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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문명을 오르다 바로크~20세기 (계단의 역사를 통해 본 서양 문명사)
계단, 문명을 오르다 바로크~20세기 (계단의 역사를 통해 본 서양 문명사)
저자 : 임석재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판년 : 2009
ISBN : 9788958622895

책소개

소통과 교류의 관점에서 살펴본 계단의 문화사! 계단’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다룬 국내 유일의 작품

계단의 역사를 통해 만나는 서양 문명사『계단 문명을 오르다』. 계단은 ‘높이가 다른 두 곳을 이어주는 발걸음의 수직이동 수단’이라는 뜻이다. 계단은 인간의 종교, 정신적 기능적 활동의 결과이다. 한국 최고의 건축사학자 임석재 교수는 서양 건축사를 기본으로 삼아 시간의 흐름과 개념, 주제어를 엮어 서양 건축사에 등장하는 명품 계단과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는 계단사이에 퍼져 있는 관념을 매개로 공통점을 찾아 살펴보고, 우리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계단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인문사회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낸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된 서양 계단 문명사 가운데 2권으로, 바로크에서 20세기까지를 다룬다. 바로크는 서양 계단 역사에서 전성기로, 그 전조 현상은 이미 16세기 때부터 프로토 바로크라는 개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팔라디오와 비뇰라가 대표했는데, 팔라디오는 계단의 형식화 경향을 과도하게 강조했고, 비뇰라는 계단에 연속 공간의 개념을 더했다. 바로크는 계단의 절정기로 인간의 과도한 욕망에 따라 계단은 과장되고 뒤틀리는 등 여러 방향으로 극단화되었다.

18세기부터는 현대적 주제들이 등장한다. 18세기는 계단의 침체기라 할 수 있지만 공공성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19세기는 제국주의와 부르주아라는 두 거대 권력 집단이 계단의 발전을 이끌었다. 대형 공간이 이어지던 19세기부터 이미 계단과 관련된 건축법이 강화되는 등 계단은 기능과 효율 중심으로 단순화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라는 기계식 수직 이동 수단이 등장하면서 계단은 결정타를 맞고 심하게 쇠퇴했다. 20세기 고층 건물은 그 결정판이다.

계단은 인문사회적 의미들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부재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계단은 원래 한 문명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성이 농축된 부재’라는 점이다. 저자는 건물주의 발주 의도,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 이용자들의 즐기고 감상하는 고유한 방식 등이 녹아있는 계단이 기능과 효율을 중심으로 하는 20세기 자본주의 역사에서 사라지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을 통해 계단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역사적 가치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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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계단의 잃어버린 문명사적 의미를 복원하다

인류가 시작되면서 만들기 시작한 것들 가운데 지금까지 우리 옆에 항상 있어온 것 중 하나가 계단이다. 너무 당연한 존재이기에 ‘계단’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주변은 온통 계단 천지이다. 역사가와 건축사가 들의 연구에 따르면, 고대부터 현재까지 계단은 인간의 수직 욕망을 자극해왔다. 계단은 인간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최고의 건축사학자 임석재 교수(이화여대 건축학과)가 계단의 역사, 시대의 사상, 건축가의 시각, 우리 주변의 생활 이야기 등을 인문사회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해서 문명사의 관점으로 풀어쓴 신간 『계단, 문명을 오르다』(전2권)를 발간하였다. 저자는 건축 공부를 시작한 때부터 대학원 시절, 그리고 교수가 되고 난 뒤 국내외 답사를 다니면서 계단을 관찰해왔다.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매우 독특한 관찰로 계단의 역사를 통해 서양 문명사를 기술하였다. 현재 한국에는 계단 전문가 또는 계단 전문 건축가는 거의 없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시도는 매우 이례적이고 독특하면서도 의미 있는 연구이다. 인류 역사에서 아주 재미있고 유익하고 고급스러운, 그러면서도 손쉽게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조형물(계단) 하나를 잃어버린 상황이 오늘의 현실이다. 저자는 이것을 되찾고자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였다. 『계단, 문명을 오르다』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인류의 문화적 유산인 계단의 본래적인 의미를 복원하고, 일상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다시 되찾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상은 정말로 온통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들의 일과는 계단으로 시작해서 계단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조차 이번 책을 쓰기 전까지 주변에 계단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하루 종일 계단에 둘러싸여 계단을 밟으며 계단과 밀착되어 생활하는 줄 처음 알게 되었다. 계단에 담긴 뜻은 또 어떠한가. 개인의 심리 작용에서 문명을 상징하는 내용까지 계단 속에 담긴 뜻은 무궁무진하다. 계단은 건물 내의 작은 공간 또는 부재밖에 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건물 전체에 버금간다. 하나의 독립 장르를 이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계단만으로 하나의 역사를 이룰 수 있다. 계단 하나만 추적해도 서양의 전 문명을 읽어낼 수 있다. --- 『계단, 문명을 오르다 고대~르네상스』 pp.4-5, 〈지은이의 말〉에서

