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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추락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우상의 추락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저자 : 미셸 옹프레
출판사 : 글항아리
출판년 : 2013
ISBN : 9788967350703

책소개

20세기 인류는 프로이트에게 농락당했다?

‘정복자’ 프로이트의 진면모를 드러내는 본격 비평 『우상의 추락』. 무의식의 발견을 통해 이성적 거대서사에 숨겨진 병리적 측면을 다채롭게 드러냄으로써 인간 이해의 인식적 차원을 대폭 확장시킨 프로이트의 이론은 니체, 마르크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던과 포스트모던 시대를 풍미했다. 이 책은 그러한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전을 시도한다.

저자는 정신분석학이 니체를 비롯한 선학들의 철학적 전통을 등에 업는 동시에 그 흔적을 체계적으로 지우고, 각종 조작된 실험결과를 통해 과학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온 한 권력 화신의 날조물이라고 주장한다. 프로이트의 전기적 삶을 세밀하게 복원하는 동시에 프로이트의 방대한 이론적 궤적을 징검다리 밟듯 하나하나 해부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20세기는 프로이트에게 농락당했다?
정복자 프로이트의 진면모를 드러내는 본격비평
프로이트를 읽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 프로이트를 과학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단호한 신념이나 절대 원칙 없이 현실에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정복자’였을 뿐이다.

* 프로이트는 환자를 상대로 직접 겪은 의료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을까?
아니다. 그는 존재론에 대한 자전적인 경험을 통해 이론적 담화를 전개시켜 나갔을 뿐이다. 근친상간에 대한 개인적인 경향을 마치 인류 전체에 적용시켜 일반적인 경향인 것처럼 주장하려고 했다.

*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으로 환자를 치료한 의사인가?
아니다. 코카인 복용, 전기요법, 최면술은 물론 1910년에는 손 접촉, 냉기 보존 효과를 이용한 치료까지 시도한 프로이트의 치료법은 결국 기적을 바라는 행위에 가까웠다.

* 프로이트는 성의 자유를 부르짖는 자유주의 사상가인가?
아니다. 그가 쓴 작품은 성에 있어서 금욕적인 생활을 이상적인 삶으로 여긴다.
더욱이 남근숭배 사상, 여성 혐오증, 동성애 혐오증을 나타냈다.

* 프로이트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인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살아생전에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침묵을 지켰고,
파시즘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책 소개

이 책은 한 정복자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다. 정복자 이름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이 책은 정복자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전을 시도한다. 칼을 든 이는 아감벤, 바디우, 지젝 등과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사상가’로 거론되는 미셸 옹프레다. 『반反철학사』(전6권)를 집필하는 등 방대한 지적 영토를 종횡으로 넘나드는 사유의 모험가인 옹프레는 2010년 이 책을 출간해 사회적 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프로이트를 단연 단죄의 무대 위로 올려놓았다. 무의식의 발견을 통해 이성적 거대서사에 숨겨진 병리적 측면을 다채롭게 드러냄으로써 인간 이해의 인식적 차원을 대폭 확장시킨 프로이트의 이론은 니체, 마르크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던과 포스터모던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은 니체를 비롯한 선학들의 철학적 전통을 등에 업는 동시에 그 흔적을 체계적으로 지우고, 각종 조작된 실험결과를 통해 과학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온 한 권력 화신의 날조물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옹프레는 프로이트의 전기적 삶을 매우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동시에 프로이트의 방대한 이론적 궤적을 징검다리 밟듯 하나하나 해부하는 방식으로 이 놀랍도록 잘 꿰매진 정신병리적 퀼트를 원래의 실뭉치로 돌려놓는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 독자는 프로이트라는 냉혹하고 잔인하며 트라우마로 가득한 자기중심적인 인간 자체에 대해 매우 놀랄 수밖에 없으며, 20세기 내내 지적인 사유의 수원지 역할을 했던 그 수많은 통찰이 어떻게 이러한 날조와 과장, 가로채기와 인멸의 과정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옹프레와 프로이트의 만남

