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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장편소설)
인어 사냥 (차인표 장편소설)
저자 : 차인표
출판사 : 해결책
출판년 : 2022
ISBN : 9791191061987

책소개

K-문학의 새로운 발견,
낯선 이야기꾼 차인표 작가의 한국형 뉴 판타지 시리즈 첫 작품!
신묘한 힘을 가진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대결

『인어 사냥』은 먹으면 천 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근원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 시간 인간과 역사, 구전 설화에 깊이 천착해 온 작가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우리의 지명과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수년간 자료를 수집해 오다가 강원도 통천 지역의 지금은 사라진 독도 강치에서 인어에 대한 영감을 얻어 그간의 아이디어와 기록을 발전시켜 그만의 신비롭고 독특한 이야기로 완성했다.

1902년, 강원도 통천 인근의 외딴섬. 어부 박덕무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가난하고 힘겹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알 수 없는 병으로 급사하고 딸 영실마저 치료할 수 없는 폐병에 걸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을 맞는다. 이때 덕무를 찾아온 공 영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런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영실의 고통이 사라진다. 이것은 공 영감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인어 기름. 이에 덕무는 인어를 찾아 목숨을 내걸고 위험한 흑암도로 향한다.
한편, 서기 700년, 강원도 통천의 바닷가 마을. 지독한 추위와 배고픔으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년 공랑은 무작정 해안가로 나선다. 갑자기 몰아치는 칼바람을 피해 어느 바위 절벽으로 숨어들었다가 비밀의 통로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생명체와 조우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공랑은 인어를 찾고자 혈안이 된 마을 사람들과 갈등하며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무려 천이백 년을 넘나드는 두 개의 이야기는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점차 빨라지는 리듬을 타며 고조되다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그려 낸 섬과 바다, 바람과 해일, 인어와 강치, 여러 인간과 인간을 닮은 생명들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불거지는 추악한 욕심과 죄책감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끌어안는 용기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인어’라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존재를 단지 미스터리 한 흥밋거리에 국한시키지 않고, 이를 매개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우리 고유의 한의 정서를 섬세하게 녹여 내 결국 우리네 처절하고 아픈 삶의 이야기로 치환시켰다.
독자는 책을 펼침과 동시에 작가의 머릿속 가득한 판타지를 확장한 거대하고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로 안내될 것이다. 또한, 신라와 조선 말기를 오가는 거대한 스케일, 철저한 시대 고증과 섬세한 심리 묘사,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종과 욕망이라는 주제 의식을 하나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탄탄한 구성력 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작가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일관되게 표방하는 ‘글로 쓴 영화’를 구현한 것으로, 텍스트 속 활자를 뛰어넘는 창발성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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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종과 인간의 근원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

『인어 사냥』은 2009년 『잘가요 언덕』(개정판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으로 데뷔한 후, 한국 문학의 의외의 발견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그만의 독자적 노선을 걸어온 차인표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한국형 판타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먹으면 천 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근원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로, 신묘한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대결을 그렸다. 판타지의 문법을 충실히 차용하면서도 서양식 판타지의 알레고리에 갇히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 정서를 입혀 한국형 뉴 판타지 시리즈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를 보여 준다.

