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어둠의 양보 (정민 장편소설)
어둠의 양보 (정민 장편소설)
저자 : 정민
출판사 : 나무옆의자
출판년 : 2015
ISBN : 9791186748152

책소개

정민의 두 번째 장편소설『어둠의 양보』. 벤처 거품이 절정기에서 폭발기로 향하던 1999년부터 2001년 무렵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기대와 목적을 가지고 이 욕망의 도가니에 뛰어든 인물들의 연대기를 만화경처럼 펼쳐놓는다. 작가가 강남의 벤처기업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생생히 살려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허구와 실제가 뒤섞인 독특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이 세상 얼마 못 간다. 있을 때 잘해보는 거야.
한세상 재미나게 놀아보는 거지 뭐.”
IMF와 정권 교체 이후 탄생한 벤처 거품 시대,
달콤한 어둠에 중독된 자들의 찬란한 몰락의 연대기가 시작된다.

●책 소개

2013년 『사이공 나이트』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작가 정민의 두 번째 장편소설
전작에서 베트남 호찌민에 모여든 한국 사내들의 음모와 배신, 비극적 죽음을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 “최근 몇 년 사이에 읽은 추리소설 중 단연 으뜸이었다. 한국 문학의 갱신을 말할 때 맨 앞에 내세울 작품이다”라는 극찬을 받은 만큼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드디어 선보인 이번 작품은 벤처 열풍이 불던 시기의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원대한 실험과 타락한 욕망이 교차하는 대한민국의 낮과 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전작의 비극적 파토스 대신 세기말적인 유희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문제작이다.

●책 내용
눈먼 돈이 넘쳐나는 벤처 거품의 절정기,
한판 멋지게 놀아보고 싶었던 이들이 펼치는 만화경

1997년, 대한민국은 IMF 구제금융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을 맞았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망하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평범한 직장인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았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그해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거짓말처럼 정권 교체를 가져왔고, 새 정부는 경제 회생에 사활을 걸었다. 그 핵심정책 중 하나가 벤처기업 육성이었다. 새천년을 앞둔 세기말, 전 세계적인 거품 경제로 시중에 돈이 풀리고 벤처라는 이름을 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많은 청년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모험에 뛰어들고, 벤처로 돈방석에 앉은 신흥 졸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꿈과 욕망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 속에서 부풀어만 간다.
『어둠의 양보』는 벤처 거품이 절정기에서 폭발기로 향하던 1999년부터 2001년 무렵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기대와 목적을 가지고 이 욕망의 도가니에 뛰어든 인물들의 연대기를 만화경처럼 펼쳐놓는다. 그 중심에 벤처 대부로 불리는 김도술이라는 인물이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만드는 중견기업 주식회사 미래피아의 회장인 김도술은 전직 중앙정보부 비밀요원 출신으로, 1979년 10월 중정 부장이 서슬 퍼런 독재자를 저격한 이후 중정에서 쫓겨나 수차례 사업 실패를 거듭하다 IMF 시기의 빈틈을 파고들어 성공한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음지에서 온갖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비밀요원 시절을 깨끗이 지우고 결벽증에 가까운 도덕성을 바탕으로 기업을 경영해온 그는 젊은 기업가를 키워내는 벤처기업 인큐베이팅을 야심차게 계획한다. 미래피아의 나스닥 상장으로 들어온 막대한 자금을 발판으로 강남 한복판의 20층 빌딩을 매입해 이곳을 지상 최고의 시설을 갖춘 벤처기업인들의 낙원으로 만드는 전무후무한 실험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실적을 내지 못해도 쫓겨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돈을 주겠다. 그 시간 이후에는 당신이 알아서 살아라.’ 이것이 김도술이 내세운 단서조항이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행색은 초라하지만 야심 가득한 청년들이 줄줄이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간다. 전직 대기업 광고회사 팀장이었던 초보 색골 양희석과 초기 알코올중독자인 얼치기 예술가 한정수가 급조한 문화 벤처기업 ‘캔디스닷컴’도 그렇게 탄생했다. 이 모든 일의 실무를 진행한 이는 대기업 과장 출신으로 미래피아에 전격 채용돼 사장으로 고속 승진한 권준도였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공중정원, 20세기의 불가사의로 남을 미래피아 빌딩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또 있으니, 바로 국정원 벤처팀장 이기헌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국정원 요직을 맡아 벼락출세한 그는 나랏돈을 앞세워 정?재계에 자기 사람을 만들어갔는데, 벤처기업에 정부기금을 알선해주고 주식을 받아 시세 차익을 챙기거나 사모펀드를 만들어 머니게임을 하던 중 미래피아 빌딩에서 흘러나온 돈 냄새를 맡고 비즈니스를 하러 간 것이다. 여기에는 전직 중정 요원으로 김도술의 부하였던 무기중개상 안승호의 은밀한 제안도 한몫했다. 중정 시절 김도술 일행이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한 전 중정 부장의 아들 이상락과, 미국에서 들어온 브이아이피의 막내아들을 내세워 김도술이 거절하지 못할 요구를 하기로 작전을 짠 것이다. 안승호는 이 일에 중정 시절 동료이자 현재 김도술의 수행비서로 있는 최수철을 끌어들이고, 이기헌은 란제리 업체 경영자이자 프리랜서 큐레이터인 자신의 애인 이정아까지 참여시키기로 한다.
1999년 초여름 밤, 캔디스닷컴이 후원하는 동성애자를 위한 레인보 파티장 비밀룸에서 마침내 김도술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전설의 중정 요원 출신의 기업가와 수행비서와 무기중개인, 국정원 벤처팀장, 전문경영인, 순식간에 청년 벤처 사업가라는 이름을 얻은 오입쟁이와 알코홀릭이 어우러진 역사적인 회동은 밤이 깊도록 끝날 줄을 모른다. 술과 여자와 돈이 넘치는 밤. 한쪽에서는 철저한 계산하에 배팅을 하고, 한쪽에서는 오랜 지기와 천진한 미소를 나누며 회포를 풀고, 또 한쪽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쾌락에 온몸을 던진다.
작가는 이 하룻밤 속에 모든 인물들의 전사를 자서전을 엮듯 풀어놓는다. 이들 개인사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 나라의 정치경제사가 개입되어 있다. 그런 개인사를 안고 현재의 욕망 앞에 선 이들이 벌이는 요란스러운 하룻밤, 그 음지에서의 전쟁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 시대의 부끄러움을 목격하는 것 같은 씁쓸함을 경험하게 한다.
그날 밤 이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이들은 승승장구한다. 양희석과 한정수는 여전히 미미한 존재였지만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해 술을 마시고 여자를 쫓는다. 미래피아 빌딩 인큐베이터 속 미숙아들도 각자의 간판을 내걸고 공중정원 누빈다. 그러나 끝이 보이는 시간이었다.

