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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 어떻게 감상 하는가
경극 어떻게 감상 하는가
저자 : 김영미
출판사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출판년 : 2013
ISBN : 9788974648282

책소개

『경극 어떻게 감상 하는가』는 시각적인 측면과 청각적인 측면을 나누어 중국의 전통극인 경극을 살펴본 책이다. 시각적 측면에 해당하는 연기방면에서는 주로 일상생활을 몸동작으로 기호화한 부분과 무술미학을 다루게 되며, 청각적 측면에서는 동북아에만 있는 강창예술(판소리)의 특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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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본 책은 ‘경극 Beijing Opera’의 상연예술미학을 살펴보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춤과 노래로 서사를 이끌고 가는 종합예술로서 중국의 전통극인 경극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본 책에서는 그러한 특징을 시각적인 측면과 청각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기술한다. 시각적 측면에 해당하는 연기방면에서는 주로 일상생활을 몸동작으로 기호화한 부분과 무술미학을 다루게 되며, 청각적 측면에서는 동북아에만 있는 강창예술(판소리)의 특징을 살펴보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무대미학의 특징을 이루는 인물의 유형화된 화장법이나 그것의 의미, 무대를 운용하는 방법과 그것들에 내재된 중국전통미학의 바탕도 다루게 된다. 특히 화려한 분장과 다르게 진행되는 간소화된 무대장치에 관객을 어떻게 초대하는가의 문제, 어떻게 대사가 아닌 몸동작으로 시간서사를 이룰 수 있는 가의 문제, 균형미를 갖춘 무대동작이 주는 형식미학에 대한 문제들을 철학적인 측면과 무대연기측면 그리고 관객의 수용측면에서 모두 기술함으로써 중국전통극 경극의 미학을 다각도로 분석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으로 구성된 본 책은 동양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에게 즐거운 교양탐구로서 그리고 동양전통미학에 대한 탐구로서 지식의 정도를 전달해 줄 것이다. 그것은 1900년대 이래로 갑자기 서구미학으로부터 단절된 동양의 미학을 다시금 재조명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또한 미디어매체가 발달되어 있는 작금의 엔터테인먼트에 ‘중국적인 것’에 대한 문화적 근원성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연극, 영화 등 스토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시각적 미감을 주는 예술 장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동양적 접근법과 해석법 그리고 이론의 틀을 제공해 줄 것이다.