고아원 출신인 미셸 옹프레는 “프랑스 교육부가 프로이트를 철학계의 귀중한 자산으로 여긴 덕분에 나는 학교에서 프로이트의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웬만한 권장도서는 다 읽었을 정도로 많은 책을 섭렵했다. 프로이트의 책은 물론이거니와 참고문헌에 언급된 권장도서도 빠짐없이 읽었다. 프로이트가 쓴 『농담과 무의식과의 관계』와 『꿈의 해석』 그리고 『메타심리학』도 읽었다. 솔직히 말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어도 마르크스의 책을 읽을 수는 있다. 또 스피노자를 추종하지 않더라도 그의 책은 읽을 수 있고 플라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아니다. 프로이트의 책을 읽으면 선택의 여지없이 프로이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청소년기의 그는 열렬한 프로이트주의자였다. 17살에 캉 대학에 입학한 옹프레는 대학 강의에서 프로이트가 쓴 『정신분석학의 다섯 강의』에 등장한 여러 정신분석의 작용 원리를 들으면서 프로이트의 ‘유명한’ 환자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도라Dora, 한스Hans, 늑대인간, 쥐인간, 슈레버Schreber 박사를 비롯해 여러 정신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프로이트가 만들어낸 인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환자들의 증상을 통해 히스테리, 병적인 공포, 유아 신경증, 강박 신경증, 망상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웠다. 프로이트는 여러 별칭으로 불린 익명의 환자들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 이론과 방법을 말이나 혹은 글로 설명하여 이론을 퍼뜨렸고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와 국경지대에 위치한 나바르를 오가며 철학 교실에서 강의한 적도 있다.
그 시절에 저자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다섯 가지 정신분석학 외에 다른 주제를 다룬 책도 읽었다. 『문명 속의 불만』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 『환상의 미래』를 읽었고, 디디에 앙지외가 박사논문으로 쓴 유명한 『프로이트의 자기분석』도 읽었다. 옹프레는 기술고등학교 철학교사로 발령받았을 때쯤엔 프로이트를 다룬 약 2500쪽 분량의 책을 읽고 있었다. 철학을 가르치게 되자 그는 프로이트를 잊지 않고 수업 내용에 포함시켰다.
어린아이의 성적 발달이 구순기에서 가학성의 항문기를 거쳐 생식기로 바뀐다는 이론, 이 변화과정에서 인간에게 트라우마가 형성된다는 것, 불가피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신경증을 유발하는 성적 병인학, 심리적 기제와 관련된 두 가지 장소론, 억압과 승화의 상관성을 비롯해 신성함에 대한 기술, 억압의 의식화, 여러 가지 증후의 소멸, 치료 양상에 대해 그는 학생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곤 했다. 그런데 칸트의 ‘범주적 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이나 니체의 ‘초인超人’에 대해 말할 때와 정신분석학에 대해 말할 때 학생들의 반응이 달랐다. 적극적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것이었다.
동성애에 대한 성적 정체성이 성립되는 과정,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는 부자관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리비도의 장애 사이의 연관성, 여성의 성적 특징이 클리토리스에서 질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 성적 변태와 관련된 여러 문제 제기, 환자를 침대에 눕혀놓고 분석치료를 유도하는 정신분석학에 대한 거부반응과 관련해 수업을 할 때면 그는 직접 제자들 각자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화나 인간 존재의 특정 부분들을 언급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정신분석학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정신분석학을 배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한다는 발상은 자칫 마법적이고 신비주의적 이미지를 풍기는 시간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이 누리는 위험한 권력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옹프레는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예전의 무한 신뢰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성직자의 계급적 지위와 권력을 이번에는 정신분석이 차지한 것 같아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정신분석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이트의 핵심 통찰 10가지

저자 옹프레는 사람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프로이트를 유명하게 만든 핵심 통찰을 아래의 열가지로 정리한다.

