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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저자 : 론 파워스
출판사 : 심심
출판년 : 2019
ISBN : 9791156757948

책소개

조현병으로 작은 아들을 보내고 10년 만에 써내려간 조현병 환자인 두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변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화한 《아버지의 깃발》의 공저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저널리스트 론 파워스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찾아온 약탈자 같은 질병인 조현병에 무너진, 그러면서도 그 병과 싸우기를 멈추지 않은 가족의 연대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온 저자가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자기 자신과 약속했던 이야기인 조현병을 앓는 사람과 그 가족들의 내밀한 일상과 함께,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혐오하고 멸시해왔는지, 그 역사를 사회적, 정치적, 의학적으로 샅샅이 훑어본다.

2005년 7월, 3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리던 작은아들 케빈이 스물한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스스로 목을 맸다. 그 일이 있은 뒤 5년쯤 지난 어느 날, 큰아들 딘에게 마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선언하고 다니다가 경찰관에게 제압되어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저자는 정신질환으로 한 아이를 잃고, 또 한 아이마저 같은 병으로 고통 받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신이 구체적인 육체의 형태로 앞에 있는 정신질환자의 모습을 되도록 외면해왔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 인류가 조현병에 대해 밝혀낸 것들, 그리고 우리가 조현병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예를 들어 조현병의 정의와 발병 원인, 신경학적인 발발 과정, 조현병의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 조현병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 조현병에 관한 정신의학자들의 이해 변천사,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병명이 정리된 과정 등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조현병 당사자의 가족만이 알 수 있는 병의 증상과 양상과 그 병과 싸울 빈약한 무기 가운데 그나마 가장 유용한 무기 등을 공개하고, 혐오와 멸시에 맞서 정신질환자를 이해하는 편에서 헌신해온 극소수의 인물도 살펴본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피플> 올해 최고의 책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주목도서

PEN/에드워드 윌슨 과학저술상 파이널리스트



퓰리처상 수상작가 론 파워스가 10년 만에 쓴 두 아들을 위한 변론

“나는 조현병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조현병은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

살인, 강간, 무차별 폭행 등 강력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범인, 조현병으로 밝혀져…’라는 헤드라인을 단 기사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조현병’ 얘기를 꺼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무섭다”이다. “무섭다”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병 자체에 느끼는 공포심과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느끼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조현병은 정말 그토록 무서운 병일까?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대개는 조현병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그래서 그 병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것은 알기 싫다’ 자세로 넘기거나), 언론에서 보여주는 대로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고 여길 것이다. 정신질환이 한 개인에게, 그리고 한 가족에게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신경 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저널리스트 론 파워스(Ron Powers)도 그랬다. 적어도 결혼 후 17년 동안은.

2005년 7월, 3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리던 작은아들 케빈이 스물한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스스로 목을 맸다. 그 일이 있은 뒤 5년쯤 지난 어느 날, 큰아들 딘에게 마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선언하고 다니다가 경찰관에게 제압되어 근처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화한 책이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의 공저자 론 파워스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찾아온 약탈자 같은 질병, 조현병에 무너진 그러면서도 그 병과 싸우기를 멈추지 않은 가족의 연대기를 책으로 썼다. 이 책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원제: No One Cares About Crazy People, 심심 刊)》는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온 그가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로 그 책이다.

그가 이 주제를 건드리지 않아야 할 이유의 목록은 차고 넘쳤다. 아이를 보낸 뒤 첫 5년은 그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생활’을 지켜야 한다는 근본적인 이유, 의도와 상관없이 가족을 ‘이용’한다고 여겨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누가 조현병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 하겠는가’라는 냉소 섞인 판단 등이 그 목록을 채워갔다.

그러나 “그는 조현병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조현병은 그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며, 그 병을 탐구한 그는 작은아들을 보낸 지 10여 년 만에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해인 2017년 <피플> ‘올해 최고의 책(Best Book of the Year)’으로 선정되고,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주목할 책(Notable Book of the Year)’으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또 PEN/에드워드 윌슨 과학저술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론 파워스는 책의 클라이맥스를 머리말에서 밝히고 들어간다. 두 아들이 조현병에 걸렸으며, 그 병이 작은아들 케빈에게서 목숨을 앗아갔다고. 이 충격적 사실을 책의 첫 페이지에서 밝힌 저자의 결정은, 스토리텔링을 위해 케빈의 삶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존중의 표시다. 이 결정으로 저자는 ‘어두운 이야기’를 불편해하는 독자를 쫒아버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했다. 그러나 끝까지 놓지 않고 읽어내는 독자는 그 위험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 그리고 저자가 왜 이 여정에 나서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나눌 수 있는 매우 드문 책”

