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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아웃사이더
시스터 아웃사이더
저자 : 오드리 로드
출판사 : 후마니타스
출판년 : 2018
ISBN : 9788964373118

책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의 바이블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블랙 페미니즘이 도착했다
★ 우리 안의 타자를 보듬는 언어가 페미니즘이다
★ 강렬한 고통과 성찰의 흔적이 파닥거리는 시적 산문들

★ 페미니스트들의 페미니스트, 오드리 로드가 남긴 투쟁의 언어들

“억압은 하나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으며 혁명도, 투쟁도, 우리 자신도 그렇다”
“주인의 도구로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하나의 이슈만을 다루는 투쟁이란 없다. 우리 삶이 하나의 이슈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시스터 아웃사이더●
페미니즘은 우리 안의 아웃사이더들을 보듬는 언어다

벨 훅스, 애드리언 리치, 사라 아메드 등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오드리 로드의 가장 핵심적 산문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집이다. 1970, 80년대 백인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과 남성 중심의 흑인 민권운동에 맞서 아웃사이더, 즉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로서 강렬한 비판의 언어들을 쏟아냈던 시기(1977~83)의 글들이 모여 있다. 특히 이 책은 초판(1983)의 글들 외에도, 그녀의 레즈비언·게이운동에 대한 공헌을 보여 주는 세 편의 글을 추가했으며, 2017년 사라 아메드가 쓴 오드리 로드에 대한 해설을 함께 실어 로드의 현재적 의미를 살린 독자적 한국어판으로 꾸며졌다.
백인 남성 중심 사회뿐 아니라 이에 맞선 페미니즘 운동과 민권운동 내에도 존재하는 모순과 차별, 억압을 사유하며 “차이”의 의미와 억압의 “교차성”을 선구적으로 이론화했던 그녀는 페미니즘이 무엇보다 “우리 안의 타자들”을 보듬는 언어가 되어야 하며, 혁명은 그 어떤 차이도 희생하지 않은 온전한 자아들의 연대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지금도 이 책은 페미니스트라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고전으로 읽히고 있으며, 그녀가 남긴 수많은 언어들은 페미니스트들뿐만 아니라 각종 억압에 맞선 투쟁의 도구로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다.

●차이와 정체성●

“당신이 두려워하는 얼굴은 나일지도 모른다. … 나는 여성이자 흑인 레즈비언이다.”
로드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 했다. “백인 남성 이성애 중심적 자본주의”(젊고 하얗고 마르고, 남자이고, 이성애자이고, 기독교를 믿고 돈이 있는 이들이 지배할 권리를 가지는 사회)에서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인 그녀는 “다르고, 열등하며, 잘못된 뭔가”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 사회뿐만이 아니다. 동일성의 정치학이 지배적이던 당시 여성 공동체에서는 그녀에게 페미니스트임을 증명하라 했고, 흑인 공동체에서는 얼마나 검은지 증명하라 했다. 하지만 로드는 페미니스트 공동체에선 흑인으로서, 흑인 공동체에선 여성으로서, 이성애자들 앞에선 레즈비언으로서 싸웠다. 그녀는 늘 ‘자매’의 얼굴을 한 아웃사이더였다. 이 책의 글들은 대부분이 그런 고투의 기록이다.
백인 페미니스트 학계가 후원하는 학술대회에 가서 “백인 페미니스트들이 백인 남성 노예주와 같은 위치에서 흑인 여성의 억압에 봉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주인의 도구...」), 흑인학 학술지에 흑인 남성 지식인의 성차별주의를 고발하며(?성차별주의?), 흑인 여성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혐오가 자기혐오에서 나오는 것이니 스스로를 성찰해 보라고 하는(「서로의 눈동자...」)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진짜 흑인” “진짜 페미니스트”를 인증하라는 요구에 로드는 스스로를 하나의 범주로 정체화하지 않고 “나는 흑인인 동시에 여성”이고 “여성인 동시에 흑인”이라고 대답한다. 로드에게는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차이 하나하나가 똑같이 찬양받아야 할 것이었다. 이는 어느 하나의 고정관념에 국한되기보다는 “온전한 삶을 살려는 욕망”, “자기 자신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하나도 빠짐없이 포기하지 않으려는 욕망”, “그 모든 차이들이 가진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욕망”이었다.