1.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혼자서 발견했다. 과감하면서도 용기 있게 자기분석을 통해 무의식을 이론화했다.
2. 말실수lapsus, 하려다 못한 행동, 갑자기 떠오른 단어, 망각된 고유명사, 어떤 대상을 왜곡하는 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정신병리학적 현상이다.
3. 꿈은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억압된 욕망이 꿈의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에 개인의 무의식으로 가는 최상의 지름길이다.
4. 정신분석학은 임상 징후를 관찰하여 객관적으로 분석한 과학이다.
5. 프로이트는 실질적인 치료와 침대에 누운 환자의 정신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정신병리학이 진단한 병을 낫게 해주는 방법을 발견했다.
6. 정신분석을 통해 억압된 기제를 의식화함으로써 병적 징후를 없앨 수 있다.
7.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자녀가 자신과 다른 성을 가진 부모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끼게 되면서 동성인 부모를 없애야 하는 적으로 상징화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8. 정신분석에 대한 거부는 고집을 부리는 그 주체에게 신경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단서가 된다.
9. 정신분석학은 일종의 해방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10. 프로이트가 계몽주의 철학의 난해한 비평적 이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구체화시켰다.

지적 활동을 추구하는 엘리트 대부분이 이 핵심 구절을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프로이트 이론은 점점 일반인에게까지 전파되었고 마침내 이데올로기로서의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린아이의 손에 들린 책 속에서도 프로이트란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비평가’들의 평가가 왜곡시킨 작가의 본색

하지만 경계심을 갖게 된 옹프레는 프랑스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프로이트 전집을 구입해 연대기별로 차례차례 열심히 읽었다. 그러다보니 프로이트가 집필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주고받은 주요 서신을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가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읽은 유용한 참고문헌도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한 개인이자 가족의 구성원이며 그 시대를 산 역사적인 인물로서 프로이트라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조명함으로써 그의 이론에 담긴 맥락상의 의미가 더 잘 이해되었다. 나는 하나의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와의 상호관련성 없이 그 텍스트에 담긴 내용을 신뢰하는 구조주의에 입각한 독서 취향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주체가 오로지 자신의 순수한 정신으로만 작성한 글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았다.
철학교수라면 모든 자료를 읽어보고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연구해야 한다. 정신분석학을 비판하는 반대자들의 개입을 예상한 저자 옹프레는 역사비평가들이 쓴 책도 읽어두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의 계보를 연구한 역사학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기고한 기사들이나 진지하게 자신의 관점을 요약해 쓴 책들을 읽었다. 그러면서 오류가 있는 주장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유용한 상황에 활용했다. 과거의 신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학자들은 문학을 비평하면서 작가들을 수정주의자, 반유대주의자 아니면 반동분자, 극우파에 우호적인 사람 등 극단적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옹프레는 과거에 그렇게 분류된 책들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들이 ‘가까이할 만한 지식인이 아니’라고 말한 작가의 책은 아예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등한시하던 작가들의 책을 읽게 되었고 그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발견이었다”라고 옹프레는 말한다. 역사비평가들이 반유대주의자라고 비판한 작가들이 알고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그리고 수정주의자라고 여겨진 작가들도 그런 비판을 받을 이유가 부족했다.
작가들의 정치적인 성향도 마찬가지다. 좌파 성향이 없더라도 굳이 극우파란 말을 들을 만큼 극단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사비평가들은 주로 자신들이 쓴 책에서 수정주의자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본문 하단에 단 주석에 여기서 언급한 수정주의자라는 표현은 나치의 독가스실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본래의 수정주의 집단과는 상관이 없다는 식의 부연 설명을 했다. 그렇다면 굳이 수정주의자라는 애매한 표현을 쓸 필요가 있을까? 확인 가능한 역사적 자료를 증거물로 보여주면서 해당 작가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옹프레는 말한다.

“정신분석학을 비평하는 역사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정신분석이 제시한 최후의 해결책을 부정만 하면서 과연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을까?”

