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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법
행복하게 사는 법
저자 : 박완서
출판사 : 연암서가
출판년 : 2011
ISBN : 9788994054155

책소개

삶에서 행복을 찾다.

한말숙, 박완서, 허혜정 등 탁월한 문학성을 보여준 여류문인들의 글들을 엮은 작품집 『행복하게 사는 법』. 이 책은 기억이 어슴푸레한 어릴 적 이야기와 학창 시절, 현장을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 그리고 나이듦을 소재로 한 글들이 담겨 있다.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은 작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살아온 삶의 이력들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내며 세대별로 공감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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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류 문인들의 아주 특별한 향연

한말숙에서 권지예, 김양식에서 허혜정까지, 탁월한 문학성을 보여 준 여류 문인들이 한데 모였다.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기억이 어슴푸레한 어릴 적 이야기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비롯해 치열한 삶의 이야기, 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소회를 소재로 세대별로 각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옥같은 글들을 빚어 묶었다. 작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살아온 삶의 이력들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낸 작품선.

“인생은 결국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 과정을 행복하게 하는 법이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웃 등 만나는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불행의 원인은 인간관계가 원활치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지난 1월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쓴 「행복하게 사는 법」 중의 일부이다. 그의 유작이 된 이 수필을 비롯하여 한말숙 김양식 박명성 이경희 정연희 등 원로 문인에서부터 권지예 김미라 허혜정 등 중견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22명의 여류 문인들이 주옥같은 글들을 모은 에세이집 『행복하게 사는 법』을 펴냈다. 숙명여고 출신인 이들은 2005년 숙란문인회(회장 한말숙)를 결성하여 교분을 쌓아 왔다. 이들 선배 문인들 중에는 1930년대의 소설가 박화성과 최정희를 비롯, 수필가 이명온 정충량 등 한국 문단을 풍요롭게 한 작가들이 많았다. 이 책은 이러한 문향이 흐르는 전통을 면면히 이어가고자 선후배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색다른 문집이다.
오로지 사랑하는 딸이 험난한 세상에서 잘 살기만을 간절히 기도한 아버지를 추억한 한말숙(「아버지의 기도」), 오래 전 인도에서 황소 한 마리와 마주친 순간의 깨달음을 통해 인생과 창작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김양식(「시는 내 숨결의 직조물」), 비록 눈에 안 띄는 풀잎 연기를 하였지만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한 아이에게 한 수 배운 얘기를 쓴 이경희(「현이의 연극」), 제 스스로 아름다운 자족적인 삶의 행복을 그린 정연희(「새와 꽃의 살림살이」), 노년을 살아가는 다양한 삶과 쓸쓸한 풍경을 쓴 최문희(「틈새 바람」), 삶의 역주행에서 느끼는 긴장과 쾌감을 표현한 안명희(「삶의 역주행」), 강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문학에의 꿈을 새롭게 발견한 강순경(「의식 흐름을 찾아서」) 등 생활에서 끌어 온 각양각색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화사한 조각보처럼 아름답고 특별하다.


욕망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스스로의 발열發熱, 고양高揚된 감정에 도달하려고 애쓰는, 그럼으로 해서 더욱 외로워지고 마는 탱고는 결국 외로운 몸짓의 형상화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화려한 복장과 경쾌한 음악, 에로틱한 율동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탱고를 관능의 허무와 동렬同列에 두고 바라보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무대 뒤에서 화장을 지우는 배우의 심정처럼 처연해지는 것이다. 가면을 내려놓은 뒤 거울 속 자신의 얼굴과 마주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물의 뒷모습은 때로 앞모습보다 훨씬 본질적일 때가 있다.-맹난자,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 164쪽

사실 나는 무척 밤이 좋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괴로우나 밤에는 언제나 늦게까지 남아 밤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즐겁다. 어둠이 포근히 감싸 주는 은은한 등불 밑에서 한 권의 책을 읽는 기쁨을 그 무엇에 비길 것인가? 그리고 일상사에서 해방되어 누리는 그 자유는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그 다음에는 잘 수 있다는 편안함이 더욱 그 짧은 자유를 값지게 만드는지도 모른다.-강추자, 「어둠, 그 황홀한 빛남」, 176쪽

