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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권리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
꿈꿀 권리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
저자 : 박영숙
출판사 : 알마
출판년 : 2014
ISBN : 9791185430256

책소개

느티나무도서관 15년 이야기를 담은 『꿈꿀 권리』. 저자의 수고, 그리고 도서관과 책,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유의 결과물을 담은 책이다. 15년간 민간사립 공공도서관을 운영해온 저자는 애써 큰 목소리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그동안 보고 듣고 겪고 생각한 것들을 담담히, 생생히 전하고자 한다. 그것이 오히려 더욱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

작지만 아주 특별한 느티나무도서관 15년
그 아름다운 감동의 나날들을 만나다!

기획 의도

작지만 아주 특별한 곳, 느티나무도서관이 만들어가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

1999년, 지방의 어느 도시 지하 공간에 자그마한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여태껏 아무도 꿈꾸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5년, 이제 이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열린 정보센터로, 나아가 한국 도서관의 좋은 모범으로 뿌리내렸다. 바로 ‘느티나무도서관’ 이야기다.
저자인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은 2000년 느티나무도서관, 2003년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을 설립했다. 그 뒤 작은도서관 지원, 공공도서관의 지역사회서비스 강화, 민관협력, 여러 지자체와 단체의 도서관 설립 운영 지원, 해외 민간교류 등 많은 일을 하며 도서관 현장의 고민과 도서관의 미래 전망에 대한 답을 찾고자 애써왔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수고, 그리고 도서관과 책,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유의 결과물이다. 15년간 민간사립 공공도서관을 운영해온 저자는 애써 큰 목소리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그동안 보고 듣고 겪고 생각한 것들을 담담히, 생생히 전하고자 한다. 그것이 오히려 더욱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지만 진정 깊고 넓은 그 목소리가.
세상은 도서관이 책을 쌓아두고 빌려주는 곳, 시험공부 하기 위한 곳일 뿐, 장애인과 학교밖청소년들과 다문화가정은 얼씬할 수 없는 곳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언한다. 학력 나이 직업 국적 불문, 누구나 예외 없이 마음껏 쉬고 뒹굴고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그것이 헛된 희망이나 허황한 이념이 아니라 실제로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는 공간, ‘느티나무도서관’이 여기에 있다.
함께 흔들리며 살아가기
“어떻게 나한테 책을 주냐고, 그니까 어떻게 나 같은 놈이 책을 볼 거라는 생각을 하냐고요, 응?” 저자에게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가르쳐준 것은 포럼이나 세미나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아니었다. 간신히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도서관 역대 최고 말썽꾼의 명성을 누리다 막 청년이 된 아이의 이 한마디였다. 책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밥을 얻어먹거나 돈이 될 물건을 훔치거나 하룻밤 잠자리로 삼기 위해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도서관아이’로 불리게 된 청년. 졸업장도 돈도 집도 심지어 가족까지, 없는 게 너무 많은 이런 ‘도서관아이들’과 쌓아온 신뢰가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느티나무가 도서관운동을 이어가는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정보서비스는 도서관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장애인이나 이주민, 학교밖청소년, 미혼모 같은 이들이 맞닥뜨리는 사회의 장벽은 너무나 높고 견고하다. 이 ‘보이지 않는 문턱’을 허물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각종 주제로 꾸려진 커뮤니티 코너를 마련하고, 휠체어를 준비하고, 독서확대기와 보이스아이를 장만하고, 점차통합그림책을 제작하고, 여러 나라 책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모든 서비스가 ‘특별함’이나 일방적인 ‘배려’로 이어지면 자유롭고 대등한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며 또다른 소외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계한다.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어울리는 일은 일상에서 함께 삶으로 살아내야 할 ‘문화’이며, 더이상 ‘소수자’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당연한 공공도서관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저자는 ‘다름’을 공공성이라는 더 큰 비전으로 아울러낸다. 획일적, 수동적 공공성이 아니라 자발적 실천과 소통과 상상력이 펄펄 살아 있는 역동적 공공성으로. 무엇으로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고 문화적 삶을 보장한다는 사명에 걸맞게.