인류 역사의 보물 창고 ‘계단’을 통해 본 서양 문명사
‘높이가 다른 두 곳을 이어주는 발걸음의 수직이동 수단’이라는 뜻을 가진 이 건축물(계단)에는 인간의 종교적, 정신적, 기능적 활동의 결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자는 서양 건축사를 기본 축으로 삼아 시간의 흐름과 개념?주제어를 엮어 서양 건축사에 등장하는 명품 계단과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는 계단 사이에 퍼져 있는 관념을 매개로 공통점을 찾아 살펴보고, 우리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계단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찾아내어 풀어내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계단 가운데 형태적으로, 인문사회학적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예들을 찾아내는 발굴과 이를 통한 일상 조형 환경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계단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서양 건축의 전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오면서 각 시대의 문명현상이 잘 드러난 곳이 계단이다. 각 시대의 사회문화적 의미가 건축을 통해 집약적으로 저축된 보물 창고가 계단이다. 종교적 상징성, 정치적 기념비성, 사회적 공공성, 경제적 욕망, 심리적 섬세함, 생리적 육체성 등 인간을 둘러싼 개인적-집단적-정신적-육체성(적) 문명 작용의 집합체이다. 고대 계단은 바벨탑과 피라미드로 대표되는데, 이는 하늘과 수직 욕망이 내재된 계단이었다. 기독교 문명에서는 이 수직 욕망이 저주와 벌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믿음, 소망, 사랑의 세 가지 계단 유형이 탄생하였으며, 그리스-로마 시대의 계단에는 기능에 충실한 인간 중심의 계단이 출현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계단은 인문사회적 의미들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부재이다. 이러한 인문적이고, 문화적 내용들은 인간사에 너무 중요한 것들이다. 저자가 『계단, 문명을 오르다』에서 가장 강조하고자 한 것은 ‘계단이 원래 한 문명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성이 농축된 부재’였다는 점이다. 저자는 ‘계단’에는 건물주의 발주 의도, 건축가들의 디자인 의도, 이용자들의 즐기고 감상하는 고유한 방식 등이 내재해 있었는데, 그것이 기능과 효율이라는 20세기 자본주의 역사에서 사라지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면서 기능과 효율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인문사회학적 의미와 통째로 바꿀 만하지는 않다고 보았다. 기능과 효율이 지배한 기계-물질 문명은 20세기 100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정신적 가치가 지배하던 찬란한 역사적 문명이 있었으며, 21세기에는 다시 그러한 역사적 가치들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계단은 건축 부재 가운데 다양한 인문사회학적 의미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하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계단만큼 시대적이고 문명적인 의미가 집약된 건축물은 없다.
기능과 효율이 계단을 지배하면서 인간사는 삭막해지고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기능과 효율만이 계단의 유일한 가치가 된 이후에 오히려 안전사고는 더 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엇과 무엇을 바꾸었는지에 대해 잘 따져보아야 하는데 …… 계단을 주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얻은 것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 다양한 즐김의 대상이었던 계단이 기피의 대상이 되고 계단 앞에 서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것은 우리의 가치관이 심하게 삐뚤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계단에 저축되어왔던 인문사회학적 의미는 결단코 복원되어야 한다. 기계-물질 문명의 폐해를 치유하기 위하여 21세기에 등장하기 시작한 정신 복원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무엇인지, 그런 정신적 가치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이럴수록 가장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계단의 탄생 기원과 같아진다. 이런 상식적 정의는 계단의 탄생 기원을 정리한 나의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계단의 기원을 크게 셋으로 정리하는데, 도구 본능, 자연 발생, 인체 구조가 그것이다. 이 셋은 인간이 상징 행위를 통해 문명 활동을 하기 이전 단계의 원초적·근원적 동인이다. 수직 욕망도 중요한 동인인데, 이것은 기원으로 볼 수도 있고 기원에서 파생한 다음 단계의 상징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수직 욕망은 근원적 기원과 문명 활동을 이어주는 분기점으로, 이때부터 ‘고대’라고 부르는 서양 건축의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계단, 문명을 오르다 고대~르네상스』 pp.19-20, 〈1장 계단의 탄생〉에서