내가 흥미로웠던 대목은 옹기가 흙으로 돌아가는 그릇이라는 점이다. 옹기는 산에서 채취한 찰흙으로 빚어 부엽토와 재와 물을 섞은 잿물 유약을 발라 굽는다. 그러므로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고, 조심해서 사용하면 천년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 파손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깨어진 옹기는 땅에 묻히면 그대로 다시 흙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보니 옛 유물을 발굴했을 때 도자기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어도 옹기가 발굴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자기의 역할이 끝났을 때 다시 자연으로 토화土化되는 옹기의 일생이 우리 인간의 인생사와도 같다는 생각에 문득 가슴이 뭉클해진다. 옹기처럼 살아생전에 좋은 일만 하다가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라면 더 비슷할 것이다.-이영주, 「항아리의 삶, 사람의 삶」,182쪽

과거로 날아가며 그는 나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 줄까. 졸린 눈을 부비며 댓돌 위에 있는 운동화를 가져다 아랫목에 묻어두고야 마음 편히 잠드시는 어머니를 보여 준다면, 내가 당신을 피해 재빨리 골목길을 돌아선 줄 모르고 숭늉 그릇을 들고 대문 앞에 서 있는 어머니를 보여 준다면, 과연 내 마음은 따뜻해질 수 있을까.-조유안, 「세 여자」, 209쪽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기질의 내 안에 숨어 있는 허무의식에 조용히 소스라칠 때가 있다. 소용돌이치는 여울목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가 치열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다음 순간엔 모든 것을 미련 없이 손에서 놓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냉정함 혹은 초연함을 느낀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애당초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사회적 관계들은 물론 때론 남편이나 자식마저 타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같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면서도 내 안의 이 서늘한 거리두기는 어쩐 일인가. 나는 왜 이리 애착심이 없는가, 맹목적인 헌신이 안 되는가, 묘한 죄책감마저 맛보게 된다. 어쩌면 나는 맺어지고 풀어지는 관계의 허망함을 아주 이른 나이 적부터도 무의식적으로 깨우쳤던 것일까.-최순희, 「시간의 방향」, 221쪽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라…… 내가 만약 몹쓸 병에 걸려 가족과 이별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맨 처음 떠오르는 것은 예금통장이다. 그걸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면 가족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많은 액수는 아니겠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는 것보다야 낫겠지. 그런 시기에 봉착한다면 나는 깊은 정이 들어 버린 내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 다신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떠날 것도 같다. 도로 사정에 밝지 못하니 내비게이션 정도는 장만해야 할까?-신중선,「맥주 맛도 모르면서」, 243쪽

스스로 봄꽃 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에겐 봄꽃이 아름다울수록 더 슬퍼진다. 내 안에 피울 꽃이 없다고, 인생에서 희망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닐까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동안 나 또한 사는 일이 참 지리멸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삶의 조건들을 변화시킬 수도 없었고, 그리하여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로지 내 자신뿐인데 그것조차 어쩔 수 없다는 느낌. 그래서 무기력하고 쓸쓸했다. 내 안에서 정말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봄을 맞고 싶은데, 새로 시작하고 싶은데, 나는 봄이 오는 게 두려웠다.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봄을 맞고 싶지 않았다.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꽃들의 얼굴을 미안해서 못 볼 것 같았다. 나는 그만큼 내 인생이 부끄러웠고, 새로 리셋하고 싶었다. 살아온 세월만큼 내 영혼에 쌓인 먼지와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비우고 싶었다.-권지예, 「내 안의 봄꽃」,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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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책머리에

한말숙
아버지의 기도
사자死者의 편지

김양식
연꽃 만나러 가는 길에
시詩는 내 숨결의 직조물織造物

박완서
행복하게 사는 법
님은 가시고
보석처럼 빛나던 나무와 여인

박명성
모국어
흙의 말씀
내 몸은 이미 그 땅에 묻혀 있고

이경희
현이의 연극
강물에 띄워 보낼 편지

정연희
새와 꽃의 살림살이
언니의 방

최문희
틈새 바람
돌담길, 그리고 담쟁이 넝쿨

안명희
슬픈 밤섬
삶의 역주행

권은정
흐르는 바퀴
감나무가 있는 집

강순경
의식 흐름을 찾아서
서재로 출근

홍혜랑
문명인의 부적符籍
주황색 신호등
맹난자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
봉선화

강추자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어둠, 그 황홀한 빛남

이영주
항아리의 삶, 사람의 삶
옳고 아름다웠던 박완서 선생님

한혜숙
레인 마니아
클로드 치아리의

조유안
다시 춤을 추며
세 여자

유희인
결혼
밑천이 된 교훈

최순희
시간의 방향
식탁

신중선
맥주 맛도 모르면서-이별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다시 광화문 거리를 찾으며

김미라
이름에 관한 단상
서랍 속의 카프카

권지예
내 안의 봄꽃
잃어버린 우산

허혜정
미인도를 닮은 시
나무는 젊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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