머리말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 이란 말을 들은 것은 박사과정 중이던 1996년이었다.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님의 『동양적인 것의 슬픔』(1996, 도서출판 살림)은 매우 짧은 문화평론서였는데, 이것을 통해 나는 정말 슬픔을 넘어서 절망을 느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천카이거 陳凱歌 Chen Kaige의 [패왕별희 覇王別姬, Farewell My Concubine, 1993]를 보고 경극을 연구하겠다. 그리고 경극연구를 통해 가장 ‘중국적인 것 chineseness'을 연구해 보겠다는 야심이 가득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이미 유럽에 의해 열등한 타자로서 위치 지워졌다고 하니 초보 연구자인 나로서는 어느 곳에 가치를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할 지 막막했다. 한 마디로 막힌 벽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1996년은 그래서 나에게는 여러 가지로 결정적인 한 해였다. 그해 나는 중국으로 갔다. 중국희곡학원 中國戱曲學院 The National Academy of Chinese Theater Arts 과 중국예술연구원 Chinese National Academy of Arts을 오가면서 연구를 위한 연기수업을 받았다. 아침 8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을 강행했고, 매일 저녁 7시 30분에는 공인극장 工人劇場, 장안극장 長安劇場, 호광회관 湖廣會館 등을 누비며 각 극들을 감상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호기심과 함께 지속적으로 내 머리를 떠도는 것은 “이것은 왜 열등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들이 중국적일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의식들이었다. 같은 작품을 보통 네 번 이상씩은 반복해서 보았고, 관련서적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경극에 대한 나의 개인적 호기심과 이미 결론이 난 오리엔탈리즘은 서로 화해할 줄 모르는 채 방대한 경극관련 지식을 모으는 것에서 박사논문은 끝나버렸다.
사실 경극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에 관한 책들은 국내에도 꽤 일찍이 나왔던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대여섯 권의 경극관련 책들이 국내에 있고 중국에는 더 많은 경극관련 서적들이 있다. 대부분 이런 책들은 경극의 역사나 얼굴 화장 ?譜이나 복장, 도구에 대한 자료나열 같은 것 혹은 경극작품에 대한 개인적 의견피력이 최대치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외국인으로서 경극에 대해 가지는 호기심을 채워 줄 수 있는 얄팍한 지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그것을 연구할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여전히 외부에 알려진 경극의 가치에 대한 허상을 잡고 있는 것의 반증일 수도 있다. 아주 뚜렷한 예가 있다. 중국에서는 채널 하나를 온전히 경극에게만 할애해서 하루 종일 방송하고 있다. 그 말은 공중파를 전유할만큼 경극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는 말임과 동시에 완전히 그 반대로 억지로라도 꼭 보라는 강권의 반증이다. 그것이 어찌되었던 경극은 폴 코헨 Cohen, Paul A.의 말대로 생명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박물관’일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경극채널 점유는 그것이야말로 국가적으로 규정한 ‘중국적인 것’이라는 담론 속에 온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와부치 고이치 岩淵功一가 말한 ‘셀프-오리엔탈리즘’의 정확한 예증이기도 했다. 이것에 대한 가치는 과연 국가적 이데올로기 담론이나 상업적 전략으로서 평가 절하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같은 동양인이지만 동시에 외국인으로서 객관적인 조명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그 미학을 끌어낼 것인가.
같은 동양보다는 사실 유럽이나 미국사람들 소위 서양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경극은 지금 그것을 좋아하고 있는 관객구성으로부터 정확히 반대의 항에 위치함으로써 그것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전혀 다른 관극습관에 대한 요구인데, 가령 낯선 음악과 신기한 화장, 그리고 소통이 되지 않음과 동시에 말이 필요 없는 행동서사와 같은 것들이다. 관객들이 '경극‘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이러한 ‘이질감’이다. 그것은 동서양이라는 공간을 막론하고 철저하게 시공간적으로 ‘현대’라는 시간성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공간의 문제를 넘어서 어떤 고전의 시간이 그 안에 잠겨 있다. 동양이라는 지리적 공간은 고전성이라는 시간성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고전성에 대한 문제, 즉 동양과 서양의 대별이 아닌 시간성에 대한 것을 연구해야 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드는 것은 1900년대 초기에 가장 성황을 이루었던 경극이 과연 당시의 현대성이라는 시간성을 무시하고 고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벤야민 Walter Benjamin이나 아도르노 Adorno, Theodor Wiesengrund 같은 사람들의 생각에 의하면 모더니즘 modernism 예술과 고전예술은 확연히 그 기능이나 성격이 달라지는데, 실제로 경극 공연예술이 가지는 미학의 근거 그리고 관객 수용과 그것의 상업적 유통과 같은 것들은 기존의 중국적 고전성과는 다른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전성을 강요당하고 있는데, 그러한 후진성이 유지될수록 가치는 높아진다는 사실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고전성을 강요하면서 얻을 수 있는 상업적 담론 속에 경극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후진성이 강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극의 미학은 연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오히려 그것의 미학을 연구하는 것이 선행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옳은 방법일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이 책은 자료수집으로부터 그것들을 다시 객관적으로 미학을 탐구하고 그것의 시간성을 연구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출판하게 되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는 고전성으로 분류되지만 현대에도 충분히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는 지점까지가 된다. 따라서 나는 객관적 자료와 나의 시각을 통해 기술된 이 책들의 내용이 기존의 고전성으로 규정된 중국고전극들에 존재한 미학들이 현대 중국 엔터테인먼트 공연예술이나 혹은 서사예술 그리고 이미지미학들에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 간에 흐르고 있는 가장 중국적인 것인 무엇인지에 대한 연결지점을 밝히는 대한 초석이 되기 바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출판하도록 오랜 시간의 연구를 가능하게 해주신 여러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먼저, 부족한 내게 중국에서 pre doctor과정을 온전히 수업해주시고 모든 것을 전수해 주신 관용 貫甬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 선생님은 매란방 梅蘭芳의 이숙 二叔으로 평생을 화단 花旦 연기자로 사시면서 외국인인 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시는 것에 매우 큰 자긍심을 느꼈다. 특히 선생님은 한국의 전통극 [배비장전]을 경극화하도록 도와주었고, (중국 제목 [?箱緣絪], 1997) 평생토록 자신이 연구하였던 경극에 대한 모든 것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너무도 값진 시간이었고 그것이 내 연구의 가장 큰 토대가 되어 주었다. 물론 석사와 박사 과정을 한국에서 지도해 주신 강계철 선생님께도 큰 감사를 드린다. 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서울대에서 퇴임하신 김학주 선생님, 서울대 이창숙 선생님, 한양대 오수경 선생님, 이화여대 이종진 선생님과 정재서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당연히 나를 이런 사승관계와 지식세계 속에 있도록 가정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출판에 힘써준 상명대 이희원 교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의 탁경구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또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나를 이끌어 주신 하나님께 그 영광을 돌린다.