- 수재나 카할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브레인 온 파이어》 저자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흐른다. 첫 번째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 즉 조현병을 앓는 사람과 그 가족들의 내밀한 일상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그들의 삶은 조현병 증상이 시작되기 전후로 나뉘는데, 초반 챕터들은 그들 가족이 누린 순수하게 평범한 시절을 담고 있다. 4살 때부터 기타를 연주한 작은아들 케빈은 말 그대로 ‘기타 신동’이었고, 훌륭한 뮤지션이 될 재목이었다.(3장) 큰아들 딘 또한 섬세한 필력을 지닌 촉망받는 젊은이였다.(20장) 그 평범한 시절은 역설적으로,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 그들이 사랑과 웃음과 희망을 경험했던 사람들, 다른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똑같이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의 목표 중 하나로 “딘과 케빈의 삶과 높이 솟구치던 그들의 영혼을 언어로 할 수 있는 한 보존하는 것”, 즉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축성(祝聖)’”(21쪽)을 꼽았는데, 어젯밤 일처럼 생생한 묘사와 절절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회고로 그 목표를 이룬 듯하다.

두 번째 줄기에서 저자는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혐오하고 멸시해왔는지’ 그 역사를 사회적, 정치적, 의학적으로 샅샅이 훑어본다. 더불어 그 혐오와 멸시에 맞서 정신질환자를 이해하는 편에서 헌신해온 극소수의 인물도 살펴본다. 탁월한 저널리스트다운 방대한 자료 조사와 촘촘한 검증, 예리한 통찰, 신랄한 비판을 장착한 하이브리드 내러티브는 정신질환에 관한 여태까지의 책에서 흔히 맛보기 힘든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파괴적인 병에 공격당한 두 아들을 향해 애끓는 사랑을 품고 있는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과, 바늘 하나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정교한 논리로 반대편이 꼼짝 못할 비평을 써내는 세계적 저널리스트의 ‘날선 시각’을 동시에 갖춘 책이라는 점에서, 또 그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조현병’과 ‘정신질환’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대중교양서라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선점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냉온탕을 오가는 기분을 느낄 텐데, 읽은 후에는 읽기 전과는 다른 눈으로 내 주변의 동료 시민인 “조현병 당사자”를, “정신질환자”를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미친 사람한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여기, 그 명제에 반기를 드는 ‘미친 아들’의 아버지가 있다

무엇이 ‘책을 쓰지 않겠다’던 론 파워스의 결심을 최종적으로 무너뜨린 걸까? 그 일은 2014년 1월 30일 밤에 일어났다. 그는 아내 아너리 플레밍(Honoree Fleming)과 함께 버몬트주 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증인으로 참석한다. 정신보건에 관한 법안을 입안하기 전에 ‘정신질환자를 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해 억지로 붙잡아둬야 하는가(즉, ‘비자의[非自意] 개입’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였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는 비자의 치료에 ‘반대 증언’을 하러 나온 정신질환 당사자들을 목격한다. 머리도 빗지 않은 채 청바지나 청치마에 플란넬 셔츠 차림으로, 정장에 스카프를 매고 가지런히 머리를 손질한 입법 위원회 위원을 흘끔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들의 소신을 밝히는 그들의 ‘절실한 존재감’은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들의 절실한 존재감이, 그 방 안에서 눈앞에 구현된 그들의 모습이 내 존재를 뒤흔들었다. 그들이 출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심오하고 근본적인 인간성 때문이었다. 온전한 깨달음은 더 나중에야 찾아왔다. 수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 역시 정신질환자를 추상적 차원에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 그들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편협하고 비좁은 내 ‘현실’ 공간의 귀퉁이에서 그 기상천외한 존재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역설인가. (16쪽)



그는 정신질환으로 한 아이를 잃고, 또 한 아이마저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하고 절절한 방식으로 정신질환을 목격한” 당사자인 자신이 구체적인 육체의 형태로 앞에 있는 정신질환자의 모습을 되도록 외면해왔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결국 이 책을 쓰도록 그를 떠민 것은 그의 두 아들뿐 아니라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우울증 등 극심한 정신질환과 씨름하는 모든 사람과 그 가족에게 사람들이 ‘주목’하게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또 “너무나 많은 정신질환자가 잔혹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진실을 알리겠다는” 분명한 목표 의식도 있었다.

