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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김상미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김상미 시집 / 김상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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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김상미 시집
자료유형  
 단행본 국내서
ISBN  
9788954698429 03810 : \10000
DDC  
811.16-22
청구기호  
811.16 ㄱ758ㄱ
저자명  
김상미
서명/저자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김상미 시집 / 김상미 지음
발행사항  
파주 : 문학동네, 2022
형태사항  
147 p. ; 23 cm
총서명  
문학동네시인선 ; 183
책소개  
“무엇이 두려운가
장미꽃이 활짝 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뒤돌아보는 시선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두려움 없는, 지지 않는 내일의 시

문학동네시인선 183번으로 김상미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을 펴낸다. 199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공적인 차원으로 전환하여 생의 진실과 비밀에 마주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시인의 화법, 유사한 시어의 반복을 통해 리듬과 변화를 창조하는 그의 매혹적인 표현법은 이제 어떤 경지에 이른 듯하다”(전봉건문학상 심사평에서)는 평을 받은 시인은 삼십여 년의 시력 동안 한시도 시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시세계를 공고히해왔다. 그런 시인이 이번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에 이르러 “설사 시가 아니라 해도/ 삐뚤삐뚤, 비틀비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나는 계속 시를 써왔다”(‘시인의 말’에서)는 말을 증명하듯, 메마른 어제의 생에서 기어코 건져올린 시어들로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순정하게 시쓰기와 ‘시인 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입히고 먹여줄 게 시밖에 없어
뜬구름 잡듯 또다시 펜을 집어든다

(……)

허기지고 굶주린 시 속으로
미치고 미치다 꺼꾸러진 희디흰 뼛가루
그 위에 던져진 한 떨기 백합처럼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을 시 속으로……
_「시인 앨범 7」 부분

시인이 지나온 어제는 그리 녹록지 않다. 그곳은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거나 “매맞고 버림받”은 채 “현실에 등돌”(「보이지 않는 아이들」)리고, “싸구려 환상들이 푸른 나무들을 좀먹고 분노한 바다들이 다정한 배들을 삼키고 있”(「거기, 누가 있나요?」)는 곳이다. 고단하고 거친 어제를 겪어낸 시인에게 세상은 “절대 영혼에 기대지 말고 내면의 모든 불협화음을 잠재”운 채 “그저 살아 있는 시체처럼”(「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살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온몸과 온 마음에 비통과 회한뿐일 때”(「문학이라는 팔자」) 시인이 택하는 것은 영혼에 기대어 내면의 모든 불협화음을 다시금 일으키는 일, 다시 말해 문학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점심값을 아끼고 처음 받은 용돈을 털어가며 사 읽었던 책들(「그리운 아버지」)과 지옥에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순간에 마주하게 된 시집들(「동네 서점에서」), “문학이라는 팔자”(「문학이라는 팔자」)를 타고난 이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시인에게 시인으로서의 운명을 일깨워준다. “문학에 있어서나 삶에 있어서나 더럽게 불운하고, 더럽게 치열하고, 더럽게 품격 있고, 더럽게 자존이 강했던” 어제의 문인들은 하나같이 불우한 삶을 겪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에게 “그 지독한 불운과 죽음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문학을 건네준다. 그 바통을 넘겨받은 시인은 “내 팔자 또한 더럽게 춥고, 어둡고, 외롭고, 고달파도” “계속 문학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뜨거운 피가 솟구친다”(「문학이라는 팔자」)고 말한다. 시인에게 “시를 모른다는 건 존재의 가장 큰 비극”(「내일의 시인」)이기 때문이다.

내일로 가는 기차
나도 그 기차에 올라탔다
어제의 모든 나를 버리고
오로지 내일로만 향해 간다는 기차

(……)

이제 내게는 오로지 내일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온 집과 사람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라일락나무 위의 휘파람새
읽다 만 책, 쓰다 만 글들이 가슴속을 아프게 맴돌았다
_「내일로 가는 기차」 부분

끊임없이 내일을 그리는 시인은 그러므로 어제를 등지지 않는다. ‘문학이라는 팔자’를 지닌 한 어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오늘은 여태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시인은 그저 “쓰고 또 쓴다”(「시인 앨범 6」). 남루하고 비정한 현실을 외면하고 내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직시하고 고발하는 시쓰기를 이어나가며 내일로 나아갈 채비를 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장미꽃이 활짝 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밖에는 비가 내리고」)고 말하며.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는 동안 시인은 저 스스로 자연이 되어가고, 그 땅 위로 꽃은 피어날 것이다.

진정한 시인은 이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에 다시 태어나 버섯 향기 물씬 풍기는 비에 젖은 숲에서 달빛을 만들어내는 사람 내일이면 그 달빛에 새로 태어날 시인들의 고백이 시작될 것이다 그 고백에 안장을 얹고 이 슬픈 시대를 가로질러 달려나가자
_「내일의 시인」 부분

시인은 어떠한 존재이고 어떠한 삶을 사는가? 김상미의 시편에는 유독 이러한 질문이 많다. 그는 시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시인됨을 끊임없이 되묻는다. (……)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에 대한 시인의 갈망은 불가능, 한계, 무기력, 허기의 정동에 사로잡히게 한다. 도달할 수 없는 힘으로 인하여 (……) 허무에 이르는 자가당착을 반복한다. 그러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입히고 먹여줄 게 시밖에 없”는 존재의 조건이라면 할 수 없음이 오히려 잠재력이 되어 시작을 추동한다. 시에 들리고 시에 몰입한 시인의 삶은 “돈키호테”처럼 비대한 자아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시의 지평을 염두에 둔다면 시인은 돈키호테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의 고행자에 가깝다. 식어버리거나 타버릴 열정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남을 열망을 지녔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모든 시편은 항상 “허기지고 굶주린 시”에 불과하다.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을 시 속으로” 간단없이 투신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김상미는 시에 생애를 기투하는 시인의 초상을 그려놓고 있다. 이는 단지 그가 경험하는 시인의 얼굴을 말함이 아니며 오히려 자기의 진실한 표정에 가깝다. 그만큼 의도한 “고백”(「내일의 시인」)의 발화 형태이다.
_구모룡,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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