●감정정치 / 혐오, 분노, 공포의 동학과 내 안의 억압적 가치에 대한 성찰●

“우리는 외부에서 우리의 인간성을 말살하는 세력들뿐만 아니라 강제적으로 내면화된 우리 안의 억압적 가치에 대해서도 맞서 싸워야 한다.”

이 책의 백미 가운데 하나는 『분노의 활용』,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등에서 로드가 보여 주는 지배의 감정적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다. 로드는 억압의 구조에서 혐오나 공포, 분노와 같은 감정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데 주목했다. 비인간화된 자본주의 사회는 여자들이 “너무 감정적”이라며 그들의 이야기를 비가시화하고, 감정 자체를 이성적 사유에 무릎 꿇게 만들었지만, 로드의 분석에 따르면 사실 지배의 속성은 그 무엇보다 감정적 동학을 지닌다. 예를 들어, 한 흑인문학 학술대회에서 “레즈비어니즘을 용인하는 것은 우리 인종의 종말을 용인하는 것과 같다”고 한 이성애자 흑인 여성의 공포는, 동성 간 성적 접촉에 대한 반감보다는 남성에 목매지 않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존재에 대한 상상된 공포에 있다. 인종차별주의자가 흑인의 힘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단 한 명의 흑인이 전체 혈통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성애주의자의 눈에는 레즈비언의 존재가 너무나 강력해서 단 한 명의 레즈비언만 있어도 모든 여성이 오염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로드에 따르면, 미국 사회에서 여성 혐오,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차별을 떠받치는 심리 구조는 흑인 여성 혐오다. 로드는 권력구조와 불평등이 지속되는 메커니즘 속에는 이런 혐오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억압적 권력 구조와 사회 불평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왜곡하고 마비시키고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도록 규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고 여성적인 것이라면 무엇이든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회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들 개개인의 마음속에 이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것은 자기혐오로 자리 잡아 흑인 여성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서로에게 거리를 두거나 분노를 엄한 데 표출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로드에게 감정은 권력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중요한 결절점이기도 했다. 관건은 분노와 같은 내면의 감정들을 제대로 성찰하고, 그 표적이 (같은 여성이나 약자들에게가 아니라) 올바른 곳으로 향하도록 하는 데 있다. 공포와 같은 감정 역시 깊이 성찰해 보면 사실 “두려워할 게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혐오에 빠진 자신을 인식하고 돌보는 일이다. 망가진 내면을 돌보고 살아남은 나를 보듬는 일은 고통이 수반되고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지만 여성들에게 절실하다. 그래야 “내 느낌이 맞아”라고 긍정하며 저항을 시작할 수 있다. 로드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가르친 백인 아버지들의 가르침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가르침을 따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나는 자유롭다”이다. 특히 “자기 내부의 깊숙한 그곳으로 내려가 거기 살고 있는 갖가지 차이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만져 봄”으로써 “자기 안에 존재하는 잊고 있던 것들, 꿈, 이단적 행동들”을 시도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자기 변화는 사회 변화와 연결된다.

●억압의 교차성과 분열 전략●

“레즈비언 공동체에서 나는 흑인이고, 흑인 공동체에서 나는 레즈비언이다. 흑인에 대한 어떤 공격도 레즈비언과 게이 이슈다. 나와 수천 명의 흑인 여성들은 레즈비언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레즈비언과 게이에 대한 어떤 공격도 흑인 이슈다. 수천 명의 레즈비언과 게이는 흑인이기 때문이다. 억압에 위계란 없다.”