또 한 가지, 그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친 정치 스캔들이 있다. 그 사건은 공청회가 끝나고 3주 뒤 언론에 공개된 한 정치인의 이메일에서 촉발됐다. 2010년 당시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으로 주지사에 출마했던 스콧 워커(Scott Walker)의 보좌관이 쓴 이메일이었다. 보좌관의 이름은 켈리 라인드플라이시(Kelly Rindfleisch). 당시 정신병동 관리 부실 의혹으로 밀워키 카운티 병원이 뉴스에 오르내리자, 이 뉴스가 자신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스콧 워커는 참모진에게 “내가 이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참모진들은 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켈리 보좌관은 자신의 동료를 설득하는 와중에 이런 문장까지 쓰고 만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그 문장은 바로 “미친 사람한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No One Cares About Crazy People)”.



나는 책을 쓰지 않겠다던 결심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주제에 대해 침묵해왔던 10년이, 자기 방조에 빠지는 것을 막는 길이라 정당화해왔던 바로 그 침묵이 사실은 자기 방조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그 공청회장에서 요구한 것은 동정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희생자가 되어 느끼는 ‘고통을 함께 느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이해를 요청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그 방 안에서 잊지 못할 모습으로 전시되고 있던 자신들의 인간성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관점도 유효한 관점으로서 들어줄 것을, 전체 인구의 관점과 나란히 놓고 고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17쪽)



물론 아무도 미친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 말은 과장이긴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가족이던 저자마저 정신질환자가 보이면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며 외면했던 것을 생각하면 완전한 과장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이 “쓰이지 않으면 안 되는 책”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자신의 사적인 상실을 털어놓음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조현병 나라에 사는 동료 시민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그들의 고난이 끔찍하기는 하지만 혼자만 유일하게 겪는 일이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이나 숨어 살아야 할 이유도 아니라고.

또 하나는 ‘미친 사람’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그 병의 희생자들이 모두 위험하거나 나약하거나 부도덕한 존재가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한 개인으로서 온전한 인간성을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나의 사랑하는 두 아들 딘 폴 파워스와 케빈 파워스처럼, 오히려 그들은 대개 사랑과 웃음과 창의성과 희망을 경험했던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똑같이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설명할 수 없는 해롭고 파괴적인 병에 의해 손상을 입은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20쪽)



조현병이란 무엇인가

세계적 저널리스트, 본격적으로 조현병을 파헤치다

조현병(schizophrenia)은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큰 두려움을 자아내는 병으로, 100명 중 1명꼴로 발병된다고 알려져 있다. 책에서 특히 눈을 사로잡는 비유는 “정신건강에서 조현병이 차지하는 위치는 육체건강에서 암이 차지하는 위치와 같다(13쪽)”이다. 뇌 과학과 첨단 의학이 발달했으니, 조현병 따위는 당연히 정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조현병에 관해서는 여전히 알려진 것이 너무나도 적다.



심리학 교수이자 저술가인 리처드 놀(Richard Noll)은 조현병의 근원과 원인과 관련하여 이렇게 썼다. “현대의 독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도달한 과학 지식의 수준 앞에서 겸손하게 구는 편이 현명 할 것이다.” 그는 조현병에 관한 논문이 1998년부터 2007년 사이에 3만 편 이상 발표되었으며, 그 후로 발표되는 논문 수가 한 해에만 5000편 이상씩 증가했음을 지적했다. 재앙 수준의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과 더불어, 결정적인 이해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조현병은 암과 일맥상통한다. (60쪽)



책에는 지금까지 인류가 조현병에 대해 밝혀낸 것들, 그리고 우리가 조현병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예를 들어 조현병의 정의와 발병 원인(60~61쪽), 신경학적인 발발 과정(80~82쪽), 조현병의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61쪽), 조현병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68쪽, 82쪽), 조현병에 관한 정신의학자들의 이해 변천사(71~77쪽),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병명이 정리된 과정(78쪽) 등이 빼곡하게 실려 있다. 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현병 당사자의 가족만이 알 수 있는 병의 증상과 양상(16장,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과 그 병과 싸울 빈약한 무기 가운데 그나마 가장 유용한 무기(453쪽) 등도 공개한다.