거품의 붕괴와 찬란한 몰락, 어둠 속에서 또다시 빛으로
찬란한 봄날은 간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거품 붕괴는 묘하게도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린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미래피아 빌딩에 입주한 수많은 벤처기업은 순식간에 청산되었다. 김도술은 퇴진한 후 경영권을 직원들에게 넘겨주고 개인 지분과 빌딩 매각으로 남긴 1천억 원을 한국과학시술원에 기부한다. 이기헌은 국민의 정부 말기 벤처게이트에 연루되어 법적 처벌을 겨우 면한 대신 국정원에서 파면된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이기헌의 애인이었던 이정아는 학력위조와 정부 관료와의 대형 스캔들로 언론의 먹잇감이 되더니 결국 사문서 위조 등으로 구속된다.
양희석과 한정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팔자에 없는 돈의 맛을 볼 대로 본 터라 일명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다. 양희석은 여자에 더욱 집착하더니 섹스 중독자가 되어 폐인이 되어갔고, 한정수는 중증의 알코홀릭이 되었다. 비운의 중정 부장의 아들 이상락과 무기중개상 안승호만은 여전히 승승장구한다. 이상락은 ‘룸살롱의 황제’로 등극하고, 안승호는 잘나가는 무기중개상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
2012년 겨울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있던 날, 1999년 초여름 밤을 함께했던 인물들이 다시 모인다. 이 자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야전사령관 같은 김도술은 ‘어둠’에 대한 통찰을 피력한다. 빛은 어둠의 양보에서 탄생하는 것이니 칠흑 같은 어둠의 시간이 온다 해도 그 한복판으로 들어가 어둠의 양보를 재촉해야 한다고.

“어둠 속에는 죽여주는 달콤함이 있어. 한번 맛보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달콤함. 달콤함에 중독되면 그야말로 끝이지.” (287쪽)
“찬란한 저 빛의 원천은 어둠, 완벽한 암흑이라는 거지. 우린 그 암흑을 탐구해야 해.” (288쪽)

한때 달콤한 어둠에 중독돼 패배한 이들은 다시 빛을 찾아 나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누군가는 사악한 세상에 더 많은 사악함을 보태고 있고, 누군가는 사악한 세상에서 자기 나름의 구원을 찾는데, 작가가 희화적으로 그린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그 빛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비친다.
『어둠의 양보』는 지나간 한 시대의 터무니없고도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냉소와 희화와 풍자가 섞인 문체는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다. 작가가 강남의 벤처기업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생생히 살려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허구와 실제가 뒤섞인 독특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 책속으로 추가
“생각해보니 빛은 어둠의 양보 덕분에 탄생한 거야. 이것을 알아야 해.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찬란한 빛. 그 빛의 근원은 어둠이야. 그렇다면 말이지. 이 어둠의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 어둠의 양보를 무한정 기다려야 하나? 아니지. 어둠의 양보를 재촉해야지. 어둠이란 놈은 돈과 같아서, 결코 스스로 물러서지는 않더라고. 내가 어둠의 세계, 아니 음지의 세상에서 살아봐서 아는데 말이야. 음지, 어둠 속에는 죽여주는 달콤함이 있어. 한번 맛보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달콤함. 달콤함에 중독되면 그야말로 끝이지. 어둠의 양보를 재촉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빛의 탄생을 보기 위해서는 말이야. 어둠 한복판으로 들어가야 하네. (중략)그렇게 어둠을 겪어봐야 빛을 볼 수 있네.” (286~287쪽)

다시 룸으로 들어간 양희석과 이기헌은 새로운 사업을 놓고 짧은 토론을 벌였다. 이기헌이 말했다.
“일본에서 낡은 여객선을 들여와 선박 사업을 할 것이야. 이게 완전히 돈 놓고 돈 먹기지. 인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이야. 1년 365일 운행되는 대형 여객선. 이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니까. 세월이야 세월. 돈 버는 세월이 이어질 거라고.”
“형님! 그 여객선 세월호라 명명하세요. 내가 카피라이터 출신 아닙니까. 풀살롱도 내가 지어낸 말이에요. 그나저나, 저는 베트남 사이공 뒷골목에 풀살롱 형태의 술집을 열 거예요. 사이공에 꼭 놀러 오세요.”
이기헌과 양희석이 술잔을 부딪쳤다. 그들은 양주 두 병을 싹 비웠다. (290쪽)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어둠의 양보
작가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