로드의 억압에 대한 통찰에서 또 다른 핵심은 “교차성”이다. 로드는 여성 혐오와 동성애 혐오가 인종차별, 계급 차별 등과 맞물려 작동하면서 서로를 강화하는 권력 구조에 대해 분석한다. 여성이 인종, 계급, 성정체성, 시민권상의 지위, 학력, 나이 등에 따라 질적으로 다른 젠더 억압을 경험한다는 점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던 시절, 그녀는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가 다른 권력 구조에 의해 복잡하게 강화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교차적 권력 구조를 규명하는 작업을 한다. 로드는 페미니즘의 핵심 원리는 모든 형태의 억압이 상호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고 강조한다.
오드리 로드가 분석하는 가부장제의 또 다른 지배전략은 ‘분열’(‘분리’)에 있다.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 시와 이론을 분리하고, 자아의 한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며, 집단 내 분열을 조장하는 지배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 예를 들면, 여자들이 남자들의 시선에 따라 자신을 평가하고 남성의 주목을 받으려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기는 게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수평적인 적대감을 부추겨 더 절박한 억압의 문제를 은폐한다. 또 흑인 여성과 흑인 남성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흑인 여성 교수가 임용상의 불이익을 받을 때 흑인 남성이 연대하기보다는 자기 자리를 빼앗은 여자로만 바라보는 것이 그 예다.
로드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행동은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오류다. 이는 우리끼리 나눠 가져야 하는 자유의 양이 한정되어 있고, 자유의 가장 크고 달콤한 부분은 더 강한 자와 승리한 자에게 돌아가야 할 전리품이라고 생각하는 그릇된 통념에 입각해 있다. 그래서 서로 힘을 합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싸움을 하는 대신, 파이 하나를 두고 더 큰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우리끼리 서로 다투는 것이다. 로드에게 페미니즘이란 이런 분리된 것들을 서로 연결하고 불필요한 분열을 치유하는 데 있다.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죽음에 맞선 말의 힘●

“죽음 앞에서 내가 가장 후회하는 부분은 바로 내가 침묵했던 순간들이었다. … 대체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던 걸까? 그때 내가 말했다면 그 대가는 고통이나 죽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은 결국 사라지기 마련이며 죽음은 결국 침묵을 의미한다. 말을 했든 못했든 죽음은 찾아온다.”