이 책에서 안내하는 조현병에 관한 주요 정보

1. 조현병이 청소년기에 주로 발병하는 이유

조현병은 청소년기에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론 파워스의 작은아들 케빈 파워스도 17살에 처음 발병했다. 신경과학은 몸은 이미 커버린 청소년의 뇌에서 ‘충동을 제어하는 이성적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 즉 인간 발달상의 부조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전전두피질 발달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아기와 아동기에 사용하던 신경세포 무리 ‘회백질’을 일부 제거해야 하는데(‘시냅스 가지치기’) 조현병이 ‘과도한’ 가지치기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81~83쪽) 게다가 이 시기는 조현병 유전자가 깨어나 가지치기로 비어버린 공간을 채우는 일에 나서는 때이기도 하다.(440~441쪽)



2. 조현병의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

과학자들은 조현병의 증상을 양성과 음성, 인지 증상의 세 부류로 나누는 데 대체로 동의하며, 그중 양성 증상이 가장 극적이다. 양성 증상은 형체와 존재 그리고 가장 흔하게는 목소리로 이루어진 상상의 세계로 환자를 손짓해 부른다. 일부 조현병 환자들은 그런 목소리와 환각을 자신에게 말을 걸거나 자기 안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정체성으로 여기기도 한다. 자신이 역사 속 위대한 지도자라거나 심지어 신이라고 믿게 되는 상황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 환각을 행동으로 옮겨 폭력적이고 치명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음성 증상은 일반적으로 움츠러드는 행동으로 묶을 수 있는 반응들이다. 의욕 저하, 굳어버린 감정, 친구들에 대한 수동적인 외면, 무기력 같은 형태를 띠는데, 임상 우울증의 증상과는 구별된다.

인지 증상에는 기억상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들리는 말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 정보를 처리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유용한 행동을 취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 등이 포함된다.(61~62쪽)



3. 조현병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잔인한 요인

조현병의 증상들만으로는 충분히 파괴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자연은 농담 하나를 더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질병인식불능증(anosognosia)’. 자기 정신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즉 스스로 병에 걸렸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 증상은 조현병 환자의 50퍼센트, 양극성장애(조울증) 환자의 40퍼센트에게 발생한다. 케빈도 스스로 정신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케빈이 용인할 수 있는 말 가운데 그나마 의미가 가장 가까운 것은 ‘그 상태’였다.(68~69쪽)



4. 조현병과 싸울 무기 가운데 그나마 가장 유용한 무기

케빈에게 조현병 신호가 처음 감지된 것은 2002년 1월이었다. 연휴를 보내고 학교로 돌아간 케빈이 전화를 걸어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그 일을 그저 청소년기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약물 남용 문제로 생각한 뒤 9개월이 지난 10월 어느 날 새벽 4시, 케빈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케빈은 숨찬 목소리로 유명한 음악가인 버클리 행정처의 어느 높은 분이 러시아 콘서트 투어에 함께 갈 사람으로 자신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앞서 1월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케빈은 그 이후 영영 나아지지 못했다.

저자는 “모든 가능성 중에 가장 덜 무시무시한 가능성에 매달리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고백한다. 대부분은 내 가족이, 특히 내 사랑스러운 아이가 정신질환에 빠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어 하는데, 저자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너무 늦게 깨달은 위급성을 반드시 알았으면 한다고 절절히 호소한다. 만성 정신질환과 싸울 빈약한 무기 가운데 그나마 가장 유용한 무기가 “이른 개입”이라는 것이다.(453쪽)



200년간 지속되어온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와 멸시의 역사

이 책은 지난 200년 동안 ‘정상’이라고 자처하는 인류가 어떻게 정신질환에 대응하고 정신질환자를 대해왔는지, 그 개탄스러운 역사의 장면들을 폭로한다. 조현병은 정신질환계의 ‘암’과 같은 병이다.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없듯, 조현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없다. 암이 치료가 극히 어렵듯 조현병도 여간해서는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다. 그러나 우리는 암 환자에게는 하지 않는 손가락질을 조현병 환자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한다. 암 환자를 ‘무서워’하거나 ‘혐오’하지는 않지만, 조현병 환자는 너무도 쉽게 혐오하고 범죄자 취급해버린다. 조현병 아이를 둔 어머니이자, 전미 정신질환 가족 협회에서 정신질환자를 위한 인권 운동에 투신한 이브 올리펀트(Eve Oliphant)는 이런 말을 했다. “백혈병에 걸린 자녀를 둔 부모는 동정과 이해를 받는데, 조현병에 걸린 아이를 둔 부모는 왜 경멸과 저주에 찬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355쪽)