1. 왜 인어 이야기인가?_인어로 투영되는,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에 각기 다른 이름과 사연의 인어 이야기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인어는 바다에서 사는 데 필요한 가죽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육지에서 살아야 했다. 뱀과 사람을 섞어 닮은 아프리카의 인어는 물의 영혼을 지배했다. 브라질에는 아마존을 지나는 남자들을 유혹해 수장시키는 ‘이아라’라는 인어가 있었고, 뉴질랜드에는 사람 머리에 용처럼 긴 몸통을 하고 카누를 부수는 ‘마라키하우’라는 인어가 살았다. 일본의 인어는 거대한 물고기였는데 사람을 닮은 얼굴에 송곳니와 뿔이 난 괴물이었다. 이 외에도 아일랜드, 러시아, 프랑스, 노르웨이 등 전 세계의 바다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들만의 인어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처럼 인어 이야기가 국경과 인종을 넘어서 끊임없이 관심을 받고 인간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인어를 필요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압도적인 대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바다에 대한 공포심과 경외심을 투사할 대상을 만들어 두려움을 경계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인어는 각 시대, 각 지역에 신분과 정체를 달리하며 존재하게 되었다. 세이렌처럼 선원을 유혹하는 요물이었다가, 무시무시한 바다 속 괴물이 되기도 하고, 폭풍우 속 배를 지키는 물의 요정이 되었다가, 정어리나 다랑어 같은 미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수많은 인어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인어는 조선 시대의 문신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에 나오는 우는 인어였다. 조선의 한 어부에게 잡힌 인어는 흰 눈물을 비처럼 쏟으며 울었다고 한다. 왜 울었을까? 혹시 누군가 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행위보다 내면을 강조한 이 한 문장을 읽고 인어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나의 경우, 연민이 생겼다는 것은 글을 쓸 가치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수개월이 걸릴지, 혹은 수년이 걸릴지 모를 장편소설 쓰기라는 긴 여행을 떠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긴 여정의 끝에 인어는 나를 거울 앞에 데려다 놓고 나의 욕망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2. 인어와 강치로 대변되는 생명과 파괴의 도돌이표
『인어 사냥』에서는 작가의 이전 작과 궤를 같이하는 생명 존중 사상과 인간 본성에의 성찰이 담겨 있다. 그보다 더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함에도 무엇이든 인간의 뜻대로만 하려고 하는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종과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 관해 더욱 치밀하게 접근한다. 대표적인 것이 극의 초반에 나오는 독도 강치의 멸종 과정에 관한 서사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인간이 강치에게 그러했듯이 순전히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인어를 사냥할 때에도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독도는 약 5만여 마리의 동해안 강치들이 길을 멈추고 쉬어 가는 강치의 천국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부들은 배를 타고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독도의 강치들을 손을 뻗어 쓰다듬을 수 있었다. ... 그러나 인간은 단 한 순간도 기다리려 하지 않았다. 미래의 생장보다 현재의 약탈이 중요했다. 자신의 대에 모든 것을 가져야만 했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이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는지 미처 알기도 전에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 강치도 예외가 아니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독도의 강치는 멸종되었다. (22쪽)

날카로운 창의 촉이 그림자의 허리를 꿰뚫었다. 붉은 피가 왈칵 솟구치더니 물 위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배 씨가 쇠갈고리가 달린 작대기로 그림자의 등짝을 찍었다. 바다에서 다랑어를 찍어 올릴 때 쓰던 연장이었다. 혼자서는 끌고 나오기 역부족이었기에 조 씨와 심 씨까지 달려들어 셋이서 함께 작대기를 당겼다. ... 잔뜩 화가 난 전 씨가 절구 방망이만큼 두꺼운 몽둥이를 쥐고 절룩대며 다가와 아비 인어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뻐걱. 머리통이 깨진 아비 인어는 버둥거림을 멈추고 죽은 문어처럼 쭉 뻗었다. (115~116쪽)

이런 패악질은 때로는 후회를 불러와 인물들은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거나 서로 멋쩍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비슷한 일에 처하면 또다시 만행을 서슴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면서 인물과 상황과 방법만 바뀌었을 뿐 인간은, 우리는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똑같은 죄악을 향해 전진한다.

한편, 덕무의 아내 임 씨는 서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극 중에서 일찍 급사한 것으로 나오지만 영실과 덕무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아내 임 씨는 단지 죽은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작가는 임 씨를 통해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날것 그대로 생생히 전달한다고 볼 수 있다. 임 씨의 뜻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이는 딸 영실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며 살육을, 인어 기름을 거부하는 옹골찬 그의 성품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한 삶과 대화를 통한 가르침 때문이리라. 본인도 보살핌이 필요한데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을 보필하거나 잡힌 인어 남매에게 온정을 베풀고 이름을 지어 주는 모습 등에서 영실이 가진 인류의 보편적 동의를 얻은 진리, 선한 용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판타지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선과 악의 명징한 대결이라면 이 작품에서는 영실이 선의 편에 서서 인간의 정의로운 마음과 믿음을 보여 준다.

“영실아, 나무는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아. 태어난 땅에서 일생을 살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지. 바람이 불면 지나갈 때까지 바람을 맞고, 눈이 내리면 녹을 때까지 가지 위에 소복하게 담아 둔단다. 나무는 태어난 자리에서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살아 내는 거야.” (14쪽)

“영실아, 인어는 먹는 게 아니란다.”
“왜 먹으면 안 돼요?”
“자연이 허락한 게 아니니까.”
“자연이 허락한 건 어떤 것들인데요?”
“자연스러운 것들이지. 순리에 맞는 당연한 것들 말이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들? 이를테면요?”
“이를테면 바람이 불면 구름이 움직이고, 해가 뜨면 아침이 되는 것. 씨앗 한 톨이 아름드리나무로 자라서 가지에서 새들이 쉬어 가는 것. 꽃이 피면 지고, 철 따라 다시 피는 것. 누군가 일부러 꺾지만 않는다면 백 년이고 다시 피는 것. 이제 네가 말해 보렴.” (135쪽)