그녀에겐 일상적 언어를 구사하기 전에 먼저 시를 구사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누가 안부를 물으면 자신의 기분에 맞는 적절한 시를 찾아 암송했던 그녀는 열두 살 때부터 직접 시를 쓰기 시작했고, 왕따인 친구들과 시를 통해 소통했으며, 고등학교 때 학교 문예지가 게재를 거부한 시를 들고 나가 잡지에 실었다. 그리고 그녀는 1960년대 인종문제, 여성 문제 등을 다룬 시집을 1년에 1권씩 발표하며 시인으로 입지를 굳힌다.
이 책에 수록된 그녀의 산문들이 “우리가 미처 깨닫거나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에 뿌리 내리고, 살아 숨쉬는 듯한 시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시인으로서의 오드리 때문이다. 그녀는 이론과 경험이 혼합된 독특한 자기만의 스타일로 글을 썼다. 특히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유명한 글들은 대부분 학회나 집회 현장에서 했던 연설문들로 육성을 바로 옆에서 듣는 듯한 생생함과 강렬한 감정 묘사, 한 문장으로도 “근대적 기획”을 해체해 버리는 깊이와 통찰을 특징으로 한다. 그녀가 만들어 낸 언어들이 유난히 투쟁 현장에서 많이 인용되는 경구가 된 것은 바로 이런 깊이, 즉 곱씹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창조성에 있다.
스스로를 성찰하며 솔직하게 살고자 했던 로드에게 말하기(/글쓰기)는 동시에 삶이자 정치적 실천이기도 했다. 그녀의 글은 자신의 삶과 직결돼 있었다. 그녀는 자기 삶을 성찰하고 그 속에서 외적 차별과 억압뿐 아니라 내면화된 억압의 잔해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녀는 “살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었던” 흑인 레즈비언 시인으로서 “살아남지 못할 운명인 이들”을 위해 항상 “죽음을 마주하며” 전장에서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죽음이란 자신보다 앞서 살았던 이들의 죽음(흑인 아이, 흑인 여성, 레즈비언게이 등 빼앗긴 삶들, 지금도 빼앗기고 있는 삶들)과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녀에게 페미니즘은 이런 죽음을 직시하는 행위에서 나온다. 인종주의자들이 교회에 던진 폭탄에 산산조각 난 흑인 소녀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흑인 여성들의 연쇄살인 사건, 오디션을 보러 갔다 흑인 남성의 망치에 맞아죽은 흑인 여성 등 그녀의 글은 부당하게 빼앗긴 삶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며 그것을 언어화함으로써 죽음과 같은 침묵에 맞서고자 했다. “시”, 즉 여성들의 감정을 들추어내는 언어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인 이유는 바로 이런 맥락에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는 침묵을 언어와 행동으로 바꿀 때의 위험과 고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기에 위험하고 어렵다. 여성학회에서 백인 페미니스트들이 가부장제에 복무하고 있다고 비판할 때, 흑인 남성 지식인들에게 백인 가부장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할 때, 동성애자가 이제 막 베일을 벗기 시작한 때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하면서 그녀가 치른 말하기의 대가는 물론 컸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비난과 혐오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드는 그 고통과 소외와 외로움을 곱씹으며, 그래도 침묵보다는 말하는 게 낫다고 이야기한다(「침묵을 언어와 행동으로...」). 이 사회는 (특히 여성에게)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존중하도록 가르치지만, 궁극적으로 침묵은 우리를 질식시켜 버릴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진실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언어와 그것의 의미를 중시하기보다 두려움을 더 중시하도록 사회화되어 왔지만(누가 무시하지나 않을까 비난하지 않을까 이걸로 완전히 끝나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가시화하는 데 대한 두려움)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사치스러운 최종적 순간만을 기다리며 침묵한다면, 그 침묵의 무게는 우리를 질식시킬 것이다. 이 사회는 우리가 말을 하든 침묵하든 상관없이 우리를 파괴할 것이다. 우리는 처박혀서 영원히 침묵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두려워도 말해야 한다. 침묵은 우리가 주변화되고 억압받지 않도록 보호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작업은 스스로의 무기력과 공포를 이겨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단순히 알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마음속 깊이 묻어 둔 진실을 실제 삶에서 실천하고 말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 이런 방법으로만 우리(레즈비언, 여성)는 생존할 수 있다. 말한 이후의 결과가 아무리 두려워도,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아무리 크다 해도 말하는 게 낫다. 말하기로 인해 무슨 대가를 치루든 말하지 않았을 때의 대가가 항상 더 크기 때문이다.

● 추천사●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도 딱 맞게 오드리 로드가 도착했다. 여성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흑인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스트이지만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해야 했던 오드리 로드는 뜨겁고 단단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건, 그녀가 곱씹는 공포와 혐오가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그것과도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자는 이들 사이에서도 벌어지는 차별과 배제, 연결되어야 할 이들을 갈라놓는 의도적인 오해와 멸시에 그녀는 분노하면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절망하기보다 그 분노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끈질기게 모색한다. “주인의 도구”가 아닌 새로운 도구로 “주인의 집”을 해체할 방법을 찾아 그녀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고 시적인 목소리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침묵을 깨고, 차이를 우리의 힘으로 만들고, 그리고 “구조 밖에 존재하는 아웃사이더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이다.●한채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나도 묻는다,
“누가 여성입니까, 저는 여성이 아닙니까?”?
이 질문이 영원한 것처럼, 오드리 로드 역시 그럴 것이다.●정희진

같은 벽을 만났다. 수십 년간 똑같은 벽 앞에 서서 생각했다.
결국 방법은 권력인가. 약자들이 권력을 가져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걸까. 같은 벽 앞에 서서 무기력함을 곱씹을 때마다 방향감각이 조금씩 흔들리곤 했다. 요즘 부쩍 그랬다. 생각과 표현과 방법이 다른 걸 견디지 못하고 상대를 절멸시켜 버리겠다는 협박이 저항의 언어로 인기를 끌게 된 건 결국은 권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오드리 로드의 말대로,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는 차이를 인간의 역동적 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능력에서 비롯된다. 우리 중 누군가가 권력을 갖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모두가 함께 권력에 저항할 때 세상은 바뀐다. 결국은 차이에 기반을 둔 연대의 정치만이 우리가 서있는 풍경을 바꿀 수 있다.
방향감각을 다시 정비해야 할 때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논쟁 가운데 있는 ‘우리’ 페미니스트들 모두가 이 행운을 누릴 자격이 있다.●권김현영