2013년 2월 25일
저자 김영미

청말민초淸末民初 상해 무대에 북경에서 활약하는 휘반徽班공연단이 도착했다. 말하자면 휘주라는 지역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극단의 공연이었는데, 상해의 관객들은 북경에서 온 이 휘주 극단의 공연을 보고 놀랐다. 그들은 그 충격적인 극이 북경에서 왔다는 의미로 ‘경희京戱’라고 명명했다. 그야말로 ‘북경의 놀이’이었다. 그것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극劇’이라기보다는 ‘시청각적으로 즐거움을 양산하는 볼거리로서의 연희戱’이었던 셈이다. 이것은 북경에서 상해로 온 이 극들이 노래뿐 아니라 한바탕의 놀이와 같이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형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경에서 온 극으로서 ‘경극’은 당시 중국고전극계의 혁명이었던 셈이다. 그것은 이 명사의 외부와의 관계를 암시한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자면 북경과 상해지역의 극단공연 형태가 이 시기쯤 매우 달랐다는 것을 의미하고, 바로 그러한 공연형태가 경극을 관전하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것은 곧 기존의 노래 위주의 중국고전극 내부에 노래가 아닌 ‘볼거리’의 추가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기존의 중국 고전극의 주 성질을 이루는 음악위주의 서사 진행극에서 볼거리 위주의 서사 진행극으로 새로운 혁명이 있게 되었다는 것이고, 중국의 여러 고전극 가운데 경극의 위치를 확립시켜주는 포인트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렇게 됨으로써 경극은 그 관전 포인트가 음악뿐 아니라 외부적인 화려한 볼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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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알려두기

1. ‘경극’이라는 명칭/ 1

2. 경극작품 감상을 위해 알아야 할 기호/ 15

(1) 경극서사진행에 필요한 외부적 형식들/ 15
가. 창념주타唱念做打/ 15
나. 장場의 개념/ 21
(2) 시각적 미학을 위한 배려들/ 27
가. 시각적 미학의 원리/ 28
1) 구성 미학/ 28
2) 간소화의 미학/ 36
3) 볼거리 배치의 미학/ 41
나. 연기자, 연기자의 동작 그리고 무대연출/ 46
1) 연기자/ 46
2) 연기자의 동작/ 101
3) 무대연출/ 118
(3) 청각적 미학을 위한 배려들/ 132
가. 청각미학의 바탕/ 132
1) 강창講唱/ 132
2) 판강체板腔體 음악구조/ 143
나. 청각미학의 구성요소/ 155
1) 악기와 음조 그리고 그 운용/ 156
2) 연기자의 소리/ 157
3) 노래와 대사가 주는 리듬감/ 161

3. 경극작품과 내용/ 165
(1) 시각적 미학을 위한 작품들/ 165
(2) 청각적 미학을 위한 작품들/ 176
(3) 시청각 모두를 고려한 작품들/ 181

참고문헌/ 187
주석/ 191
찾아보기/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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