“아부지, 몇 번을 말해야 깨닫겠어요? 헉헉, 얼마나 후회해야 돌이키겠어요? 찔레랑 짱아는 나나 영득이랑 같아요. 어미 없는 남매란 말이요. 들어 줄 어미가 없으니 안 우는 거라구요. 헉헉, 그러니 이제 그만 보내 줘요. 얘들이라도 살게요. 나 살겠다고 못 살게 굴지 말고 제발 내버려 둡시다.”...“영감님, 이보다 더 험한 꼴이 어디 있습니까? 영감님도 내 아부지도, 참 딱합니다. 사람처럼 생겨서, 사람처럼 먹고 사람처럼 말하는 걸 보고도 저 아이를 잡아먹겠다는 거요? 살기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사람은 나 살자고 아무거나 해도 되는 거예요?” (192~193쪽)

3. 인어 기름, 구원의 다른 이름_극 속으로
여기, 인어 기름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

어부 박덕무. 그에게는 화려한 과거도 보장된 미래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성실히 꾸역꾸역 채워 나가는 한낱 가난한 어부에 불과하다. 그에게 삶은 그저 아내 임 씨와 영실, 영득 남매와 아랫목에 누워 한 이불 덮고 있으면 만사가 평온하고 아늑한 것일 뿐. 그런 그에게 불행이 닥쳤으니 아내 임 씨가 갑자기 죽고, 어린 영득에게 엄마 역할을 대신해 온 영실마저 죽을병에 걸려 살아갈 희망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러던 그에게 공 영감이 찾아와 영실의 입에 넣어 준 인어 기름은 그가 다시 삶을 다잡고 가야 할 이유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공 영감. 흑암도 근처에서 상어의 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나 커 곧 죽을 것이라는 의원의 말과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사라졌다. 그런 그가 덕무 앞에 나타나 영실에게 마지막 남은 인어 기름 한 방울을 먹인 후 덕무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다. 상어의 공격으로 손과 다리 하나씩을 잃고 몸이 성치 않은 그에게도 인어 기름이 절실히 필요하다.

영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남은 아버지와 남동생 영득을 보살피며 힘겨운 삶을 이어 간다. 비록 가난하고 초라한 삶이지만 어머니가 알려 주신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그런 그가 죽을병에 걸려, 아버지가 인어 기름을 얻기 위해 변해 가며 공 영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것을 보는 게 몹시 괴롭다.

공랑. 큰 추위가 닥쳐 모든 것을 얼려 버려 흉년과 기근으로 늘 굶주려 있다. 우연히 들어선 해안가 바위 절벽 속 동굴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 버릴 어린 인어를 만난다.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모두 인어 기름을 원해, 인어 사냥의 안내자가 될 것을 강요당하자 큰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인어의 위치를 알려 주지 않고 인어를 독차지할 수 있을까.

조 씨. 외아들 조석이 인어를 찾겠다고 함께 나섰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전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하자 더욱 인어 기름이 절실해졌다. 공랑이 쉽게 인어의 위치를 알려 주지 않자 폭력을 행사하며 인어에 집착한다. 수족처럼 부리는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인어 사냥을 주동하고 공랑을 협박해 드디어 인어 사냥에 나서게 되는데...

이렇듯 모두가 다 인어 기름이 필요하다. 모두 저간의 사정이 있고, 절박하다. 인어 기름은 단지 영생불사의 의미 자체보다는 비루한 내 인생을 구원해 줄 ‘구원자와 같은 그 무언가’일 것이다. 이것만 먹으면, 이것만 있다면, 이것만 해결된다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누구나 저마다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와 한계, 여러 어려움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인어 기름은 옛날의 그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닐 터. 현대 사회에서 인어 기름은 돈, 명예, 건강, 혹은 또 다른 이름으로 나에게 강력한 필요를 요구한다. 자꾸만 먹고 싶고, 갖고 싶고, 또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필경 내가 원하는 건지 내 생각이 원하는지의 경계 또한 모호하리라.

이제 작가는 묻는다.
“여기, 먹으면 영생하는 인어 기름이 있습니다. 당신은 먹겠습니까?”

여러분이 답을 찾아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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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1장 간절히 바라다
2장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다
3장 그물에 걸리다
4장 갈피를 못 잡고 헤매다
5장 탐하다
6장 그물이 찢어지다
7장 칼끝을 피해 달아나다
8장 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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