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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기다림
저자 : 하 진
출판사 : 시공사
출판년 : 2007
ISBN : 9788952749611

책소개

미국 문단이 반한 중국 작가, 하 진!

중국 작가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쓴 소설이 펜 포크너상과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
'적확한 어휘의 힘으로 미국 작가들에게 본보기를 보였다'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을, 소설가 김연수가 옮겼다.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지나칠 수 없는 수작.

부모의 뜻에 따라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한 린. 가족을 고향에 두고 군의관으로 일하던 그는 같은 육군병원에서 일하는 세련된 현대 여성 만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가려면 린이 아내 수위와 이혼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린은 딸과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 세상 사람들의 이목에 대한 걱정으로 매년 안나와 약속한 이혼에 실패한 채 고향에서 돌아온다. 아내와 별거한 지 17년. 마침내 그녀의 동의 없이 법률적으로 이혼이 가능한 시기가 되고, 린과 만나의 끝없는 기다림은 열매를 맺게 되는데…. 〈양장제본〉

★수상 내역 ★
♦ 1999년 미국 문학 부문 전미 도서상 수상작
♦ 2000년 펜 포크너 문학상 수상작
♦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 선정작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흙내 가득한 시적 언어로 길어 올린
삶과 세상에 대한 깊은 성찰

하 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 《기다림》이 출간된 것은 1999년이었다. 《기다림》은 평론가는 물론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 해 펜 포크너상을, 2000년에는 전미 도서상을 수상함은 물론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다. 하 진은 이미 시로 데뷔하여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그 외에도 이미 《Oceans of Words》로 펜 헤밍웨이 상을, 《Under the Red Flag》로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문학상을 받은 상태였다. 2004년, 그는 장편소설 《War Trash》로 다시 펜 포크너상을 수상, 두 번째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다. ‘천재 작가’, ‘언젠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작가’ 등 평단에서는 극찬이 오갔다. 한 작가가 펜 포크너 상을 두 번이나 받은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일 뿐더러, 이처럼 짧은 기간에 문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두 번이나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는 일은 더더군다나 드물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뒤에는 중요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그는 열아홉 살 때까지 알파벳을 알지 못했다. 스무 살이 되어서야 영어를 외국어로 처음 접했고, 모국인 중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스물아홉 살에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미국에 건너간 지 약 십 수 년 만에 굵직한 문학상을 휩쓴 것이다.

《기다림》은 이제 ‘천재 작가’라 불러도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없는 하 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펜 포크너상과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라 미국 문단에 파란을 일으킨 바로 그 작품이다.

중국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하는《기다림》은 한 연인의 이야기이다. 시골 출신 군의관인 린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중국의 전통적인 여인 수위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다. 고향에 아내와 부모를 두고 무지라는 시의 군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린은 매달 돈을 고향으로 보내는 것으로 아들과 남편의 의무를 다하지만 전족까지 한 전근대적인 아내을 사랑하거나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던 중 같은 군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만나를 만나게 되고, 아내와는 달리 세련된 현대 여성인 그녀와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만나는 장교가 아닌 터라 군내 연애가 엄격하게 금지된 상황이고 린 자신은 이미 딸까지 하나 둔 유부남이다.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주변을 맴도는 것으로 사랑의 마음만 확인한다. 린이 만나와 ‘합법적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내 수위의 동의 하에 이혼을 해야 하지만, 부모님을 정성껏 돌본 아내에게 그런 요구하는 것도 도리에 어긋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은 매해 수위의 동의를 얻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고, 수위는 늘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꾼다.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다. 별거한 지 17년이 되면 아내의 동의 없이 이혼할 수 있다는 법에 따르는 수밖에 없는 것. 린과 만나는 그렇게 십 수 년을 기다리고, 마침내 기다림이 끝나자 생각지도 못한 현실과 마주한다.

《기다림》의 특징이자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평범하고 간결하며 서술적인 문장이다. 스무 차례 이상 교정을 하며 가장 적확한 표현을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하 진은 영어가 외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되레 단순하면서 시적이고 아름다운, 그야말로 정련된 문장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미학적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단순하고 서술적인 문장을 쓰는 것이다. 특히 서사에 충실한 그의 소설은 그러한 문장과 잘 맞아떨어져 빼어난 재미를 선사한다.

“하진의 소설을 읽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거의 흡사하다. 독자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불안, 심오한 자의식, 세계에 대한 편치 않은 감성 등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해서인지 그것이 즐거움이 된다. 최고의 리얼리즘 작가들처럼, 하진은 너무 평범하고 서술적인 문장들 속에 감정의 힘을 슬그머니 집어넣는다.” 《뉴요커》

《기다림》에서 작가는 린의 갈등을 통해 개인과 사회, 즉, 인간 심혼의 보편성과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 정치의 투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아내 수위로 대변되는 중국의 전통 사회, 연인인 만나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 사이에서, 그리고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린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작가는 철저하게 절제된 묘사로 린 외의 인물들에게도 같은 도수의 돋보기를 들이댄다. 독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심리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하기만 했던 린과 만나의 사연 안에 타인의 사연이 담기고, 사회가 담기고, 결국 세상이 담겨 점점 그 질량이 늘어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집단에 순응할 수도, 그렇다고 저항할 수도 없어 ‘기다림’을 선택한 연인과 그 왜곡된 기다림을 야기한 당시 사회를 통해 세상과 삶의 아이러니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삶의 폭력성이나 비극성은 단순하고 절제된 하진의 시적 묘사와 희극적 풍자 속에 녹아들어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일궈낸다.

‘유치하고 단순하고 순진하지만 역사를 소설로 바꾸는 것이 야심’이라고 말한 하 진이 《기다림》에서 보여주는 것은 정부나 권력, 이데올로기에 걸러진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시각에서 본 역사이다.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개인화된 역사를 목격함으로써 사회와 개인, 억압과 자유 등, 보편적 인간 본성과 사회, 그리고 그 역학관계를 낱낱이 목격하게 되고, 마침내 역사는 유의미한 현재가 되어 개개인의 가슴에 박힌다. 스스로 순진하다고 말한 작가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묵직한 메시지로 남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와 영국 정치평론지가 선정한 2005년 ‘이 시대 최고의 지성 100’인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놀랍지 않을 작가’, 앞으로 성취할 것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성취는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평을 듣는 하 진. 《기다림》은 그가 어떻게 미국 문단의 정점에 서게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하 진 최고의 작품이다.

“하진은 평범하고 서술적인 문장으로 미국문학을 정복한 작가이다. 그의 천재적인 예술성과 독특한 경험, 그리고 우리의 입을 벌어지게 만드는 인내심과 노력이 그것의 원동력이었다. 미국문학은 놀라운 통일성과 균형감각, 예술성과 절제미를 두루두루 갖춘 걸출한 리얼리스트를 배출한 셈이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자기들이 사는 곳이 이 세상의 전부인 듯 의식이 닫혀 있고, 알게 모르게 오만하고 제국주의적이며, 어쩐지 빈혈에 걸린 듯이 보이는 미국작가들은 유교문화와 이데올로기와 역사의 무겁고도 고단한 짐을 어깨에 걸머지고 바다를 건너온 리얼리스트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자양분을 얻게 될 것이다. 그들이 지금껏 하진의 소설에 열광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그런 이유에서였다.” - 왕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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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I

II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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