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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장편소설)
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장편소설)
저자 : 래티샤 콜롱바니
출판사 : 밝은세상
출판년 : 2017
ISBN : 9788984373396

책소개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 세 사람!

오드리 토투 주연의 영화 《히 러브스 미》 등의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래티샤 콜롱바니의 첫 소설 『세 갈래의 길』. 최악의 빈곤부터 치유가 어려운 질병까지 각자의 삶에 나타난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는 세 사람을 하나로 엮어낸 이 작품은 우리가 몸담은 세계의 모순, 가혹한 불평등과 불의, 이기주의 등 불쾌하고 보기 싫은 것들, 최대한 피해온 현실을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나 평생 타인의 분변을 치우며 살아야 하는 스미타, 삼대 째 이어온 시칠리아 전통 공방을 위해 열여섯에 학교도 그만두고 노동자로 일해 온 줄리아, 사적인 삶을 도려낸 채 대형 로펌의 임원으로 살아온 캐나다의 사라. 지위와 처한 환경, 개인적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사회 내에서 여성인 그들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은 열악하다. 끊임없이 주변으로 밀려나는 젠더에 속해 있다는 괴로움,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보이는 족쇄를 태생적으로 타고난 그들에겐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스미타가 가진 단 하나의 꿈은 딸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이다. 몇 날 며칠 남편을 설득하고, 브라만 선생에게 그가 가진 모든 재물을 바쳐 겨우 딸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지만 등교 첫날, 학교 선생이 딸에게 청소를 요구했고 그것을 거부한 대가로 딸은 등에 새빨간 매질 자국을 새긴 채 집으로 돌아온다. 스미타는 딸에게 굴종을 요구하는 선생과 남편을 보며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결심하고, 도망쳤다가는 강간당하고 목매달아 죽임을 당할 것이라 겁주는 남편이 잠든 틈을 타 딸의 손을 붙잡고 한밤중의 도주를 시작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채무이행최고장을 발견하게 된 줄리아. 공방은 한 달 내에 폐업할 위기였고 당장 살고 있는 집에서도 쫓겨날 판이었다. 어머니는 집안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줄리아에게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하고, 스무 살의 줄리아는 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불면의 밤들을 보낸다. 변호사로 취임한 후 거의 모든 소송에서 이겨온 변호사 사라는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한 로펌에서 가장 먼저 여성임원이 되었다. 이제 로펌 최고자리까지 단 한 계단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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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2017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 전 세계 27개국 출간!

스미타는 엄마다. 평생 타인과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편히 볼일도 보지 못하며 살아왔지만, 딸에게는 다른 삶을 주고 싶다.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겠다는 단 하나의 꿈을 붙잡기 위해 그는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 딸을 학교로 보낸다. 그러나 등교 첫 날, 아이는 등에 매질을 당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스미타는 딸에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주기 위해 목숨을 건 탈주를 결심한다.
줄리아는 스무살이다. 공방에서 한 사람의 직공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노동자이지만 아직 어른이라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어린 나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는 의식불명 상태가 되고, 병원 서류를 찾다가 발견한 갖가지 채무이행최고장과 지불명령서는 그런 줄리아를 현실로 내동댕이친다. 순식간에 가족과 공방 식구들 모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괴로움 앞에서 그는 발버둥친다.
사라는 도시 최고의 변호사다. 남성우위인 대형로펌 존슨&록우드에서 최초로 지분 파트너 자리에 오른 여성이다. 경력을 얻기 위해 그는 무수한 밤샘과 두 번의 결혼을 지불했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왔다. 너무 열심히 일한 탓일까. 정기 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는다.

세 사람은 각자의 막다른 골목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세상의 고단함과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굴종의 길에서 머뭇거릴 것인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단호하게 떠날 것인가?
그들은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다. 서로 가는 길은 달라도 주어진 생을 스스로 바꾸기 위한 뜨거운 열망이 하나 되어 만난다.

《세 갈래 길》의 원제인 ‘La tresses’는 ‘세 갈래로 나눈 머리카락을 서로 엇걸어 하나로 땋아 내린 머리’, 혹은 ‘세 가닥을 하나로 땋아 엮은 줄이나 끈’을 의미한다. 제목처럼 이 작품은 세 가닥의 삶을 엮어 하나의 세계를 짜내는 데 완벽하게 성공하며 독자와 언론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프랑스 출간 직후 일평균 2500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현재까지 프랑스에서만 약 25만 부 판매, 27개국 해외 판권 계약을 마쳤다.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량과 평단의 호평, 해외 출간 계약은 프랑스 대선 직후 출간된 책이라는 시기적 악조건을 이겨낸 터라 출판계는 물론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이 저자의 데뷔작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놀랍다.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래티샤 콜롱바니는 첫 소설인 《세 갈래 길》을 통해 우리가 몸담은 세계의 모순, 가혹한 불평등과 불의, 이기주의를 정면에 투척한다. 불쾌하고 보기 싫은 것들, 최대한 피해온 현실을 독자들의 면전에 펼쳐놓는다. 그런데 그 괴로움, 고통의 이야기가 놀랍게도 보다 치열한 희망을 피워낸다. 전혀 다른 인물이 마주치는 보편적 차별과 억압, 그리고 그 극복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독자를 전율하게 만든다.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편한 길처럼 보일 때, 다른 삶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삶에서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여전함을 깨닫는다.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 《세 갈래 길》 줄거리 요약