인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정신이상’을 악령에 사로잡힌 모습이나 악령으로 변한 형태로 묘사해왔다. 늑대인간, 흡혈귀, 마녀, 마법사, 괴물 같은 하이드 씨 등이 그 예다. 광기의 은유에는 혐오와 두려움이 가득 배어 있다. 그리고 그런 은유들은 인간 사회가 수 세기에 걸쳐 정신질환자를 실제적으로, 즉 비은유적으로 박해하도록 유도했다.(1장, 막)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1장에 등장하는 키스 비달(Keith Vidal) 이야기가 전형적이다. 정신질환 증상을 보이던 비달은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인 2014년 1월 5일,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자기 집에서 피 흘리며 죽어갔다. 이 과정을 되도록 상세하게 스토리텔링하면서 저자는 ‘평소에는 유순하고 다정한 소년’이던 비달이 들고 있던 ‘드라이버’가 법정에서 어떻게 ‘더 치명적인 무언가’로 바뀌었는지 집요하게 의문을 제기한다.(32~40쪽)

문명화로 인해 도시 생활을 하게 되자, 정신질환자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박해할 필요가 생겼다. 최초이자 가장 악명 높은 정신병자 수용소는 ‘베들럼(bedlam)’이다. 책에는 베들럼이 정신질환자를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어떻게 그들을 구타하고, 강간하고, 독방에 감금하고, 쇠사슬로 묶으며 학대했는지 세세히 실려 있다.(4장, 베들럼, 그 이전과 그 너머)

그리고 (원치 않게 소환된 찰스 다윈에게서 비롯된)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의 발명품, 우생학이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의 대량 학살을, 그리고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어떻게 정신질환자를 제거하려는 시도를 정당화했는지(5장, 우생학: 잡초 같은 정신이상자들을 제거하라) 그 증거들을 제시한다.



잔혹과 불법과 무신경의 연대기 - 해결책은 어떻게 해결을 망쳐버렸는가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매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정신질환과 관련된 ‘혼돈과 비통’을 보도하는 뉴스 기사를 모았다. 10장에서 그는 그 기사들 중 몇 가지 이야기를 가져와 개략적인 연대기순으로 제시한다. 우선 편집성 조현병이 있는 제임스 ‘아바’ 보이드(James “Abba” Boyd)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그는 자기가 배회하는 곳에서 살던 사람의 신고를 받고 ‘공격용 소총과 권총, 섬광탄으로 무장하고 경찰견 한 마리를 대동해’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가 총격으로 처형당한다.(263~266쪽) 정신질환자인 용의자가 경찰과의 대치에서 살아남았다면, 그 다음 단계로 가는 곳이 ‘현대판 베들럼’인 교도소다. 탈수용화 이후 미국의 수감 제도는 “정신질환을 범죄화”했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법 집행기관과 법정과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그리고 정신의학적 개입 과정에서 정신질환자를 다루는 방식은 ‘잔혹’, ‘불법’, 그리고 ‘무신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책에는 정신의학자라 자처하는 이가, 결과적으로 정신질환자를 ‘저격’한 경우도 등장한다. 주인공은 ‘토머스 사즈(Thomas Szasz)’. 그는 “사람들이 ‘정신질환’이라 부르는 것은 사실 다른 사람이 불쾌하거나 위협적으로 느끼는 행동들을 선택해서 행하는 일일 뿐”이라며 정신질환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정신의학의 기존 체제가 건재함에도, 정신의학과 정신질환의 정의에 대한 사즈의 비난은 진실의 기둥을 무너뜨렸다. 즉 그의 정신질환 부인은 ‘정신질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증 상태’인 환자를 본인의 의지에 반하여 입원시키는 것은 시민권과 인권을 빼앗는 것이라는 논리에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 꼴이 되었다.(11장, 위대한 해결사)