프로이트 전기의 출간

프로이트가 거짓을 많이 말하고 사실을 왜곡하며 개인적인 전설을 꾸며내기 위해 애썼다는 비판이 대두되기도 했다. 프로이트가 편지들을 없애고 생전에 제자들과 딸이 열정적으로 참여한 활동에 대한 흔적도 말끔히 지워버렸을 뿐더러 자기 의도에 맞는 편지와 활동 내용만 남겨두고 그 나머지는 모두 없애버렸으며, 특히 친구 빌헬름 플리스Wilhelm Fliess와 주고받은 편지들을 없애는 일에 열심이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프로이트가 숫자 점에 관심이 많았고 텔레파시에 흥미를 느껴 결국 신비학과 관련된 이론을 신봉하게 된 과정이 담겨 있었다. 프로이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회수해 없애버리거나 자신이 바라는 신화적인 전기에 수록되면 좋을 만한 내용으로 고쳐 썼다. 그렇게 수년간 편지를 작성하며 자신을 미화한 전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사망한 지 한참 지난 2006년 10월 어느 날 드디어 프로이트의 전기를 모두 모은 전집이 출간되었다. 이 전기에는 군더더기가 많았다. 역사학자의 충고를 무시한 채 프로이트를 추종하는 이들은 프로이트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량의 고문서 기록을 책에 수록했다. 그래서 그전까지 대중이 몰랐고 연구자들이 읽을 수 없었던 금지된 내용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연구자는 그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2057년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프로이트와 관련된 자료들이 연구자들에게 열람 가능한 문서로 전환되면서 프로이트협회는 프로이트 전기에 만족했다.
하지만 프로이트를 추종하는 전기작가들의 의도와 달리 사람들은 그 전기를 통해 프로이트가 임상 사례를 조작하고, 환자를 가상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프로이트 이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제 치료 사례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이 조작한 내용과 관련된 증거물도 모두 없애버린 것이다. 코카인과 관련된 이론만 해도 그렇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코카인 치료법을 열정적으로 주장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효과를 입증받지는 못했다. 암묵적인 부인만 계속 이어졌고, 결국 프로이트가 직접 코카인 치료에 성공한 환자들을 내세우며 자신의 이론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어 프로이트의 환자 중 한 명인 안나 O가 정신분석으로 치료되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프로이트가 전 생애에 걸쳐 성공 사례로 내세우던 것이지만 정신분석학의 옛 문서를 검토한 결과, 정신분석 치료에 성공한 다섯 가지 질환과 관련된 차트에 그녀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심지어 환자 안나는 상태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늑대인간 사례로 잘 알려진 러시아 청년 세르게이 판케예프도 프로이트의 주장대로라면 치료에 성공한 환자였다. 그러나 그는 1979년 92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70여 년 동안 10명의 정신분석가에게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비평가들이 쓴 책을 읽으면 우리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빛내고 멋진 신화를 남기기 위해 고독 속에서 몸부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이트는 그 스스로 정신분석학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그 이전 세대 학자들이 남긴 논문과 연구 보고서를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오늘날 이 학자들에 대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은데, 프로이트가 다른 사람이 발견한 과학 이론을 마치 제 것인 듯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프로이트의 사상이 담긴 정신분석의 역사적 계보학과 그와 관련된 저서들이 존재하게 된 데는 과거 프로이트의 사상을 떠받든 저서들과 프로이트를 미화한 전기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해당 문헌과 자료들은 프로이트가 살아 있을 때 작성된 것들이다. 프로이트 저서의 탄생과정, 주요 개념과 그 이론의 발생과정을 다룬 역사적 비평은 그때만 해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프로이트를 둘러싼 전설을 깨뜨릴 만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책을 모두 없애거나 내다 버리고 프로이트 전집은 지하창고에 쌓아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가 혹평을 하든가 아니면 프로이트의 이론을 주제로 한 토론이 있을 때마다 그 정보들을 부인하고 논쟁 자체를 거부해야 할까? 사실임이 증명된 자료,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역사적 증거물과 반박할 여지가 없는 고문서가 있는데 언제까지 프로이트를 두둔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언제까지 역사비평가들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쓴 이유와 反프로이트 명제 10가지