‘계단’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다룬 국내 유일의 작품
세상은 정말로 온통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의 일과는 대부분 계단으로 시작해서 계단으로 끝난다. 계단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의 심리 작용에서 문명을 상징하는 내용까지 계단 속에 담긴 의미는 무궁무진하다. 계단은 건물 내의 작은 공간 또는 부재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건물 전체에 버금간다. 계단만으로 하나의 역사를 이룰 수 있고, 계단 하나만 추적해도 서양의 전 문명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계단은 여러 각도에서 재미있는 부재여서 직접 건축 설계를 하는 건축가들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론가나 건축학자 또는 인문학 연구자들에게는 작은 주제 하나를 가지고 서양의 전 문명사를 종횡으로 오갈 수 있는 매력적인 주제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계단에 대해 연구하거나 계단을 소개한 책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전무했다. 서양에는 건축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 몇 권 있긴 하지만 표피적인 정보에 머물고 있고, 내용 또한 매우 유사하다. 계단에 담긴 인문사회학적 의미를 심도 있게 다루고 해석한 책은 세계적으로 전무하다는 것이다. 서양에는 10권 정도 있는데, 〈지은이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그 내용이 놀랄 정도로 유사합니다. 우리나라라면 표절 시비에 걸려서 원 저자 책 말고는 못 나올 정도입니다. 바꿔 말하면 서양의 계단에는 표준화된 내용이 있다는 얘기겠죠. 그러나 이런 서양의 연구에도 문제는 많습니다. 일단 내용이 너무 빈약합니다. 어린이 백과사전에 들어갈 정도의 아주 가볍고 얄팍한 단순 정보만 나열했고 그 양도 너무 적습니다. 개인의 판단이나 감상에 관한 의견은 거의 없고 인문사회학이나 역사 등과 연계한 내용은 전무합니다. 대부분 사진으로 채웠는데 사진도 10여 권의 책이 전부 같습니다. 책 페이지 수를 맞추려다 보니까 사진이 필요 이상으로 커졌고요. 국내에서는 계단을 다룬 책은 없습니다. 대학원 학위 논문으로 다룬 경우는 몇 개 있습니다만, 앞에 이야기한 서양 책들 요약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최초의 시도라 자부합니다. --- 보도자료 〈저자 인터뷰〉에서