좋은 의도를 지녔지만, 결과적으로 심각하게 잘못된 결과를 낳은 정치적 선택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도 등장한다. 케네디 대통령의 지역 정신보건법은 토머스 사즈의 반정신의학적 가르침으로부터 그릇된 정당성을 부여받고, 이름 하여 ‘탈수용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탈수용화는 치료보다 학대에 매진하는 정신병원 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들을 ‘지역 보건 센터’로 옮겨 가족 곁에서, 따뜻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할 (선의의) 목적에서 시작한 정책이었다. 케네디가 이런 정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소라진(Thorazine)’이라는 약물 때문이었다. 소라진이 조현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신화에 속아 넘어간 케네디는 탈수용화 정책의 옹호자가 되었다. 그러나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사회로 돌려보내진 정신질환자들은 그대로 ‘노숙자’가 되거나 ‘교도소’로 보내졌다.(13장, 대실패)

제약업계와 아직 영글지 않는 의학계도 정신질환자로 하여금 지옥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한몫했다. 항정신병 약에 관한 추악한 역사(15장, 항정신병 약), 뇌를 대상으로 한 뒷골목 낙태술이라고 부를 만한 ‘뇌엽절제술’ 이야기(17장,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 한심할 정도로 한 일이 없다”)를 읽다 보면, 인간이 인간을 향해 행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식의 ‘치료’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자각이 든다.



인류가 소수자를 어떻게 ‘타자화’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조현병’이라는 은유

이 책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폭로한 이야기에 담긴 진짜 추문은, 이 폭로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데 있다. 책에는 19세기부터 정신질환자를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개혁하기 위해 상황을 폭로하고, 개혁의 목소리를 높인 인물들도 등장한다.

가축처럼 취급받던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정신병원을 설립하는 데 큰 공을 세운 19세기 활동가 ‘도로시어 딕스(Dorothea Dix)’(139쪽),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정신질환자를 위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투쟁한 20세기의 ‘해리 트루먼(Harry Truman)’(464쪽) 등이 그들이다. 책의 마지막 장 ‘누군가는 미친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에는 그밖에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21세기의 학자, 활동가, 정치인의 이야기도 간략히 소개된다.

그러나 선구자들이 불러일으킨 불씨는 불이 제대로 붙기 전에 다른 이슈에 묻혀 사그라졌고, 되돌아온 무관심과 집단적 건망증에 반복적으로 묻혀버렸다. 이 책에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역사가 주로 담겨 있으나, 의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엘리트가, 공권력이, 정치인이, 그리고 내 곁의 동료 시민이 정신질환자를 대해온 방식은 국경을 넘어 동일하게 자행되어 왔다. 국내 언론이 ‘자극’을 원하는 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쏟아내는 ‘조현병’ 관련 기사들을 생각하면, 정신질환자를 ‘고위험군 범죄자’로 취급하는 고위공직자의 언변을 돌아보면, 우리나라도 ‘정신질환 혐오 국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의 거의 전 영역에서 존중과 이해는커녕 차별받고, 멸시당하고, 학대당하고, 조롱당하고, 혐오 받아온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타자화’라는 단어가 특히 도드라지게 떠오른다. 역사 속에서 거듭 발견했듯이,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타자화’하려는 욕망은 일관적이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그렇기에 쉽게 주변화시킬 수 있다. 그들은 ‘정신질환자’인 동시에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눈치 챘겠지만, ‘조현병’은, 그리고 ‘정신질환’은 하나의 커다란 은유다. 바로 우리가 소수자를 어떻게 ‘타자화’했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은유.

이 책은 한쪽 손으로는 ‘조현병 당사자의 가족’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면, 또 다른 손은 보편적인 사회 구성원들에게 내밀어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소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알아보자며 재촉한다. 아버지이자 저널리스트, 론 파워스의 체계적이고 절박한 폭로와 탐구는, ‘그 누구도, 그것이 정신질환자라도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다’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금 또렷하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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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 이 책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기를 바란다



1. 막

2. 조현병이란 무엇인가

3. 단골

4. 베들럼, 그 이전과 그 너머

5. 우생학: 잡초 같은 정신이상자들을 제거하라

6. “더 정상적인 세상”

7. “그들이 어렸을 때”

8. 광기와 천재

9. “만약, 만약에……”

10. 혼돈과 비통

11. 위대한 해결사

12. 정지

13. 대실패

14. “안녕, 가족들―”

15. 항정신병 약

16.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17.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 한심할 정도로 한 일이 없다”

18. “프리모샤디노”

19. 레드삭스 17점, 양키스 1점

20. 정신이상과 이카로스

21. 누군가는 미친 사람에게 신경을 쓴다



에필로그

감사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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