저자는 “프로이트학파 사람들에게 프로이트와 정면으로 맞닥뜨릴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자기표현』이라는 저서에서 라이벌을 향한 언짢은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인 사람들이 자신의 논제에 반대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에 저항의식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론을 전혀 믿지 않으면서 정신분석학을 연구한다면 “사변적인 환상을 만족시키는 결과”가 되어 바람직하지 못한 연구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프로이트는 오랫동안 자신의 연구를 계속해나갔다. 그는 라이벌 학자들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이 반론이 제기된 대상의 실체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저항하는 것은 과거의 고전적인 수법을 다시 써먹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갈릴레오의 망원경 속 세상을 보려고 하지 않았던 그 당시 대학자였던 크레모니니와 관련된 일화를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입증하기 위해 발견한 증거물을 크레모니니가 끝까지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을 사는 프로이트 추종자들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망원경이 재발견한 프로이트의 실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반응은 어쩌면 과거 바티칸 교황청의 성직자들이 성서의 내용을 과학적인 증거 자료로 증명하려고 애쓰는 학자들에게 반감을 보였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옹프레는 프로이트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그 의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프로이트의 실체를 알려주는 안경을 쓰고 그를 바라보기로 했다. 물론 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옹프레가 보기에 프로이트의 이론 중 이제는 허물어야 할 부분이 꽤 있어 보인다. 그것은 아래의 10가지로 정리된다.

1. 프로이트는 수많은 책을 정독하면서 19세기 역사에 심취되어 무의식에 대한 가설을 제기했다. 특히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19세기 과학에서도 큰 도움을 얻었다.
2.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여러 정신병리학적 증상은 각각 나름대로 중요한 문제점을 시사하지만 어느 것 하나 리비도에 의한 욕망의 억제로만 그 증상을 분석할 수는 없다. 더욱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따른 욕망의 억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 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동일한 관점에서, 그리고 꿈을 해석한 방법 그대로를 리비도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적용하여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4. 정신분석학은 문학에 적용된 심리학과 관계가 깊은 학문이다. 문학의 주체가 겪은 전기를 분석해 그 사람의 문학 행위를 설명하고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5. 분석에 의지한 테라피 효과는 마법에 가까운 효과에 의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가짜 약을 투여하지만 환자의 긍정적인 심리 효과에 의해 실제로 병이 호전되는 현상라는 제한된 틀 속에서 한 사람을 치료하려는 것은 마법에 의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6. 억제된 욕망을 일부러 의식화한다고 해서 해당 증후군이 저절로 소멸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욕망의 의식화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7.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오로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유아적인 소원일 뿐이다.
8. 마법에 대한 생각을 거부한다고 해서 자신의 운명을 마법사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9. 해방이라는 이름 아래 정신분석학은 심리주의psychologisme가 말하는 금기 사항들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종교에 비유하자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종교가 갖는 위상을 금기 사항들에 부여한 것이다.
10. 프로이트는 역사적으로 계몽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에 이성주의에 입각한 철학을 부정한 새로운 형태의 철학, 이른바 반反철학을 내세웠다.

