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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점령 서사 (미국에 의한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만들어진 점령 서사 (미국에 의한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저자 : 조정민
출판사 : 산지니
출판년 : 2009
ISBN : 9788992235709

책소개

『만들어진 점령 서사』는 ‘사실’에 가까운, 또는 ‘진실’된 점령상을 찾기보다는, 하나의 점령상이 탄생되는 프로세스에 주목하는 가운데, 전후 일본문학이 패전 후의 연합국(실질적으로는 미국의 단독 점령)의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하였는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패전 일본이 경험한 피점령에 대한 기억과 서사를 살펴보고, 이들 담론을 등장시킨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분석해 본다.

저자는 점령에 대한 기억과 서사가 탄생하는 구조를 살펴봄에 있어서 가장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중간자'라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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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점령 서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아시아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일본은 1945년 9월 2일부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되는 1952년 4월 28일 전날까지 약 7년간 연합국(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점령하에 놓이게 된다. 이때, 미 점령은 일본이 처음으로 경험한 피지배 경험이었으며, 점령이 종료된 이후에도 일본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안보투쟁, 미군기지 반대운동, 베트남 전쟁, 고도 경제성장 등, 일본 전후사의 주요 국면에 있어서 미국은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것이다.
이때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점은, 피점령에 대한 기술과 서사에 있어서 상호 모순적인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만화 는 민주적인 가정의 모델로서, 당시 이를 향수하던 일본인들에게 미국이나 미국사회는 자유와 민주의 표본이며 이상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미 점령군의 폭력에 의한 일본인 여성의 성적 영유가 억압적인 일미관계 그 자체를 은유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저마다 회상하고 기억하는 점령상은 각각 다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대립하기까지 하는 점을 볼 때, 하나의 통일된 점령상占領像을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만들어진 점령 서사』는 ‘사실’에 가까운, 또는 ‘진실’된 점령상을 찾기보다는, 하나의 점령상이 탄생되는 프로세스에 주목하는 가운데, 전후 일본문학이 패전 후의 연합국(실질적으로는 미국의 단독 점령)의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하였는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해, 패전 일본이 경험한 피점령에 대한 기억과 서사를 살펴보고, 이들 담론을 등장시킨 메커니즘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타국에 의한 피지배 경험과 그로 인한 인식의 틀은 오늘날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역시 미국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 책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중간자’를 통해 점령 서사의 메커니즘을 밝힌다

미국에 의한 피점령을 민주적인 것으로 기억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배적인 것으로 기억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문학은 기존의 점령 담론을 보강하고 확대․재생산하기도 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점령이라는 집합적인 기억을 상대화하기도 하였다. 『만들어진 점령 서사』는 후자의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중간자’라는 개념은 매우 시사적이다.
『보기 전에 뛰어라』(1958)에서 오에 겐자부로는 “나는 이 창작집에 담은 작품을 통하여 하나의 주제를 전개하고자 하였습니다. 강자로서의 외국인과 많든 적든 굴욕적인 입장에 있는 일본인, 그리고 그 사이의 중간자中間者(외국인 상대의 창부나 통역 등), 이 삼자의 상관三者の相関을 그리는 것이 모든 작품에 반복된 주제였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점령을 이항대립적인 구조로 파악하지 않고, 일미 양자의 관계를 매개하는 존재인 일본인 창부나 통역자를 상정하여 ‘삼자의 상관’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항대립적인 구조로 점령을 인식할 경우, ‘좋은 점령’ 또는 ‘나쁜 점령’이라는 이분법적인 점령상이 도출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점령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중간자’를 설정했던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다면, ‘중간자’는 이항대립적인 점령관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고, 나아가 실체적인 점령관을 상대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오에 겐자부로가 상정한 ‘중간자’(언어, 신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찰하는 한편, 일본의 점령을 상대화한다고 여겨지는 재일조선인, 오키나와에 대해서도 함께 주목하여, 점령이 서사되는 장場에 있어서 다양한 담론의 움직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은 시대를 기록하고 구성한다

문학은 한 사회나 시대의 기억을 기록하고 구성한다. 그 기록은 문학 텍스트 그 자체만으로도 생성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중층적인 담론 속에서 생성된다. 『만들어진 점령 서사』는 중층적인 담론, 즉 역사상이나 사회상 속에 문학 텍스트를 재배치하여 문학 텍스트가 가지는 기능과 가능성, 또 그 가치를 모색함으로써, 타 영역(역사, 사회, 문화 등)의 연구를 상대화하고 폭을 넓히는 등 학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종래의 문학 연구가 특정 문학자의 작품(작품론)이나, 작가 그 자체(작가론)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하여, 이 책은 일본의 역사, 사회, 문화 등을 아우르며 그 속에서 문학 작품의 가치와 역할을 연구하고 있기에 ‘문학 사회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종래의 연구가 가지고 있던 한계의 일부를 극복한 것이며, 일본의 전후 문학의 다양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 연구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학 ․ 문화학의 연구 분야에도 학문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전후작가들의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후문학 및 현대문학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연구서는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 전후문학과 더불어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차원에서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점령이 서사되는 장에서 문학은 어떠한 작용을 하였으며 그 작용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한 나라의 사회상이나 역사상이 구축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과 그 의미를 같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러한 역사상과 사회상을 상대화하는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국사national history의 형성과정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 23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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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점령 서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서장 점령과 문학
전후 일본과 미국
해방군인가 점령자인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중간자’ 개념이 시사하는 것

제1장 ‘미어米語’의 탄생
‘귀축미영’에서 ‘헬로’로
『일미회화수첩』과 영어 열풍
전시하의 영·미어
영·미어의 두 가지 기능
이상적 일미관계를 위하여
영·미어에 의해 구축된 공동체
― 고지마 노부오, 「아메리칸 스쿨」의 경우
통역자가 개재하는 장을 생각한다
―고지마 노부오의 『포옹가족』을 중심으로

제2장 전후 일본과 미국의 젠더적 관계
전후 일미관계의 젠더적 구조와 오리엔탈리즘
‘흑인’의 위상
‘한국전쟁’이라는 사건
해체되는 일미관계 ―‘팡팡’과 ‘온리’
이데올로기로서의 ‘정조’
「갈채」·「검은 강 무거운 노」·「유리구두」

제3장 ‘재일조선인’이라는 중간자
‘황국신민’에서 ‘조선인’으로
방법으로서의 ‘반공’
문학 텍스트로의 연쇄
―마쓰모토 세이초의 『북의 시인』에 관한 담론을 중심으로
전후 일본의 재일조선인 분절
다케우치 요시미의 아시아주의
포섭되는 재일조선인―김달수의 『현해탄』이 시사하는 것
재일조선인 담론과 일미관계
일본과 미국, 그리고 ‘조선’의 상관관계

종장 교차의 장場, 오키나와
또 다른 일본, 오키나와
전후 오키나와와 영·미어
두 개의 미국
‘조선’에 대한 시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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