저자와의 인터뷰
Q : 선생님, 안녕하세요. ‘계단이라는 건축 부재로 서양 문명사’를 조망하는 책을 발간하셨는데요, 자료 수집이나 집필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계단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A : 건축공부를 시작한 대학 때부터입니다.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설계수업 때 디자인했던 작품 가운데 주택 거실을 계단만으로 설계했던 기억이 납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때 소공동 롯데호텔 옥외에서 지하 롯데 1번가로 내려가는 정원 주변을 계단으로 꾸민 곳이 있는데 그곳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납니다. 고등학교 때는 또 영어단어 외우면서 시내버스 타고 이곳저곳 골목길 동네를 돌아다니길 좋아했는데, 우리나라 집들이 언덕에 많이 지어서 골목길에 계단이 많잖아요. 그곳만 오르내려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포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큰길에서 좁은 골목길로 빨려 들어가는 맛이 마치 어머니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할까요. 대학원 시절과 교수가 되고 난 뒤 국내외 답사를 다니면서 계단에 대해서 항상 유달리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언젠간 계단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늘 생각해오고 있었죠.

Q : 지금까지 서른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신 의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요.

A : 계단에 대해서 사람들이 너무 무관심한 걸 말하고 싶었고요, 그 대안으로 계단에는 많은 인문사회학적 상징성이 담겨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서양건축사』 시리즈 5권 집필을 완료한 다음 단계의 작업이기도 합니다. 즉, 건축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문명사와 문화사를 다루는 작업이지요. 그 작업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여러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쓰도록 가장 크게 자극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A : 특별히 강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앞에 얘기한 것 같은 목적이 있었고요. 또 계단은 늘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데 저도 나이가 들고 하니까 지하철에서 내려서 계단 앞에만 서면 한숨부터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계단은 이런 것이 아닌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면서 계단이 갖는 본래 의미를 찾아보자는 심산이 들어서 쓰게 되었죠. 언젠간 설계를 할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건축의 작품성에서 계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그날에 미리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설계 아이디어 준비를 계단이라고 하는 건축 부재로 한 거죠.

Q : 건축사학자로서 저술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계십니다. 또한 국내외 다양한 학자들과 그들의 연구와 교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자료 또한 섭렵하고 있습니다. 계단을 주제로 서양문명사를 기술한 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외국 또는 국내에서는 이러한 책을 다룬 적이 있었는지요?

A : 서양에는 10권 정도 있는데, 〈지은이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그 내용이 놀랄 정도로 유사합니다. 우리나라라면 표절 시비에 걸려서 원 저자 책 말고는 못 나올 정도입니다. 바꿔 말하면 서양의 계단에는 표준화된 내용이 있다는 얘기겠죠. 그러나 이런 서양의 연구에도 문제는 많습니다. 일단 내용이 너무 빈약합니다. 어린이 백과사전에 들어갈 정도의 아주 가볍고 얄팍한 단순정보만 나열했고 그 양도 너무 적습니다. 개인의 판단이나 감상에 관한 의견은 거의 없고 인문사회학이나 역사 등과 연계한 내용은 전무합니다. 대부분 사진으로 채웠는데 사진도 10여 권의 책이 전부 같습니다. 책 페이지 수를 맞추려다 보니까 사진이 필요 이상으로 커졌고요. 국내에서는 계단을 다룬 책은 없습니다. 대학원 학위 논문으로 다룬 경우는 몇 개 있습니다만, 앞에 이야기한 서양 책들 요약한 수준입니다.

Q : 대학원생이나 학생들과 이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와 수업을 진행하셨지요?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 대학원 수업을 한 번 했습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올바른 판단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재미있어 했어요. 계단이란 것에서 이런 무수히 다양한 문화 얘기가 나오는 걸 보고 많이들 놀라고 즐거워하고 많이 배운다고 좋아했습니다.

Q : 그렇다면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이 책의 특징을 2~3가지로 말씀해주시지요?