스미타는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났다. 그는 평생 타인의 분변을 맨손으로 치우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그가 가진 단 하나의 꿈은 딸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이다. 불결하고 불길한 존재로 여겨져 타인과 접촉은커녕 눈도 마주쳐서도 안 되는 ‘달리트’ 신분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
몇 날 며칠 남편을 설득하고, 브라만 선생에게 그가 가진 모든 재물을 바쳐 겨우 딸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등교 첫날, 딸은 등에 새빨간 매질 자국을 새긴 채 집으로 돌아온다. 학교에서 선생이 딸에게 요구한 것은 ‘청소’, 신분에 맞게 바닥을 쓸라는 선생의 명령을 딸은 거부했다. 그 대가는 선명하게 그어진 상처들이었다.
스미타는 딸이 너무나 안쓰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이제 여섯 살, 서 있어도 머리가 의자 높이를 겨우 넘기는 작은 아이가 브라만을 꼿꼿이 바라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딸이 잘못했다고 말했다. 가서 빌어야 한다고, 청소를 조금 하면 어떠냐고, 그 정도야 별 거 아니라고.
스미타는 딸에게 굴종을 요구하는 선생과 남편을 보며 새로운 결심을 한다. 이곳을 떠나야 한다.
태어난 마을을 떠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스미타는 도망쳤다가는 강간당하고 목매달아 죽임을 당할 것이라 겁주는 남편이 잠든 틈을 타, 딸의 손을 붙잡고 한밤중의 도주를 시작한다.

줄리아의 가족은 선대부터 100년 가까이 카스카투라에 종사해왔다. 카스카투라는 자르거나 자연적으로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두었다가 가발을 만들던 시칠리아의 옛 풍습이다. 줄리아의 증조부가 창업한 란프레디 공방은 팔레르모에 남아있는 마지막 카스카투라 작업장으로 10여 명의 직공이 일하고 있다.
열여섯이 되던 날 줄리아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공방 일을 돕기 위해서다. 책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학교 선생들도 학자가 될 자질이 있다고 진학을 권유했지만 집안을 이을 사람이 그뿐이었다.
줄리아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공방을 사랑했다. 공방 직원들을 또 하나의 가족처럼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원에 가져갈 서류를 찾다가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채무이행최고장. 수북이 쌓여 있는 지불명령서는 아버지의 경제적 파산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 공방은 한 달 내에 폐업할 위기였고, 당장 살고 있는 집에서도 쫓겨날 판이었다. 언제나 아늑함을 주던 집과 공방이 갑자기 스무살 줄리아가 책임져야만 할 무거운 존재가 되었다.
어머니는 집안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줄리아에게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한다. 그는 거세게 반발하지만 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불면의 밤들을 보낸다.

사라는 캐나다의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다. 변호사로 취임한 후 거의 모든 소송에서 이겨온 도시 최고의 변호사다.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로펌에서 가장 먼저 여성임원이 되었다. 이제 로펌 최고 자리까지 단 한 계단을 남겨 놓은 상황, 그에게 유방암 진단이 내려진다.
사라는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 그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질병을 알리지 않았다. ‘암’이라는 병 앞에 자신을 변호하는 변호인으로 나서기로 결정했다. 여태껏 살아온 것처럼 질병도 스스로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그에겐 더 깊은 절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적어 놓은 것처럼 보이던 책자에도,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해주던 의사조차도 짐작하지 못한 부작용이…….

[책속으로 추가]
사라가 예전에 일하던 로펌에서 한 여자 동료가 시니어로 막 승진한 상황에서 임신한 사실을 공표했다. 다음 날 그의 승진은 취소되고 주니어로 강등당했다. 소리 없는 폭력이었다. 고발하는 사람이 없을 뿐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폭력이었다.
사라는 그 일을 자신을 위한 하나의 교훈으로 받아들였다. 사라는 임신했을 때, 두 번 모두 윗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의 배는 꽤 오래 평평함을 유지했다. 거의 7개월에 접어들 때까지도 그리 표시가 나지 않았다.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뱃속의 아이들도 최대한 몸을 숨기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것은 사라와 뱃속 아이들 사이의 작은 비밀, 암묵적으로 맺은 일종의 협약이었다.
출산 휴가도 가장 짧게 끝냈다. 제왕절개 수술 후 2주 만에, 체형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으로, 피곤한 안색이었지만 꼼꼼하게 화장한 얼굴로, 완벽한 미소를 과시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매일 아침 사라는 로펌 건물에 주차하기 전에 인근 슈퍼마켓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뒷좌석의 베이비시트 두 개를 떼어 내 트렁크로 옮기기 위해서다. 물론 동료들은 사라에게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새삼 떠올리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본문 pp. 41~42

