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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상화 (형과 영의 예술)
한국의 초상화 (형과 영의 예술)
저자 : 조선미
출판사 : 돌베개
출판년 : 2009
ISBN : 9788971993620

책소개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
일반인을 위한 최초의 한국 초상화 감상서

형(形)과 영(影)의 예술『한국의 초상화』. 74점의 초상화 걸작을 통해 한국 초상화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조종(祖宗)이 영구하기를 바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왕의 초상 ‘어진’과 후손들이 선조의 진영을 모셔놓고 제사지내기 위한 용도의 ‘사대부상’, 국가에 공헌한 인물들을 본받게 하고자 왕이 하사했던 ‘공신상’, 노 대신이 기로소에 든 것을 경축하는 ‘기로도상’ 등 조선시대에 제작된 초상화들을 생생한 컬러 도판과 함께 실어 흥미로운 한국 초상화의 예술 세계로 안내한다.

한국 초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적인 묘사’에 있다. 천연두 자국이나 기미, 주근깨, 반점 같은 피부상의 특징은 물론, 눈꺼풀의 묘사나 수염 처리, 주름의 형상은 마치 실제 모습 그대로를 옮긴 듯하다. 왜곡이나 변형을 통한 회화적 효과도, 의도적 과장도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실제 인물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 초상화의 묘는 바로 이러한 ‘재현의 극’에서 오는 뛰어난 표현력에서 찾을 수 있다.

제1장 서론 부분에서는 이 책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초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개관하고 우리나라 초상화가 지닌 성격과 유형에 대해 기술한다. 제2장부터 8장까지는 초상화 주인공의 신분에 따라 왕, 사대부, 공신, 기로, 여인, 승려 등 여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후, 각 유형마다 대표적인 걸작들을 총 70여점 선정하여 한 작품씩 차례로 고찰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별지 부분에는 ‘도표로 보는 한국 초상화 연보’를 수록했다. 이는 한국 초상화 중 걸작품 및 주요 작품들을 유형별ㆍ시대별로 분류한 것으로, 해당하는 작품들을 도표 형식으로 게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대적 추이에 따라 한국 초상화의 표현 형식과 기법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그리고 유형별로 대상 인물들은 주로 어떤 복식을 착용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한국 초상화의 이해와 감상
- 일반인을 위한 최초의 한국 초상화 감상서

초상화 연구의 권위자 조선미 교수가 엄선한 74점의 초상화 걸작을 통해 한국 초상화의 예술 세계로 안내하며 각 초상의 인물과 시대를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간 전시회나 도록, 논문 등을 통해 비교적 소략하게 혹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으로 접해왔던 한국 초상화의 세계가 역사 속 인물들의 생생한 진영眞影과 함께 재현되며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문화와 함께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한국의 초상화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묘 주인 초상으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현재 전하는 유품을 통해 살펴보면 유교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제작된 작품이 거의 대부분이다. 조종祖宗이 영구하기를 바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왕의 초상 ‘어진’과, 후손들이 선조의 진영을 모셔놓고 제사지내기 위한 용도로 제작한 ‘사대부상’, 국가에 공헌한 인물들을 본받게 하고자 왕께서 하사했던 ‘공신상’, 노 대신이 기로소에 든 것을 경축하는 ‘기로도상’ 등 한국의 초상화는 대상 인물층이나 작품 형식, 제작 의도 등에서 일정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뜻 유사해 보이는 이들 초상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얼굴에 난 검버섯이나 천연두 자국, 수염과 눈꺼풀, 눈의 흰자위에 나타난 핏기까지 그려낸 섬세한 묘사 등 인물의 개성을 살린 외적 특징뿐 아니라, 인격적인 면모와 그가 처했던 시대적 상황, 초상화를 그릴 당시의 내면 심리까지 충실히 묘사했음을 보게 된다.

