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라지기 직전에 간신히 기록하는 것에 익숙하다. 시간 격차가 큰 회고록들은 지난 세월의 길이 만큼 미화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더 생생한 기록을 위해 당대의 이야기를 당대에 기록해 보면 어떨까?

[DANCE MUSIC ARCHIVE]는 위 질문들에서 시작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2010년대의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관계자 53명을 2019년부터 1년 동안 인터뷰해 한 권으로 모았다. 저자 이대화는 20년 이상 음악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당사자가 당대에 말한 발언들이 자료로서 가장 가치가 높다는 것을 꾸준히 체감했다. 그런 책들이 드물다는 생각에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고 일주일에 한 명씩 만나며 1년을 공들여 이 책을 완성했다. 질문의 성격도 자료집에 어울리게 당사자의 바이오그래피에 집중하고 자료집 성격이 강한 만큼 제목도 댄스 뮤직 ‘아카이브’로 지었다.
2010년대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특별한 시기였다. 200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EDM 인기가 폭발하면서 한국에도일렉트로닉 댄스 바람이 불었다. 음악 페스티벌의 대세가 록에서 EDM으로 바뀌었고, 다방면에서 포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요도에 비해 디제이와 클럽에 대한 관심이 타 장르에 비해 현저히 낮아 자료들의 양이 매우 적다. 댄스 음악 전문 웹진들이 생겨나 분투했지만 없어진 곳도 있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단행본은 전무한 상황이다. 기사 검색만으로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타 장르와는 상황이 다르다. 기록적 가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절실한 상황이다.
저자 이대화는 일렉트로닉 댄스의 역사를 다룬 책 백 투 더 하우스의 저자이자 한국대중음악상 일렉트로닉 분과장을 맡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제이 컬처 전문가다. 그는 DJ Mag의 아시아 판 에디터로 일하거나 직접 디제이로 활동하는 등 2010년대 한국 언더그라운드 댄스 씬에 익숙한 음악 저널리스트다.
그가 현역 디제이들의 의견을 참고해 2010년대 한국 댄스 씬을 대표할 아티스트, 레이블, 파티 등을 선정했으며, 경험과 자문을 바탕으로 중요했던 이벤트나 결정적 기점들을 추려내 질문지를 만들었다. 형식적 답변을 피하기 위해 90% 이상 대면 인터뷰로 진행했으며, 정리 후에도 당사자들에게 재차 사실 확인을 받아 신뢰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