A : 제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계단은 원래 한 문명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성이 농축된 부재라는 것이죠. 이것은 짓는 쪽과 발주하는 쪽, 그리고 사용하는 쪽 3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그런 의도로 발주했고 건축가들은 그런 의도로 디자인했고 사용자들은 그런 내용을 알고 즐기고 감상하면서 사용했다는 겁니다. 이걸 되살려보고 싶었습니다. 그 외 다른 특징이라면,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사적 내용과 계단을 잘 연계시켜 저만의 감상 시각으로 풀어낸 점, 풍부한 시각자료를 제공한 점, 옛날 각 시대의 계단 주제를 현대 건축가들이 빌려다 쓰고 있는 내용을 각 장마다 첨가한 점 등입니다.

Q : 『계단, 문명을 오르다』(전 2권) 각 권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A : 시기별로 구별을 했습니다. 1권은 고대에서 르네상스까지, 2권은 바로크에서 20세기까지입니다.

Q : 인류 역사 속에 나타난 계단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본 계단은 어느 시대였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A : 아무래도 바로크라고 할 수 있죠. 바로크는 인간의 내적 열망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문명이었는데 바로 계단이란 부재가 이런 특징과 잘 맞아요. 계단을 제일 풍부하고 다양하게 사용한 문명이었습니다. 물론 과욕을 부린 측면도 있지요. 그만큼 낭비요소도 많았지만 그랬기에 계단과 관련된 흥밋거리도 많은 시기였습니다. 계단주택, 축제용 놀이정원, 뒤틀린 투시도 등은 현대적으로도 많은 건축가들이 빌려다 쓰고 있는 아이디어들입니다.

Q : 기계A :물질 문명 시대의 계단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신 것 같은데요. 계단 건축의 관점에서 보는 20세기는 어떻습니까?

A : 산업혁명 이후 엘리베이터가 발명되고 고층건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계단은 더 이상 걸어올라 다니기 힘든 부재가 되었습니다. 일단 물리적으로 너무 높아졌고, 디자인적으로 봐도 유턴 계단만이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면서 지루하고 어지럽기까지 하지요. 이후 계단은 일부 작가주의 건축가들이 소수의 작품에서 특별히 별도로 신경을 써야만 하는 특수부위가 되어버렸습니다. 즉, 문명 전체가 계단을 축조하면서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주어지던 시기에서 작가의 작품 속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 겁니다. 계단 명품이 안 나오는 건 아닌데, 그걸 감상하고 즐기는 일이 그 집의 주인에게, 즉 아주 사적영역으로 들어가버린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일반인들이 접하는 계단은 혐오시설에 가깝게 되어버렸지요.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대상인 거죠. 불이나 났을 때나 고마울 정도지요. 여대에 있다 보니까 그런 현상을 더 많이 봐요. 하이힐 신고 계단 오르기가 싫은지 아니면 힘들어서 그런지 한 층을 움직일 때도 몇 십 초씩 기다려서 엘리베이터를 타요.

Q : 『계단, 문명을 오르다』(전 2권)는 ‘소통과 교류로 본 계단의 문화사’라고 하셨는데요. 부연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A : 계단은 기능적으로 보면 복도와 함께 소통 부재입니다. 사람이 오가는 곳이고 그러다보니까 물류도 오가고 정보도 오가고 권력도 오가고 거래도 오가고, 아무튼 모든 종류의 사회적 교류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19세기까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계단을 지은 것은 문명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문명의 모든 구성원들 사이에 충분한 소통과 교류의 역할과 기능을 했었지요. 이것을 추적해서 밝히고자 했던 겁니다.

Q : 인문의 시선으로 본 ‘계단의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입니까?