필자는 두 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인물과 초상화 이야기를 엮어간다. 하나는 역사적 관점의 서술이고 다른 하나는 회화적 관점의 서술이다. 70여 명의 개별 초상화를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초상화 속 인물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상, 초상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과의 교유관계, 그린 화가의 이야기와 그림이 그려지고 현재까지 전해진 내력, 그리고 그림 위에 직접 혹은 문헌자료에 간접적으로 남아 있는 인물과 초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꼼꼼히 풀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비전문 독자들은 보다 쉽고 흥미롭게 역사 속 인물들과 그들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 그리고 그들의 시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필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40여 년 초상화 연구의 빛나는 결실이기도 하다. 한국 초상화 가운데 걸작들만을 한 자리에 모아 ‘예술성’이라는 엄정한 잣대를 가지고 작품 자체를 충실히 해석?평가했다. 작품 하나하나의 형식과, 얼굴부터 발끝까지의 상세한 표현 기법, 작품간 형식 및 기법의 흐름과 차이점, 그리고 인물이 입고 있는 의복을 통한 복식사적인 고찰 등 개별 작품에 대한 충실한 미술사적 해석이 초상화에 대한 깊고 폭넓은 지식을 요구하는 관련 학자들과 학생들에게도 귀중한 지적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한국 초상화에서 ‘형形’과 ‘영影’의 의미
- ‘형’은 그려지는 대상 인물 그 자체, ‘영’은 그려진 초상화

저자는 “초상화란 형形과 영影의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무슨 뜻일까?
‘형’이란 그려지는 대상 인물 그 자체이며, ‘영’이란 그려진 초상화를 말한다. 즉 실체實體와 가상假象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외적 모습(형)은 시시각각 변모하지만, ‘형’의 배후에는 그 사람만이 가진 불변의 본질 즉 정신(신神)이나 마음(심心)이 자리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정신이나 마음은 외양外樣의 배후가 아니라 하나의 중층구조重層構造로서 형과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화가가 어떤 특정 인물을 그려낼 때 그의 외양인 ‘형’을 올바로 포착해낸다면 자연스럽게 이 ‘형’과 구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정신이나 마음 같은 내적 요소 역시 화면 위로 끌어올려져 ‘영’으로 비추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초상화론에서는 ‘전신사조’傳神寫照라든가 ‘사심’寫心이란 용어로 표현하곤 하였다. 한국 초상화에서는 이렇듯 ‘형’形에서 이끌어낸 ‘영’影의 표현을 궁극의 목표로 삼았으며, 인물의 모습을 터럭 하나라도 더 닮게 그림으로써 그 정신과 마음까지 오롯이 담아내려 했던 것이다.

‘터럭 하나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
- 한국 초상화의 묘는, 재현의 극에서 오는 뛰어난 표현력

한국 초상화는 왜곡이나 변형을 통한 실제 인물 이상의 회화적 효과도, 특징의 강조를 통한 의도적 과장도 추구하지 않았다. 오로지 실제 인물에 접근하기 위한 사실적 노력만이 극진했다. 이는 천연두 자국이나 기미, 주근깨, 반점 같은 피부상의 특징은 물론, 눈꺼풀의 묘사나 수염 처리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 초상화에서 시선은 안면과 동일한 각도로 처리되며 눈의 형상도 실제 모습 그대로를 옮긴 듯 과장되지 않게 묘사된다. 그리하여 초상화를 바라보면 마치 실제 인물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야말로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전통적인 초상화의 명제를 화가 자신이 마음 깊숙이 새기고 따랐음을 말해준다. 비록 융통성 없고 딱딱한 감을 주기도 하지만, 어쭙잖은 개성의 폭주는 방지되어 있으며, 때문에 모든 작품이 도달한 수준의 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한국 초상화의 묘는 바로 이러한 재현의 극에서 오는 뛰어난 표현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눈썹이 유난히 길어 스스로 미수眉?라 칭했던 허목의 초상(본문 188쪽), 고산 윤선도의 증손으로 조선시대 풍속화의 선구라 불리는 윤두서의 자화상(본문 228쪽), 사대부 화가인 동생 조영석이 유배지로 찾아가 초본을 그렸다는 조영복초상(본문 236쪽), 조선 서체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명필 이광사의 초상(본문 270쪽), 조선후기 예단의 총수이자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의 자화상(본문 286쪽), 초상화가로 최고의 영예를 누렸던 이명기의 걸작 오재순초상(본문 326쪽), 가장 전형적인 사대부상이라 일컬어지는 맑고 고고한 모습의 이채초상(본문 348쪽), 꼿꼿하고 학덕이 높았던 허전초상(본문 372쪽), 망국의 한과 우국지사의 내재된 울분이 감지되는 전우초상(본문 418쪽), 공신상의 시대를 마감하는 오명항초상(본문 507쪽) 등의 안면 묘사는 특히 압권인데, 이를 통해 위에서 말한 ‘재현의 극’을 명확히 살필 수 있다. 때로 눈은 마주치는 듯 섬뜩하게, 피부는 결이 만져질 듯 정세하게 묘사된 얼굴을 보면 인물이 당시 처했던 상황의 일면이나 감정 상태, 인물의 성정마저 고스란히 전해진다.