지적 자유를 위하여
도서관에 오면 자꾸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저자는 그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을 바꿔온 힘을 한 글자로 하면 ‘물음표-?’이며 도서관에는 온통 물음표로 가득하다고. “그렇다면 도서관은 ‘필’이 꽂혀서 결국 뭔가를 하게 만드는 기회들로 가득하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온통 가슴을 채우고 취하고 미쳐서 도무지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드는 일들. 그것을 발견하고 이어서 물음표를 엮어가는 것은 오롯이 읽는 사람의 몫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물음표는 낯설다고 저자는 인정한다. 일례로 새 학기나 방학이 되면 부모들은 학교에서 내준 책 목록을 들고 와서 검색대와 카운터를 오가며 책을 찾느라고 바쁘다. ‘필독서’라는 이름을 단 무언의 협박, 강요 지침이 횡행할 때, 스스로 물음표를 떠올리는 앎과 배움의 자발성은 설 자리가 없다. 그러니 “도서관 열람실 벽에는 ‘정숙’이라는 경고문 대신 ‘선입견이나 주장 주입 금지’라고 써 붙여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도서관은 ‘스스로 배우고 서로에게 배운다’는 자발성과 상호작용에서 또 하나의 큰 존재 의미를 가진다. 역사상 수많은 권력자들이 도서관을 불태웠던 것은 이 때문이다. 물음표는 통제할 수 없는 정신적 성장을 낳고, 결국 자유를 갈망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저자는 말한다. 가르치려 드는 대신 책과 사람을 만남으로써 스스로 배우게 되는 힘을 믿고, 평가나 경쟁 대신 지적 호기심으로 배움의 동기를 찾도록 북돋우고, 정해진 틀이 아니라 일상의 만남과 소통이 배움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도서관이 할 역할이라고.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곳
나이가 어려도 학력이 낮아도 진지할 권리,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당당할 권리,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괜찮을 권리. 도서관에서 누리는 권리다. 여기에다 빈둥거릴 권리, 실패할 권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누군가를 돌볼 권리, 자유로워질 권리, 행복할 권리, 그리고 꿈꿀 권리까지. 하지만 이 많은 권리는 결코 공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쏟아온 땀의 결실이다. 그렇기에 느티나무도서관 15년 이야기는 더욱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책속으로 추가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 가득 꽂혀 있는 책들에는 차마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어려울 만큼 거리가 생겼을 때, 서로에 대한 이야기 대신 함께 읽고 나서 함께 흥분하고 수다도 떨고 때론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셀 수 없이 담겨 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눈이 빠지도록 책을 고르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도움이 될’ 책을 고르는 데 너무 바빠서 자신이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_92쪽

유난히 키가 큰 열여섯 살 남자아이가 구부정하게 아이를 업고 선 채 한 손으로 그림책을 들고 등에 업힌(매달린) 아이에게 읽어주고 있었다. 다른 손으로는 자꾸 흘러내리는 아이를 연신 치켜올리느라 진땀을 뺀다. 청소년 자원활동이라는 슈퍼 울트라 고난이도 프로그램을 이어갈 이유가 이 짧은 순간에 모두 담겨 있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 어느 날, 문득 이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까. 함께 읽은 그림책의 제목이나 서로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어디서나 책꽂이에 책이 꽂힌 풍경을 만나면 가슴이 뛰지 않을까, 세상이 두렵고 무력감을 느낄 때 내게 오롯이 몸을 기대고 매달리던 누군가의 무게가 떠오르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정말 ‘어쩔 수 없는’ 건 이런 일들인지 모른다._101∼103쪽

세상에서 양육기간이 가장 긴 종, 호모코리아나스
유네스코 공공도서관선언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은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의 정보센터”이고, 그 역할을 위해 “어떠한 종류의 사상적?정치적?종교적 검열이나 상업적 압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도서관에서는 어린아이가 영문판 화집이나 글자만 빽빽한 사전을 펼쳐놓고 놀아도 “이건 네가 볼 책이 아니니 저쪽 그림책 코너로 가”라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진 사람이 볼 자료이니 학위증을 보여달라는 식의 요구도 하지 않는다. 공공도서관의 자료는 나이나 학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_105∼106쪽

부모에게 말을 걸면서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 아이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이, 뭐에 관심이 있고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아이에게 알맞은 책을 골라준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하는 점. 둘째, 아이 말고 당신 자신은 어떤 책을, 언제, 왜 읽고 싶어했었나요? 하는 질문이다. 어쩌면 그 질문의 답을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이 어떤 권위 있는(?) 추천목록보다 확실하게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_110쪽