A : 계단이 갖는 문명사적 의미를 복원하자는 겁니다. 이것은 건축가와 일반인 두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와 관계해서 보자면, 서양 현대 건축가들 중에는 계단의 고수들이 많아요. 반면 우리나라는 전무해요. 이것이 좋은 건축가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까지 나타납니다.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재미있고 유익하고 고급스러운, 그러면서도 손쉽게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조형물 하나를 잃어버린 꼴이죠. 이걸 되찾자는 겁니다. 재미있는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Q :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 공공건축이 되었건 개인 건물이 되었건 건물을 발주하고 디자인하고 짓는 쪽에게 좋은 계단을 만들어달라고 압력을 넣어야 됩니다. 그리도 일상 주변을 찾아보면 재밌는 계단들이 제법 숨어 있습니다. 그걸 찾아내서 즐기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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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 지은이의 말

1장 새로움의 전야 - 프로토 바로크
01 계단의 다원성을 이해한 팔라디오
《건축사서》에서 계단 유형을 연구하다 | 복합 형식의 계단을 창안하다
02 비뇰라, 계단에 ‘시간’을 넣다
빌라 줄리아의 계단 | 계단만으로 연속 공간을 만들다 | 에스코리알, 대현스케일과 화려한 천정화
03 현대 건축으로 되살아난 바로크의 계단
퐁텐블로의 백기사 안마당 계단을 빌려 쓴 현대 건축 | 바로크 출입구 형식화를 활용하다 | 네오 팔라디아즘

2장 축제의 계단을 만들다 - 바로크 1
04 이탈리아 제노바의 계단
에스코리알의 영향 | 루라고와 비안코
05 바로크 대 계단이 탄생하다
바로크 군주의 ‘계단 주택’| 계단 주택 하나에 네 개의 사각 회전 계단
06 바로크 계단의 정수, 축제의 계단
축제의 정원 그리고 계단 | 출입구 형식화를 강화한 상수시 왕궁
축제용 곡선 계단을 선보인 푀플만 | 빈의 벨베데레와 쇤브룬 왕궁

3장 문명의 전성기를 이어주다 - 바로크 2
07 분산과 뒤틀림
프랑스의 바로크 계단 | 현대적 응용 소재가 풍부한 이탈리아 바로크 계단
08 과리니와 베르니니의 계단
하늘 오름을 꾀하는 현대 건축 | 가리기로 은밀한 계단을 완성하다 | 스칼라 레지아
09 비비에나, 피라네시의 뒤틀린 투시도
카프리치오를 창출하다 | 현대 건축, 바로크 카프리치오를 응용하다 | 프로토게시으,ㅣ 네오 바로크

공공 영역이 계단에 나타나다 - 18세기
10 계몽주의가 창안한 공공성 담론
시민의 등장 그리고 사적 계단 | 프티 트리아농, 치스윅 하우스
11 프랑스 대혁명과 독일 신고전주의
19세기 공공성의 기틀을 닦다 | 도심 속 노천 계단 공원, 스페인 계단
12 노천 계단의 등장
파리 사크레 쾨르의 노천 계단 | 현대 건축, 노천 계단을 도심공원에 활용하다 | 바로크의 인공폭포를 활용하는 현대 도심 소공원

5장 제국의 계단을 구축하다 - 19세기
13 제국 계단의 탄생
대형 공공 공간 속에 등장한 제국 계단 | 전시 공간과 제국 계단 | 학교와 극장
14 모순이 공존하는 계단
공공성과 전제성 | 제국의 전제성이 두드러진 브뤼셀 대법원 계단 | 기능적 공공성을 대표하는 베를린 구 박물관 계단
15 화려한 부르주아 계단의 출현
19세기 상업 공간과 낭트의 파사주 폼므레이 | 상업 공간의 결정판, 파리 백화점 3총사

6장 계단, 새로운 문명을 오르다 - 20세기
16 모더니즘을 오르는 계단
그로피우스의 계단 | 르 코르뷔지에의 계단
17 관음증을 자극하는 계단
은밀한 곡선을 활용하다 | 산책로를 이어받다 | 고층 건물의 짝, 옥외 비상계단
18 자본주의 계단 VS 사회주의 계단
마천루와 현대판 바벨탑 | 모더니즘 탑 구조물 | 현대판 제단으로 거듭나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