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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꿈 (양선형 소설)
말과 꿈 (양선형 소설)
저자 : 양선형
출판사 : 자음과모음
출판년 : 2023
ISBN : 9788954448741

책소개

틈새의 시간에서 만난 꿈과 환영의 이야기
찰나의 마음을 기록하는 순환의 여정

“그는 까막잡기를 하듯 양손을 더듬거린다.
그가 포옹하면 녀석은 생겨난다. 그런데 어디 있어.
너 어디 있어.”

시작되지 않았으나 어디선가 반복될,
잿빛 환영으로 그리는 세계에 대하여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열여섯 번째 작품으로 양선형 작가의 『말과 꿈』이 출간되었다. 『말과 꿈』은 2014년 등단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양선형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말하는 양선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깊은 고집을 담았다.

“나는 달리는 말을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말의 잔등 위가 소설 자체의 영원한 목적지가 되는
바로 그런 소설을 쓰게 될 거야”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둥글게 그리는 선형의 궤적을 따라
집요한 상상으로 질문하는 발자취

표제작 「말과 꿈」은 주인공 ‘그’가 꿈에서 만난 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어느 날 ‘그’는 텔레비전에서 ‘녀석’의 모습을 발견한다. ‘녀석’은 아주 유명한 경주마가 되어 있었다. 스크린 너머로 ‘녀석’을 마주한 순간. ‘그’는 신비로운 일을 경험한다. 과거 교통사고 이후 ‘그’의 “머릿속을 떠다니던 어슴푸레한 환영”이 ‘녀석’의 모습으로 조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환영인지 모를 꿈속에서였으므로, ‘꿈속의 말’과 실종된 말이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오직 ‘그’만의 실제였다. 그런데 ‘녀석’이 사라졌다고 했다. 일전에는 ‘녀석’이 ‘그’를 찾아왔으니 이번에는 ‘그’가 녀석을 위해 움직일 차례였다.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감각이” ‘그’를 에워쌌다. 결국 “그는 하루쯤 녀석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기로 결심하고, ‘녀석’이 사라진 곳, 활주로로 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슬라이딩하던 항공기가 보름달을 가렸다. 비행장의 등화관제에 따라 꺼졌다 켜지는 불빛 속에서 꿈틀거리는 근골의 음영이 드러났고, 이내 흥분한 말들이 짙어지는 어둠 안쪽을 향해 신속하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말과 꿈」, 101쪽)

「너구리 외교관」에도 또 다른 ‘그’가 등장한다. 어느 날 평화로운 야산에 낯선 이가 나타난다. ‘그’는 큰 상처를 입은 채로 힘겹게 오솔길을 걸어 한 산장 앞에 도착한다. 문을 두드리지만 산장의 주인은 낯선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 생명이 꺼져가는 ‘그’의 주위로 너구리들이 몰려든다. 사실 이 너구리들은 온 야산의 사랑을 받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다람쥐나 가시덤불, 까마귀, 심지어는 산장의 주인인 ‘촛불 관리인’마저도 너구리들을 향해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 결국 너구리 한 마리가 스스로 ‘전령’이 되어 ‘촛불 관리인’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그’는 마침내 산장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므로 산장의 잠긴 대문 앞에서 기절할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있는 그와 촛불 관리인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존재란 오직 너구리들인 것이다. 너구리만이 그를 산장 안으로 입장하게 할 수 있고, 촛불 관리인의 가능할지 모를 보호의 손길을 성사시킬 수 있다.
(「너구리 외교관」, 16쪽)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은 조금 특별한 형태의 소설이다. 소설 같은, 또 에세이 같은 세 편의 글이 결합해 있는데, 정확히는 ‘소설 같은 것’ 사이에 ‘에세이 같은 것’이 낀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호명의 방식은 각각의 제목 때문이기도, 결과적으로 이 세 편의 글이 하나의 소설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의 첫 부분을 맡은 ‘2018: 「퇴거」’와 마지막인 ‘2024: 「퇴거」에 관한 소설’에는 ‘나’와 ‘친구’가 등장한다. ‘나’는 ‘친구’에 대해 맹목적이라 할만한 애정을 보인다. ‘친구’가 자신의 집을 함부로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대가 없이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먹이고, 돌본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을 흐트러트리는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퇴거’하기를 원하는데, 글이 끝날 때까지 친구의 퇴거는 상상으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는 ‘2022: 지난 계절의 일기’를 지나 ‘2024: 「퇴거」에 관한 소설’에 도달하면서 “상상의 형태로 우회 및 지연시키던 미래가 현재를 정말로 엄습하고 점령”(해설, 윤아랑 평론가)해버리고 만다.
중요한 점은 각각의 글이 연속된 하나의 시간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선형의 소설에서 시간이란 “혼란스럽게 순환하고 뒤섞이고 있는”(해설, 윤아랑 평론가) 것이기 때문이다. 즉 ‘2024: 「퇴거」에 관한 소설’은 ‘2018: 「퇴거」’와 별개의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하면서, ‘2018: 「퇴거」’의 ‘다시-쓰기’로서 글쓰기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2022 지난 계절의 일기’는 두 ‘소설 같은 것’ 사이의 “틈새의 시간”(해설, 윤아랑 평론가)임과 동시에 소설 바깥의 시간 전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레이어를 만든다. 그것들은 격자처럼 반듯하지 않고 연꽃 모양의 프릴이나 수면 위로 퍼지는 동심원처럼 하늘거린다. 때때로 그것은 왜곡된 흔들림이다. 그러나 모든 흔들림은 확장되거나 통과하거나 침투하거나 사라지면서 새롭게 반복되는 흔들림의 궤적일 뿐 어떤 형상에 대한 왜곡으로 읽힐 수 없다.”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209~210쪽)

「말과 꿈」의 ‘그’는 끝내 ‘말’을 만나지 못하지만, 「너구리 외교관」의 ‘그’는 신비로운 너구리들의 도움을 받아 산장으로 들어선다.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에서는 친구의 퇴거가 ‘상상’과 ‘실제’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각기 다른 모양 같지만, 양선형의 궤적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같은 모양을 그리는 중이다. ‘글쓰기’라는 선형의 궤도에서 어디에서도 시작되지 않았고, 모든 곳에서 시작된 소설, “달리는 말을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말의 잔등 위가 소설 자체의 영원한 목적지가 되는 바로 그런 소설을 쓰게 될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말과 꿈』은 ‘소설 쓰기’에 대한 양선형의 집요한 애정을 담고 있다.

■ 해설

양선형의 소설은 내일(혹은 어제)을 기피하고 두려워하며, 반대로 “현재를 잡”으려는 데 더없이 열성적이다. 그리고 여기 『말과 꿈』에 실린 각각의 소설들은 현재에 대한 양선형의 열정을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육화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말과 꿈』은 현재의 소설가가 쓴 현재를 위한 소설집인 것이다.
-윤아랑(문학평론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소설 너구리 외교관
말과 꿈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에세이 「말과 꿈」에 관한 소설

해설 틈새의 시간, 되찾은 현재-윤아랑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