풍부한 비전과 도덕적 용기, 그리고 그녀의 언어가 촉발하는 열정으로 말미암아, 로드는 이미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시인이 되었다.●애드리언 리치

내가 오드리 로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녀가 정치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솔직했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산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얼마나 대단하고 즐거운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끈질기게 그런 삶의 진실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 주고 가르쳤다. 오드리, 그녀가 그립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녀에게 말하고 싶어진다.●앨리스 워커

그녀의 글들이 마침내 침묵을 깼다.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가시화할 수 있는 힘과 이론, 그리고 자유로운 언어를 얻게 되었다. 로드는 우리가 공포의 덫에 사로잡히지 않을 용기를 주었다.●벨 훅스

당신이 했던 말들이 마치 치통처럼 계속 저를 괴롭히고 찌르고 삐걱거리게 합니다.
“당신의 침묵은 당신을 지켜 주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에 띄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 죽음으로써 더 강해진 당신은 조용히 거기 서서 말합니다.
“우리가 말을 하든 안 하든 그 기계는 우리를 잘게 부숴 버릴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두려움은 남는다.”
“당신의 침묵은 당신을 지켜 주지 않는다.”
어떤 이들이 침묵할 때, 더듬거릴 때,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쓸 때,
공포 때문에, 돈 때문에, 사랑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입을 닫을 때, 당신은 그 침묵이 뭐냐고, 그 고통이 뭐냐고 묻습니다. 보고 싶은 오드리, 부디 계속 우리에게 말하는 법, 깨닫는 법을 가르쳐 주기를.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이 침묵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글로리아 조셉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내 스스로 내 입으로 말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작가이자 활동가, 두 아이의 엄마이자 레즈비언,
흑인이자 여성,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주의자, 사서이자 교수였던 그녀는
항상 위험을 감수하며 스스로에게 이 이름들을 부여했고,
그녀의 존재를 어렵게 만드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곳에서 하라.
그녀는 이 책에서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로드가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면 당신도 그녀에게 말해야 한다. 자, 이제 당신이 로드에게 말을 걸 차례다. ●사라 아메드

이 책은 중요하다고 접어둔 곳, 밑줄 그은 곳, 커피 자국으로
손때가 잔뜩 묻은 채
내 서재에도 있고, 머리맡에도 있고, 사무실 책상 위에도 있다.
이 책은 나한테 내 안경이나 다름없다.●셰릴 클락

오드리 로드는 읽는 게 아니다. 느끼는 것이다.●Essence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나는 늘 오드리 로드에게로 돌아가곤 한다.●알렉시스 폴린 검스(Bitch Media)

마음이 어지럽고 감정적으로 충전이 필요할 때면 나는 늘 오드리 로드의 글을 다시 펼쳐 본다. 로드는 읽을 때마다 지금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정말 감탄하게 된다.●애프터 앨런 닷 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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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추천의 글(2017) 사라 아메드 13
추천의 글(2007) 셰릴 클락25
초판 해제(1983)낸시 베리노28

시는 사치가 아니다39
침묵을 언어와 행동으로 바꾼다는 것46
표면에 흠집 내기·여성과 사랑을 가로막는 장벽에 대한 단상들54
성애의 활용·성애의 힘에 대하여69
성차별주의·흑인 가면을 쓴 미국의 병폐81
메리 데일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92
남자아이·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의 응답103
애드리언 리치와의 대화118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174
이 무시는 언제 끝날 것인가182
나이, 인종, 계급, 성·차이를 재정의하는 여성들193
분노의 활용·인종차별주의에 대응하는 여성들211
1983년 워싱턴 행진 연설231
억압의 위계란 없다233
1960년대로부터 배울 점236
다시 찾은 그레나다·중간보고서256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흑인 여성, 혐오, 그리고 분노281

옮긴이 해제340
미주359
오드리 로드 작품 연보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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