스미타는 거칠고 단호하게 딸의 사리를 잡아챘다. 랄리타는 옷을 벗기려는 엄마의 손길에 저항하지 않았다. 사리는 아이의 몸에서 쉽게 흘러내렸다. 처음부터 랄리타에게는 조금 헐렁한 옷이었다. 스미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붉은 금이 어지럽게 그어진 아이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매질 자국이다. 군데군데 살갗이 찢어져 생살이 드러났다. 이마의 빈디처럼 선홍색이다.
“누가 네게 이런 짓을 했어? 말해! 누가 널 때렸어?”
아이가 눈길을 떨궜다. 그러고는 단 한 마디, 짧게 대답했다.
“선생님.”
(……)
아이는 몸을 떨면서 울었다. 딸의 등에 난 매질 자국이 나가라잔의 눈에 들어왔다. 터진 살갗 위로 줄무늬들이 그어져 있었다. 그는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브라만에게 대들었대!” 스미타가 울면서 소리쳤다.
아내를 돌아본 나가라잔이 딸을 품에 안은 채 물었다.
“네가 정말 그랬어?”
랄리타는 잠시 입술을 꼭 다물고 있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두 사람을 후려쳤다.
“나한테 빗자루를 들고 교실 바닥을 쓸라고 했어.”
스미타는 몸이 얼어붙었다. 랄리타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자기가 정확하게 들은 건지 믿기지 않았다. 아이에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가 할 일은 청소라고 말하면서 바닥을 쓸라고 했어. 그래서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어.”
또 매가 떨어질까 봐 아이는 몸을 움츠렸다. 순식간에 아이는 한층 더 자그마해졌다. 두려움 때문에 몸이 쪼그라든 것 같았다. 스미타는 숨이 탁 멎었다. 딸을 끌어당겨 자신의 허약한 사지에서 짜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품어 안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본문 pp. 80~83

물론 의사는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런 질병의 명칭을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에두르는 말들 너머로, 쏟아 붓는 의학 전문 용어 너머로 짐작해내야 한다. 그 단어는 어떤 모욕처럼 들리기도 했다. 부정을 탄 무엇, 저주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사라에게 내려진 선고는 명확했다.
“귤만 한 크기예요.”
그래요, 그렇군요.
사라는 현실과의 대면을 최선을 다해 미뤄왔다. 찌르는 듯한 통증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피로를 최선을 다해 외면해왔다. 최종 선고를 예견할 때마다, 선고 내용을 짐작할 만한 순간마다, 사라는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쫓아버렸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것과 대면해야 한다.
‘귤이라니……. 엄청난 크기인 걸까 아니면 별것 아닌 걸까.’
방심하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술궂고, 음흉한, 귤만 한 놈. 이렇게 한 방 먹이려고 몰래 숨어서 일을 꾸몄겠지.
-본문 pp. 104~105

줄리아는 절망감으로 맥이 풀렸다. 지난 수십 년간 그의 가족은 공방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살아왔다. 줄리아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다시 일을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아델라는 아직 학생이다. 언니는 애가 넷이나 되는 주부이고, 형부는 월급을 도박에 탕진하는 밑 빠진 독 같은 남자다. 월말에 언니와 형부의 카드 대금이며 청구서들을 아버지가 갚아준 적도 많았다. 이들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가족이 사는 집은 저당 잡힌 상태였고, 모든 재산은 압류될 위기였다. 직원들은 실직하게 될 것이다. 공방 일은 특수 전문 분야라서 새 일자리를 얻으려면 같은 종류의 작업이 필요한 곳을 알아봐야 하는데 카스카투라 공방은 이곳이 마지막이다. 자매처럼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사람들인데, 앞으로 그들은 뭘 해서 먹고 산다는 말인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로 생각이 옮겨갔다. 문득 무서운 상상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줄리아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날 아침, 아버지는 베스파에 올라타고 출발했다. 공방을 유지하려면 언제나처럼 시내를 돌며 머리카락을 사모아야 하니까. 그렇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절망감에 짓눌렸다. 속도를 높여 점점 더 빠르게 달렸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보이자…….
줄리아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버지가 그럴 리 없어. 가족과 직원들을 파산의 수렁에 내팽개치고 그럴 리가…….’
아버지는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불행 앞에서 도망칠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공방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자부심 그 자체인 공방이. 가족 같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업체가 공중분해될 상황이었다. 일생의 과업이 연기처럼 사라지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아버지가 견딜 수 있었을까? 순간 줄리아를 잠식해 들어오는 의혹은 상처 난 다리를 먹어 들어오는 괴저병처럼 잔인했다.
-본문 pp. 15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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