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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번의 금요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2014~2023년의 기록)
520번의 금요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2014~2023년의 기록)
저자 :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출판사 : 온다프레스
출판년 : 2024
ISBN : 9791197912672

책소개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10주기 공식 기록집
2년간 피해자 가족 62명 등 총 117명을 인터뷰한 ‘세월호 10년의 총결산’

세월호참사 10주기 공식 기록집이 출간되었다. 4ㆍ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2022년 봄부터 2년 여간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총 148회 인터뷰하고 참사 관련 기록들을 검토하여 종합해낸 책이다. 총 117명의 인터뷰이들은 작가들이 던지는 첨예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지난 10년간 삶의 빛과 어둠을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자식의 얼굴을 거울삼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애쓴 이들은 이 가망 없어 보이는 세계를 어떻게 바꿔왔을까. 이제 그 길을 우리가 천천히 되짚어볼 차례다. 이 책을 펼쳐 세월호참사 이후 10년간의 이야기들을 되짚는 와중에, 우리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세월호 가족’으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으며,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우리가 알고 있는 ‘세월호참사’, 그 후 10년

많은 이들이 스스로가 세월호참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19분, “진도 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 사고”라는 첫 속보가 뜬 이후 우리는 팽목항에서, 광화문에서, 청운동에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운동’을 만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며 ‘세월호운동’을 하나의 정형화된 틀로 규정해온 것과는 별개로,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과 그 곁의 시민들은 그들 개개인의 삶을 살아왔다. 참사 직후 뜨거웠던 추모의 열기가 사그라든 뒤에 그들 곁에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들은 수백 명 각각의 신산한 삶들을 그들 각자의 관점으로 듣는 동안, 가족들의 갈등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고 그것을 ‘제3자의 시선’으로 일별하고자 했다(그 내용은 이 책의 「조직」과 「갈등」 편에 집약되어 있다). 또한 세월호참사가 그저 ‘국가적 재난’이라는 수사로 치장되는 대형 재난이 아니라, 한국의 재난 피해자 운동의 시발점이자 주요 분기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 시민들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참사의 피해자가 그 배에 탔다가 죽거나 실종된 304명만이 아님을 끊임없이 우리 사회에 호소했다. 그들의 이 같은 노력은 희생자와 생존자에서부터 민간의 조력자(잠수사, 자원봉사자)까지, 피해자 가족의 틀을 넘어 피해 지역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참사를 겪은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를 전 국민적으로 확산했다. 국가가 해내지 못한 일을 일군의 ‘부모들’과 ‘시민들’이 해낸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국가」와 「기억」, 「편견」 편이 주로 다루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이 같은 변화는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은 참사 이전에는 그저 평범한 시민이었고 얼떨결에 연단에 올랐다가 지금까지 진상규명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리하여 10년 전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부모의 애타는 그리움과 고통’을 절절히 드러내주며 참사 피해자 육성기록집의 전범으로 평가받았다면, 지금의 『520번의 금요일』은 재난참사를 10년간 추적하여 기록한 최초의 작업이라는 점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참사 이후의 자기 변화를 스스로 냉정히 평가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또한 ‘세월호참사’를 단 하나의 고유명사로 만들기보다는 제2, 제3의 참사를 막기 위해 ‘한국 재난 피해자 운동’이 거울삼아야 할 사례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 기록으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이것이 세월호 가족의 삶이고 ‘세월호 운동’이다

독자들이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장면은 동거차도(「그 섬」 편)와 팽목항(「인양」 편)의 풍경이다. 동거차도와 팽목항은 참사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단원고 희생자 부모들이 얼마나 간절히 자신의 아이를 다시 만나고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장소들에서 부모들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는 참사 직후의 현장감을 생생히 전달해준다. 특히 팽목항 곳곳에서 가족들의 안위를 살폈던 진도 주민들, 맹골수도의 거친 바닷속에서 피해자들을 끌어올린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바닷물은 정말 차요. 목욕탕 냉탕이 18도 정도잖아요. 당시 수온이 11도 정도였어요. 서로 껴안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올라가는 통로가 좁아서 한 사람씩 올려야 했어요. 저희는 시신이 상할까 봐 잡아당기지 못해요. 굽어 있는 팔을 주무르면서 ‘엄마한테 가자’라고 달래요. 그 말을 하면 신기하게도 엉켜 있던 데서 시신이 빠졌어요. 그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 정말 신기했어요.”(이 책 44면)
이어지는 「조직」과 「갈등」 편은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의 기록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그들의 솔직한 고민이 담긴 글이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월호 가족들이 ‘유가족대책위’ ‘가족대책위’라는 이름을 거쳐 현재의 ‘가족협의회’로 각각 활동하면서 어떻게 자신들의 집단을 유지해왔는지, 어떤 사건 앞에서 좌절하고 또 다른 사건 앞에서 다시 일어섰는지를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이 물론 어려움을 가져다줬지만 가족들이 좀 더 단단해지기도 했어요.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 가족들은 남한테 틈을 보이거나 약해 보이면 안 되고, 또 도덕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어요. 가족들이 여러모로 성숙해진 계기가 됐어요.”(96면)
「조직」과 「갈등」 편이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의 내부를 드러내는 현미경의 역할을 했다면, 이어지는 「국가」 「기억」 「각성」 편은 그들을 최대한 멀리서 넓게 조망하는 광각렌즈의 역할을 한다. 「국가」 편은 세월호참사 이후의 한국사회의 변화를 한눈에 일별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고 그 변화의 와중에 국가가 과연 시민의 권리를 어떻게 지키려 했는지(혹은 지키지 않으려 했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기억」 편은 ‘단원고 교실 존치’와 ‘4ㆍ16생명안전공원 설립’이라는 논란의 주제들 속에서 우리 시민들 각자가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되묻는 ‘질문의 장’이다. “단원고 교실은 안산에 남은 부모들에게 ‘눈에 보이는 뼈아픈 실패의 기억’이다. 그 아픔을 끌어안고 부모들은 또다시 해야 할 일을 찾아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단원고 4·16기억교실’은 가족들과 시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2021년 12월 27일 국가지정기록물 제14호로 지정되었다.”(199~200면)
「각성」 편은 세월호 가족들이 본래는 ‘빨갱이’라고만 생각했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자신의 편견을 부수는 모습을 다룬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치관의 변화 과정이 이채롭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유가족입니다’ 한마디만 해도 목이 메고 눈물부터 나와서 ‘서명해주세요’라는 말까지 가지도 못했어요. 젊었을 때 이런 활동을 해본 적이 있는데도 막상 내가 피해자의 자리에 서보니까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조금 하다가 힘들어서 뒤에 가서 한참 서 있곤 했어요.”(234면) 여러 진상규명 활동을 거치면서 그들은 점차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품기 시작했다. “내 가족, 내 아이만 바라보며 세속적 가치를 좇느라 정치와 국가에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태도가 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성찰과 자책도 더불어 품게 되었다”.(239면)

