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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율, 강의와 강연
근거율, 강의와 강연
저자 : 마르틴 하이데거
출판사 : 파라아카데미
출판년 : 2020
ISBN : 9791188509317

책소개

하이데거의 마지막 대학 강의, 『근거율』

하이데거는 1928년 스승 에드문트 후설의 후임으로 모교인 프라이부르크 대학 정교수로 초빙된 이래 줄곧 철학을 가르치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나치에 동조하였다는 이유로 강제 휴직을 당했다. 1951년에 복직하였으나 한 학기 만에 교수직을 사임하였다.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강연과 저술에 할애하며 보내다가, 1955~56년 겨울학기에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근거율’을 주제로 열세 번에 걸쳐 강의를 하였다. 이것이 하이데거의 마지막 강의였다. 이후 근거율 강의 내용을 출판할 의도로 1956년 5월 브레멘 클럽과 10월 비엔나 대학에서 강연을 했고, 앞선 열세 번의 강의 내용에 이 강연 내용을 덧붙여 『근거율 - 강의와 강연』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하이데거 전기 사상의 핵심이 담긴 책이 『존재와 시간』이라고 한다면, 하이데거의 후기 사상의 백미를 담고 있는 책은 바로 『근거율』이다. 이 책이 이제야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하이데거 철학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전기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하이데거 후기 철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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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하이데거 철학의 근본 주제, 근거율

하이데거의 철학 전체에서 근거의 문제는 전통 형이상학을 해체하고 존재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시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근본주제이다. 그의 전·후기 사유에서 근거는 형이상학에서 실체 또는 주체와 같은 존재자로 표상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부터 드러나는 것이다. 전기 사유에서 근거의 문제는 존재자 전체를 넘어 존재를 이해하고 있는 현존재의 초월과 자유에서 해명된다. 이 책 『근거율』은 전통 형이상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라이프니츠의 근거율을 비판하고 근거의 본질이 탈-근거로서 존재 자체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근거의 본질을 존재와의 공속성에서 숙고하는 이 책에는 시적 사유, 존재의 역운, 과학기술 비판과 같은 후기 사유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근거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근거율』은 하이데거의 철학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 역자는 하이데거의 원전에 담긴 사상을 왜곡 또는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독일 전집 출판사의 강한 요청에 따라 해설은 물론 역주 또한 충분히 제공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 책은 강의와 강연 형식으로 전달된 것이어서 독자는 하이데거의 목소리를 직접 대할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강의에서 하이데거는 앞서 다룬 내용들을 매시간 반복하고 있다. 이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존재 사유를 위해 숲길과 들길을 헤치며 가야 길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이정표와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는 이정표를 따라 하이데거가 안내하고 있는 사유의 길을 부단히 인내심을 가지고 따라가야 할 것이다.

근거율이 철학사에 중요한 이유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근거 또는 이유를 가진다.’ 이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여 사유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지성도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 만나는 모든 것에서 우리는 언제나 이미 근거를 캐묻고 있다. 모든 것에서 근거를 탐구하고 근거를 정립하는 일은 인간의 지성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다. 근거는 때로 가까운 것으로, 또는 최초이자 최종적인 것으로 제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것은 이러한 독특한 인간의 태도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행위를 깊이 숙고해온 서양철학에서도 그것을 하나의 명제 또는 원칙으로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17세기에 처음으로 라이프니츠는 “이유[근거] 없이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Nihil est sine ratione)”라는 이유의 원리, 즉 근거율을 제시하였다. 그는 ‘충분한 이유보충의 원리’라는 완성된 형식을 통해 이 원리가 위대하고 강력하며 가장 고귀한 명제임을 보여주었다. 기원전 6세기에 서양철학이 시작된 이래 근거율이 라이프니츠에게서 원리로 정립되기까지는 2300년이 걸렸다. 이러한 긴 시간을 하이데거는 근거율의 ‘숙면기’라고 부른다. 왜 근거율은 잠에서 깨기까지 그토록 긴 시간을 필요로 했는가? 라이프니츠의 근거율로 인해 숙면기가 끝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로부터 근거의 본질은 비로소 해명되었는가?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근거율에 대한 하이데거의 논구는 출발한다.

《근거율》의 전체적 내용

라이프니츠의 근거율을 통해 근거율의 긴 잠은 끝난 것인가? 근거율을 통해 근거의 본질이 해명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근거율은 근거 없이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말할 뿐 근거 자체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근거율의 근거는 무엇인가? 이 근거는 근거율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로부터 하이데거는 근거율에서 울리고 있는 다른 소리를 경청하는 사유의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근거 없이는 아무 것도 ‘있지’ 않다.” 이 근거명제에서는 어떤 것이 표상적인 근거로 제시되기 전에 “있음”이 울리고 있다. 있음은 인간이 어떤 것으로 표상할 수 없는 것으로서 그 전에 앞서 있어야 하는 근거이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이데거는 라이프니츠와 동시대에 살았던 신비주의자 안겔루스 질레지우스의 시를 인용한다.

장미는 왜 없이 있다. 그것은 피기 때문에 핀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주의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지 안 보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안겔루스 질레지우스)

“장미는 왜 없이 있다. 그것은 피기 때문에 핀다.” 여기에는 두 개의 근거, 왜-근거와 때문에-근거가 등장한다. 전자는 인간이 표상적 근거로서 탐구하는 ‘왜’이며, 후자는 자기 자신에서 스스로 개현함(퓌지스)을 나타내는 존재로서의 근거이다. 존재로서의 근거는 표상적으로 제시된 그런 근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근거 아닌 근거, 무-근거, 탈-근거로 통찰되어야 한다. 이때 근거는 존재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통찰을 위해서는 존재에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이 도약은 근거율(Satz vom Grund)을 넘어서 존재 안으로 뜀(Satz), 즉 존재율(Satz vom Sein)을 의미한다. 표상적 근거는 오히려 존재로서의 근거에 대한 통찰, 즉 존재율을 근거로 한다.
서양철학은 왜 그러한 표상적 근거를 찾아 헤맨 것일까? 그것은 존재가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은닉하는 방식으로 시대마다 존재자의 근거를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존재율은 존재가 자신을 시대마다 보낸 역운으로서, 여기에는 서양의 역사가 모아 간직되어 있다. 근거율의 잠을 일깨운 라이프니츠의 근거율은 오히려 근거의 본질을 더 깊은 잠 속에 빠뜨릴 수 있다. 이는 존재로서의 근거가 아니라 계산적 이성의 관점에서 본 인간과 그로부터 구축된 기술과학의 세계가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이데거는 그것이 가져올 폭력적 위험을 앞서 경고하며 존재의 소리를 경청할 때 인간의 본질과 고향으로서 대지가 회복될 수 있음을 이 책에 수록된 〈근거율-강의〉와 〈근거율-강연〉에서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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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일러두기
서문

강의 _ 근거율
첫 번째 시간
두 번째 시간
세 번째 시간
네 번째 시간
다섯 번째 시간
여섯 번째 시간
일곱 번째 시간
여덟 번째 시간
아홉 번째 시간
열 번째 시간
열한 번째 시간
열두 번째 시간
열세 번째 시간

강연 _ 근거율

편집자 후기
색인
하이데거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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