프로이트는 본래 철학과 철학자들을 싫어했다. 물론 니체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인 적도 있지만 그는 자기 나름으로 철학자들의 무의식적인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는 연구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철학자들의 지적 활동의 결과물인 책을 읽으면서 그 철학자들의 육체를 분석한다는 생각으로 독서를 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을 보면, 프로이트가 심리적 전기psychobiography에 주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을 빌려 프로이트의 생각을 무효화시키거나 할 생각은 없고, 다만 프로이트의 이론이 철저하게 그 개인의 자전적인 존재론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임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자기 존재를 둘러싼 숱한 고통을 견디며 살기 위해 스스로 터득한 존재론적인 물음에 대한 답, 프로이트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 반영된 이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만 진정성이 인정된다

정신분석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주요 논제가 되는 이 학문은 “프로이트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는 진정성을 인정받을 만하다”고 옹프레는 말한다. 프로이트가 들려주는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념들을 살펴보면, 그의 개인적인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그 개념들은 프로이트의 존재 의식을 말해주는 일정하게 배열된 질서와도 같다. 잠복기억cryptomnesia(과거에 체험한 사실이 새로운 경험, 미경험인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자기분석, 꿈의 해석, 정신병리학 연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가족 소설, 은폐기억, 원시 유목군 사회, 친부 살해 충동, 신경증에 따른 성적 병인학, 정신적 승화와 관련된 내용이 이론적으로 다뤄지기도 하지만 프로이트의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전기적 방식과 직결되기도 한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스피노자, 니체, 플라톤, 데카르트, 아우구스티누스, 칸트의 이론 등과 같이 개인적인 시각에서 전체를 바라보려고 하는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분석학이란 것도 한 인간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며, 여느 철학자들처럼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역시 자신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옹프레는 이 책에서 프로이트를 니체의 이론에 입각해 분석하고 “정신분석학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니체의 『적그리스도』에서 찾고자 했다. 멋진 유머감각이 녹아 있는 니체의 글을 읽으며 저자는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았는데, 차라투스트라 부친의 말 속에서였다.
“원래 이 세상에는 단 한 명의 기독교인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여기서 저자는 니체 식의 유머 코드와 잘 어울리는 농담을 덧붙인다. “본래 이 세상에는 진정한 프로이트학파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1939년 9월 23일 런던에서 자신의 침대에 누워 운명을 달리했다”라고 말이다. 이 책은 정신분석학으로 명명되는 자료들을 소스로 잘 활용해 독자들에게 ‘무신학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를 반복해서 전해주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서문|프로이트의 심리학 엽서

|1장| 증후학: 진단의 오류를 부인하는 학문

01. 전기傳記 불태우기
02. 프로이트 가라사대, 니체를 파괴하라!
03. 프로이트학은 니체 사상인가?
04. 만약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이 없었다면?
05. 철학을 피하는 방법

|2장| 계통학: 유년 시절에 대한 프로이트의 생각

01. 심각한 정신 신경증
02. 프로이트의 어머니 그리고 금과 내장
03. 오이디푸스, 간이침대에서의 환상
04. 근친상간에 대한 큰 열정
05. 세례명 지어주기, 이름 부르기, 결정 내리기
06.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며 태어나다
07. 오이디푸스의 생애
08. 과학적 신화의 진실
09. 아버지를 계속해서 살해하다
10.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처녀 안티고네

|3장| 방법론: 에스파냐의 성곽

01. 프로이트학의 기적을 믿는 추종자들
02. 변태 성향의 아버지 쫓아내기
03. 어설픈 정복자
04.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픽션
05. 어떻게 해야 육체에서 등을 돌릴 수 있을까?

|4장| 기적을 일으키는 신통력 있는 힘

01. 이상한 나라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02. 신기한 인과관계 왕국
03. 초자연, 일산화탄소 가스에 둥둥 떠 있는 마법의 양탄자
04. 많은 환자를 이론으로 치유하다
05.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 최초의 개척자가 아니다
06. 궤변을 이용한 방해 작전

|5장| 이데올로기: 보수적인 혁명

01. 최악은 항상 존재한다
02. 음지에 숨어 있던 성적 본능의 해방
03. 프로이트학파가 소아적 질병으로 분류하는 자위
04. 여성의 위축된 페니스
05. 독재자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프로이트
06. 프로이트학파가 말하는 초인과 원시 유목군

결론|변증법적 망상
부록|본문에 인용된 프로이트 저작 목록
결론|미셸 옹프레의 다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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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