연민에서 공감으로
느티나무도서관에는 ‘금지낱말’로 통하는 단어들이 있다. 실제 목록을 만들어놓고 제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으려고 애쓰는 낱말들을 그렇게 부른다. 대표적인 예가 ‘말대꾸’다. 사실 도서관에서 말대꾸는 아주 반가워할 일이다. 책이 함께하는 삶과 도서관문화에 대해서 말을 걸려고 애쓰는데, 말을 거는 사람에게 대꾸란 소통의 시작을 의미한다. 어떻게 반갑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말대꾸’라는 표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주로 나이나 직위 등을 내세워 으름장을 놓는 데 쓰이기 때문에 느티나무 금지낱말 목록에 들었다.
‘전용’도 금지낱말 중 하나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어떤 자료나 장비에도 ‘장애인전용’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고 누구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공용’으로 만들려고 온갖 궁리를 한다. 마치 안경이나 목발처럼. 그래서 독서보조장비가 놓여 있는 열람대에도 장난꾸러기들 재잘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글자 하나가 화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크게 보이는 독서확대기에 책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밀어보면서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책만 놓고 보는 것도 아니다. 돌멩이, 아이스크림 막대, 때론 코딱지까지 올려놓고 친구들을 불러모아 신나게 ‘읽는’다._163∼164쪽

다름, 차이에 우리는 얼마나 서툰가
넘치는 우정과 배려도 일방적인 돌봄이나 지원이 되면 자유롭고 행복한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은 언제나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다. 한발 나아가, 있는 그대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어울리는 일은 일상 속에서 함께 삶으로 살아내야 할 ‘문화’다. 그래서 우리는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소외’라는 말도 쓰지 않으려 한다. 장애인이든 소년소녀가장이든 이주민이든 지원하거나 보호하고 치료, 교정할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배우고 북돋우며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말에는 ‘비효율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유 있는’ 배려를 위해 때로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지켜야 할 몫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한 권을 등록하는 데 서너 배쯤 시간이 드는 책들을 기꺼이 사들이는 일, ‘학생’이라는 호칭 대신 굳이 ○○살쯤 된 청소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일,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휠체어를 타고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15인승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들 말이다._193∼194쪽

02부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

책으로 자유를 꿈꾸다
책 읽는 사람을 보면 나는 ‘자유’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때때로 우리 앞을 가로막는 삶의 빗장을 열어젖히는 느낌! 누구나 책을 통해 드넓게 펼쳐진 세상 앞에 의연하게 서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생배경이나 학력, 사회제도나 전통 같은 것이 부여한 부모, 며느리, 학생, 선생, 남자, 여자 같은 ‘일반명사’로 부여된 이름의 덮개를 걷어내고, 고유한 자기 삶의 정체성을 만나 비로소 가슴이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_197쪽

도서관은 백 가지도 넘는 다양한 요구를 갖고 온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읽고 읽어주는 곳일 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기도 하는 공간이니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그런데 어쩌면 진짜 소음noise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필독서’라는 이름을 달고 ‘이책을 읽지 않으면…’으로 시작하는 무언의 협박()이나 그 책을 읽어야 할 이유, 읽고 습득해야 하는 내용 따위를 강요하는 지침 같은 것 말이다. 그렇다면 도서관 열람실 벽에는 ‘정숙’이라는 경고문 대신에 ‘선입견이나 주장 주입 금지’라고 써 붙여야 하는 것 아닐까._221쪽

꿈의 크기를 누가 정할 수 있을까
느티나무는 도서관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아이들’에서 출발해 도서관이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를 누리기 바랐다. 그런데 현실의 아이들은 호기심이 눈을 뜨기도 전에 경쟁과 평가에 내몰리고, 너무 이른 나이에 절망을 배우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 아이들은 그 사회의 거울 같아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라면 누구나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느티나무라는 이름부터지었다. 느티나무는 마을을 상징한다.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선 느티나무처럼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와 소통과 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사람들 표정이, 마을풍경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만나 세상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우고 경쟁보다 먼저 어울림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며, 사랑방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사방을 책으로 채웠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이 되었다._246쪽

