적으로 써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녹여 전달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음알못(음악을 알지 못하는 사람),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끔, 각각의 글마다 ‘한 잔의 커피’에 어울리는 ‘한 곡의 음악’을 콘셉트로 총 24종의 커피, 이에 걸맞은 음악 24곡을 추천했다.
저자 조희창은 에세이라는 장르가 개인의 감상적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인문학적인 깊이가 담긴 글이길 바라고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소재들이 크로스오버적으로 연결되어 일상 속에 교양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길 희망한다.

[책속으로 이어서]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맛보고는 “어? 이 맛이 아닌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손님이 가끔 있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맛과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커피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맛을 지니고 있다. 쓴맛이기도 하고 단맛이기도 하고 신맛이기도 하다. 초콜릿 맛이기도 하고, 아몬드 맛이기도 하고, 감귤 맛이기도 하다. 커피나무가 자란 지역과 종자에 따라 생두가 품은 원초적 맛이 다르다. 더하여 생두를 얼마나 볶았는지? 볶은 원두는 다시 몇 도의 물 온도로 내렸는지? 내리는 도구는 무엇을 사용했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으로 추출했는지에 따라서 강조되는 맛도 달라진다.
어제 온 손님에게 내려준 커피는 중간 정도로 볶아서 신맛을 살린 케냐AA 오타야 지역 루키라 농장의 것이었다. 그 손님은 아마도 케냐에서 신맛이 나서 주인장이 원두를 잘못 볶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케냐AA=진하고 쓴맛’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은 간혹 그 손님과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원두의 특성과 내가 좋아하는 로스팅 포인트와 나의 핸드드립 스타일을 알려주었다. 그제야 손님도 끄덕거리며 커피의 세계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맛이 섞인 케냐가 훨씬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도 마음이 흡족해졌다. 손님이 내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표정으로 “참 맛있어요”라고 할 때, 그보다 신나는 일이 또 있겠는가? 괜히 신이 나서 이것도 저것도 더 마셔보라고 내려주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과거 기자 시절에 뉴욕에서 ‘미국 바이올린계의 대모’로 불리는 도로시 딜레이(Dorothy DeLay, 1917~2002)를 인터뷰한 적 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좋은 연주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러자 딜레이가 짧고도 단호하게 대답해주었다.
“좋은 연주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해요. 첫째는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는 그 점을 청중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살면서 이처럼 명확하면서도 폭넓게 적용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커피를 볶고 내릴 때 혹은 음악 강의를 할 때 나만의 해석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_95~96쪽

베토벤은 「3번 교향곡 ‘영웅’」부터 시작하여 엄청난 에너지로 명작들을 쏟아냈다. ‘걸작의 숲’이라 불리는 창작 시기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후 베토벤의 교향곡 세계는 작곡가들에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었다. 리하르트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마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교향곡을 쓸 권리는 베토벤에 의하여 소멸되었다. 이 최후의 교향곡은 음악을 보편적 예술에 결합시킨 것이다. 그것은 소리로 된 복음이다. 그 이상 진보할 수는 없다.”
진짜 영웅은 나폴레옹이 아니라 베토벤이었던 것이다.
다시 ‘코피 루왁’ 얘기로 돌아와서, 또 하나의 영화 장면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 Ogigami Naoko) 감독의 이라는 일본 영화에는 커피를 너무 사랑해서 도둑질까지 하던 사람이 나오는데, 그가 주인에게 커피를 맛있게 하는 비장의 주문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다. 갈아놓은 커피 가루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코피 루왁!”이라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주문을 왼 후에 내리면 커피가 맛있어진다는 얘기였다. 주인은 이 황당한 주문을 그대로 따라 한다. 그런데 모두 정말이지 커피가 맛있어졌다고 얘기한다.
이때의 ‘코피 루왁’이라는 주문이 가리키는 것은 비싼 루왁 커피도 아니고 ‘천사’로 위장된 사향고양이의 눈물도 아니다. 그 주문은 아마도 “맛있어져라!” 하는 정도의 희망일 것이다. 마음을 다해 맛있어지라고 말하면서 내리는 커피는 분명히 맛있게 되어 있다. 그건 내 안에 가짜 천사가 아닌 진짜 천사의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_110~111쪽