제2의 세월호참사, 제2의 이태원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길

이 같은 각성은 ‘나만이 피해자’라는 생각을 버리는 데에도 일조했다. 「차이」, 「가족」 편은 단원고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생존학생의 부모 등 단원고 피해자 가족의 안과 밖 그 경계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글이다. 참사 이후 10년간 유가족(그중에서도 부모)이 세월호 피해자를 대표한다는 인식이 워낙 강하다 보니, 단원고 생존학생, 유가족 중에서도 형제자매, 그리고 생존학생의 부모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차이」, 「가족」 편에서는 그들이 겪어온 다양한 차별적 경험들이 소개된다. “이 사회는 슬픔의 줄 세우기가 있어요. ‘유가족’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부모를 떠올리지, 형제자매를 떠올리진 않거든요. 하지만 우리 형제자매는 국회, 청운동, 분향소, 광화문, 도보행진과 집회 어디에나 있었어요. 부모님 곁에 늘 있었는데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죠.”(268면)
「몸짓」 편은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10년간 벌여온 다양한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장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수공예(4ㆍ16공방), 연극(4ㆍ16가족극단 노란리본), 목공(4ㆍ16희망목공협동조합), 압화(꽃누르미 꽃마중), 봉사(4ㆍ16가족나눔봉사단) 등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면서 동시에 이웃들의 고통까지 함께 나누고자 했다. “예진이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했으니까 흉내라도 낼 수 있지, 다른 거였으면 흉내도 못 냈을 텐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감독님이 장난으로 ‘대학로도 가겠어요’ 그랬는데 진짜로 그다음에 대학로를 간 거예요.”(345면)
「편견」 「합창」 편은 기록의 시선을 단원고 피해자 가족 바깥으로 돌려 시민들을 향한다.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비단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만 비롯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의 사람들이 던진 혐오와 비방 등의 말들을 통해서였다. 이 같은 ‘피해자 비난’은 일베들의 폭식투쟁 같은 노골적인 혐오에서부터 ‘보상금이 얼마냐’ ‘지겹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입에 올리는 주변인들의 일상 대화까지 다양하다. “피해자 중에는 누구에게도 흠잡히지 않을 모범적 시민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세월호참사를 ‘교통사고’로 여기고 진상규명 활동을 반대하는 사람들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피해자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피해자다운 모습을 요구하기도 한다. ‘투사’로서의 모습만을 바라는 것이다.”(395면)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은 이 같은 2차 가해를 줄이고 시민들이 추모와 위로로 나설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시민들의 추모는 단지 그들을 향한 위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앞으로 일어날 참사들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말이 아닌 제도와 체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재난참사 대응 매뉴얼을 제시하는 데에까지 이른다. 이것이 제2의 세월호참사, 제2의 이태원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피해자들이 달라졌다.’ 이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수동적 위치에 머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능동적 주체로 섰다는 것. 특히나 자기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참사의 피해자들과 서로 독려하면서 같이 가고 있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라고 생각하거든요.”(40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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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개자료에서 ‘단원고 피해자 가족’으로 칭한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분들에게 그 10년의 시간을 잘 버텨주고 싸워준 데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그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준 덕택에 이 사회의 품이 단 한뼘이라도 넓어졌음을 부정할 이는 없으리라. 그들 덕택에 10.29 이태원참사가,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대구지하철참사가, 삼풍백화점 참사가 좀 더 많은 시민들에게 회자되고 관련 법령이 제정될 수 있었다. 생명안전사회를 향한 긴 여정을 앞둔 가족 모두의 존엄과 안녕을 바란다.
끝으로, 4ㆍ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지난 10년 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2014년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가족들 곁에서 말벗이 되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단원고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비난 속에서도 그들의 목소리를 가다듬어 세상에 선보임으로써 피해자의 편에 섰다는 점만으로도, 한 사람의 개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번거로운 공동작업을 마다하지 않으며 주요 시기마다 의미있는 기록을 내놓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이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할 계제가 충분하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서문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금요일, 520번째

그 섬 │ 인양 │ 조직 │ 갈등 │ 국가 │ 기억 │ 각성 │ 차이 │ 가족 │ 몸짓 │ 편견 │ 합창

미주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