삶의 서사narrative를 위하여
책을 펼쳐든 시간 동안 우리는 수많은 만남을 누린다. 세상 모든 역사와 문화, 도전과 실패, 전쟁과 화해, 용기와 상처, 러브스토리까지…. 읽는 사람의 내면에서는 저자, 등장인물, 그들의 삶과 그것을 둘러싼 세상, 그 모든 것과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차츰 알지 못하던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세상이 조금씩 더 넓어진다. 때론 책을 펼치기 전의 자신과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자신이 다르게 느껴질 만큼.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마법 같은 일들은 실제로 일어났고, 그런 은밀한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책을 읽는 사람의 내면이라는 것을 우리는 도서관의 일상에서 수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책으로 일어나는 만남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토막 난 정보나 지식을 넘어 큰 줄기의 맥락context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눈을 뜨면 당연하게 여기던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하게 되지 않을까’ ‘∼였다면 어떨까’ ‘사실은 ∼했던 것이 아닐까’ 뒤집어 생각해볼 수 있는 상상력에 불을 켠다. 공상이나 망상이 아니라, 우리 앞의 던져진 문제들을 풀고 대안을 찾아가는 상상력._253쪽

도서관다운 도서관의 방식으로
도서관 벽을 둘러싼 서가에는 온 세상이 담겨 있다. 인류 역사를 엮어온 인간의 온갖 도전과 모색과 지적 활동의 결과물들, 지식과 정보와 데이터…. 하지만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재촉하거나 윽박지르지도 않는다. 누구라도 스스로 손을 뻗어 책을 뽑아들고 펼쳐서 책 속에 담긴 메시지가 그에게 가닿을 때까지, 그가 살아가는 시간과 경험과 의식에 어떤 움직임을 일으킬 때까지, 묵묵히 말을 건넬 뿐이다._271쪽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누리는 가장 큰 호사는 날마다 책과 사람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나는 일이다. 책에 몰입한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기운에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 사람과 책의 만남이 빚어내는 화학작용은 커다란 발전소 하나를 돌리고도 남을 정도가 아닐까 싶다. / 숨을 멈추게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진 이들의 몰입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빚어내는 긴장, 실패를 거듭하면서 불안이 턱까지 차오른 이들의 숨죽인 정적 사이에는 틀림없이 다른 기운이 있다._295쪽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프롤로그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01 함께 흔들리다
세상은 모리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혼자 보기 아까운·정말 스펙터클한 스펙·피부 양자가 뭐야·하루에 30쪽 오토바이 위에서라도·아기배꼽과 고양이털에 대한 정보서비스
갇힌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 숨은 지도를 찾아서·어린 장발장들·고맙고도 ‘웬수’ 같던 메신저·도서관이 넘어서야 할 문턱·목사와 신부 vs. 도서관장의 차이·이해와 관계가 만들어지기 위한 시간
두려움을 가르칠 권리는 없다 대략난감·청소년 자원활동, ‘고난이도’ 서비스·…에도 불구하고·정말 어쩔 수 없는 것·지적 자유와 프라이버시
세상에서 양육기간이 가장 긴 종, 호모코리아나스 만화는 금지? 19금까지!·빈둥거릴 권리 & 실패할 권리·한국에서 청소년은 100평 집에 살아도 소외계층·머리, 가슴, 몸의 불균형·소통이 발화되기 위한 거리
연민에서 공감으로 공공성, 선언이 아니라 실천할 과제·왜 값비싼 그림책에 점자를·시각장애인이 정안인에게 책을 읽어주다·점자촉각낱말카드 프로젝트·말로 보는 전시회·팔을 만들려다가 실패해서 날개가 됐어요·덤덤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달라서 좋은
다름, 차이에 우리는 얼마나 서툰가 절대절망의 순간에 책을 떠올리다·책은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기우뚱한 균형·다문화서비스 1호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문화다양성을 몸으로 배우다
02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
책으로 자유를 꿈꾸다 가슴이 뛴다는 것·도서관, 불태워진 역사·문학작품 속 인물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책 속의 삶이 나의 심장과 뇌에 변화를 일으켰다·은밀함, 자유의 필요조건·세상을 바꾸는 힘, 물음표 ‘?’·삶의 길목마다 멈춤의 여백을 열어주는 책
꿈의 크기를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절망을 배운다는 것은·측은지심에서 통합으로·통합에서 공공성으로·도서관 이름 앞에 ‘공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
삶의 서사narrative를 위하여 세상을 만나고 삶을 읽다·명품가방 vs. 수놓은 스카프·삶 + 앎 = 사람(?)
도서관다운 도서관의 방식으로 말없이 말 걸기·Deschooling, 학교에 ‘매이는 것’에서 벗어나기·우연과 사소함의 가치·칸막이, 공공도서관의 난센스·독서회, 함께 읽기의 진수·도서관, 공론장 public sphere·고요하지 않은데 고요하다·책이 다가와 말을 거는 도서관·익명성의 미덕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에필로그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