내게 오래도록 어려운 생두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였다. 이렇게도 볶아보고 저렇게도 볶아봤지만 제맛을 내기가 항상 힘들었다. 여러 가지 외국 자료를 뒤지다가 어느 날 원인을 알게 되었다. 어이없게도 내가 ‘제맛’이라고 생각한 선입견이 문제였다. 국내에 떠도는 많은 자료에서 과테말라 안티구아의 맛은 ‘화산재 토양이 주는 스모키(Smoky)함’ 어쩌고 하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스모키함이 과테말라 안티구아의 제맛이라고 단정해버린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화산 토양에서 자란 커피가 어디 한둘인가. 하와이는 섬 자체가 화산섬인데 전혀 스모키하지 않은 커피가 생산되지 않는가. (……)
음악은 어쩌면 고정관념과의 투쟁사라 할 수 있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나 「바이올린 협주곡」,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등 지금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도 당대엔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던 작품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너무 길거나 혹은 어렵거나, 직설적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위대한 작곡가들은 대부분 그러한 시대적 고정관념과 몰이해와 냉대를 넘어가며 자신의 세계를 그려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봄의 제전」 역시 같은 과정을 겪어낸 명작이다. 그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봄의 따뜻하고 생기 있고 약간은 쓸쓸하기도 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은 발상에서 출발했다. 그의 봄은 전혀 서정적이지 않다. 설렘도 없고 그리움도 없다. 스트라빈스키가 느낀 봄은 그렇게 보슬거리거나 촉촉하지 않다. 오히려 어느 계절보다 역동적이며, 힘이 세다 못해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이렇게 만들어졌다._200~202쪽

양산 통도사 자락에 를 열 때부터 매일 아침마다 ‘오늘의 커피’를 정했다. 꽃이 만발한 날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낙엽이 떨어지면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그리고 눈이라도 올 것같이 차분한 날이면 콜롬비아를. 다시 말하지만 이 책에 실린 커피의 맛 표현, 커피와 음악을 매칭하는 기준은 순전히 내 주관적인 취향이다. (……)
‘오늘의 커피’ 설명에다 “낙엽 진 오솔길” “비 오기 전의 흙냄새”, 좀 느끼하지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등을 적어놓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훨씬 좋았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러한 커피의 느낌을 음악적 기분으로 연결시켜본다면 어떨까? 커피로스터이자 음악평론가가 손님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이 커피에는 이 음악이 좋아요!” 뭐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이 기획 전문가인 아내의 생각이었고 별로 반박할 여지를 찾지 못한 나는 그 생각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커피 맛과 음악의 기쁨도 배가되었다. ‘오늘의 커피’를 놓고 ‘오늘의 음악’을 고르면서 우리는 수많은 얘기를 나눴다.
“신이시여, 이것이 정녕 제가 볶은 커피입니까?”라고 자화자찬하며 웃기도 했고, 음악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냐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나에겐 한 잔의 커피와 한 곡의 음악이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하루치의 정서적 양식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에 있고, 행복은 ‘빅픽처’가 아니라 디테일에 있다고. 아마 남은 삶도 이런 식으로 살아갈 것 같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음악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_258~259쪽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006 들어가는 말|맛의 요정, 음악의 신을 위하여

제1장 꿈꾸다
017 햇볕에 기댄 시간
☞브라질 옐로 버번 & 비발디 「사계」
026 향기가 춤을 춘다는 그 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 바흐 「플루트 소나타」
036 내 사랑, 울지 말고 노래해요
☞멕시코 커피 & 트리오 로스 판초스 「첼리토 린도」
046 말은 음악을 그리워하나니
☞예멘 모카 마타리 & 쇼팽 「발라드」
054 맛과 이야기를 채운 잔
☞커피잔 &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064 오페라 같은 커피의 그리움
☞커피의 진가 & 베르디 「리골레토 4중창」
072 그 사람만의 그 목소리
☞향 커피 & 푸치니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
082 세상의 모든 밤을 위하여
☞커피의 손맛 & 쇼팽 「녹턴」

제2장 채우다
095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해
☞케냐AA &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104 함부로 천사를 만들지 말라
☞코피 루왁 &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114 한 잔의 커피, 한 곡의 노래
☞가비(??)의 역사 & 정지용 「고향」
124 잡초의 힘, 집시의 생명력
☞인도 로부스타 & 브람스 「헝가리 무곡」

134 천사와 악마 사이의 커피
☞커피 수난사 & 존 레논 「이매진」
144 어느 날 문득 다가오는 것들
☞핸드드립 & 슈베르트 「현악 5중주」
156 커피에서 느끼는 변주의 미학
☞인도네시아 만델링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166 소중한 친구를 만드는 비법
☞카페라테 & 말러 「교향곡 5번」

제3장 나누다
179 섞여 있어서 좋은 세상
☞커피의 블렌딩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188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 균형
☞콜롬비아 커피 &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198 로마로 가는 길은 수십 가지가 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208 최고의 피서는 예술에 몰입하는 것
☞아이스커피 & 드보르자크 「현악 4중주 ‘아메리칸’」
218 커피는 가장 급진적인 음료수
☞커피의 혁명성 & 베르디 「노예들의 합창」
228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교양의 목표 & 멘델스존 「무언가」
238 겨울밤을 지키는 낮고 따스한 소리
☞아메리카노 & 찰리 헤이든 「미주리 스카이」
248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카페의 조건 & 슈만 「피아노 4중주」

258 맺음말|오늘의 커피, 하루의 음악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