조선후기 예단의 영수, 강세황초상과 자화상

강세황의 초상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남긴 자화상들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왕으로부터 사대부와 여인, 스님 초상까지 많은 수량이 남아 있지만 자화상은 극히 드물다. 그 이유는 스스로가 자신을 ‘그릴 가치가 있는 인물’로 인식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정밀한 사생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만 자화상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을 통한 자의식의 발로, 혹은 회화를 통한 감성의 전달은 조선시대 몇몇 화가의 소수 작품 예에서만 발견될 뿐, 근대 이후의 그림에서 보듯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자의식, 감성 표현의 결정체로 볼 수 있는 자화상의 제작은 당시로서는 파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뛰어난 묘사력을 갖췄던 직업 화가들의 자화상이 기록에도 거의 전무한 이유는 이러한 데 있다. 앞서 보았던 윤두서나 강세황의 자화상은, 그만큼 귀하다.
뛰어난 그림 실력뿐 아니라 독보적인 서화 감식안을 갖고 있었던 표암 강세황은 당대의 문예계를 주도했던 예단의 영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에는 별로 자신이 없었던 듯 스스로 “키가 작고 외모가 보잘것없어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 속에 탁월한 지식과 깊은 견해가 있으리라는 것을 모르고 그를 만만히 보고 업신여기는 경우도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말했듯 대범한 성격과 높은 식견의 소유자였으며, 김홍도의 스승으로, 당대의 명필로, 또한 다양하고 과감한 회화적 시도와 독보적인 감식안까지 갖춘 가히 당대 문예의 대스승으로 일컬을 수 있다. 그의 자화상에서는 노옹의 단아하면서도 추상같은 기상이 느껴져 자못 고개가 숙여진다.
- (본문 286~297쪽)

자결로 생을 마감한 구한말 우국지사, 황현의 초상
황현 선생은 조선조 말의 우국지사이자 학자로, 51세 때인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국노를 규탄하는 시와 애국지사를 애도하는 시를 지었으며, 1910년(융희4) 일제의 강압에 의해 국권을 빼앗기자 통분하여 하룻밤에 절명시絶命詩 4편(『매천집』권5)을 짓고 음독, 자결하였다. 황현의 초상은 당시 최고의 초상화가였으며 우국지사의 초상을 많이 남기기도 했던 석지 채용신이 그렸는데, 화가가 참고로 한 황현의 사진도 남아 있어 그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사진에서는 얼굴이 몸체에 비해 상당히 크고 체구 또한 작은 편인데, 그림에서는 얼굴을 실제보다 작게 그리고 몸체를 상대적으로 크게 그림으로써 당당한 비례감각을 부여했다. 이는 우국지사였던 황현 선생의 삶과 정신을 표현하기에 가장 이상정인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한 화가의 의도로 생각된다. 동그란 안경 너머 생각에 잠긴 듯 앞쪽을 정시하는 결연한 시선과 비통함을 참는 듯 살짝 다문 입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옷깃을 여미고 숙연한 분위기에 젖게 한다.
- (본문 424~4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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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왕의 초상(5점) 태조어진|연잉군초상|영조어진|철종어진|고종어진
사대부의 초상(44점) 최치원초상|안향초상|이조년초상|염제신초상|이색초상|이숭인초상|최덕지초상|정식부부초상|김시습초상|이현보초상|김진초상|유근71세초상|허목초상|송시열초상|남구만초상|윤증초상|신임초상|윤두서자화상|조영복초상|심득경초상|이삼초상|유수초상|전일상초상|이광사초상|주도복초상|임매초상|강세황초상|이창운초상|채제공초상|심환지초상|오재순초상|유언호초상|서직수초상|이채초상|신응주초상|조씨삼형제초상|김정희초상|허전초상|신헌초상|이유원초상|이하응 초상|최익현초상|전우초상|황현초상
공신상(14점) 이천우초상|신숙주초상|오자치초상|유순정초상|송언신초상|유숙초상|임장초상|이성윤초상|정충신초상|이중로초상|박유명초상|이시방초상|김석주초상|오명항초상
기로도상(3종) 권대운초상|기사계첩|기사경회첩
여인 초상(3점) 하연부부초상|계월향초상|운낭자상
고승진영(5점) 각진국사상|학조대사상|사명대사상|재월대사상|화담대사상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