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자아실현을 위한 기본권이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토론이 보장되어야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은 긴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사람이 누리고 있는 기본적 권리가 서로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언론과 인격권에 관한 글을 모아 책을 펴낸 지 10여 년 만에 개정판을 낸다. 공인보도와 인격권(제1장 제4절), 그리고 초상권(제1장 제5절)을 추가하였는데, 언론중재위원회 정기세미나에서 논문 형태로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이다. 언론과 인격권에 관하여 그동안 나온 주요 판례를 후기에서 추가하였으며 표현을 부분적으로 수정하기도 하였다. 분량이 늘어나 책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판형을 키웠다.
저자는 2016년 대법관으로 임명되어 언론에 의한 인격권 침해 문제를 다룬 판결을 몇 차례 선고하였다. 공인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2018.10.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하여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판결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언론법이나 인격권법을 연구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을 판결에 반영하기도 하였다.
이 책의 초판은 영예롭게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책 제4장에 수록되어 있는 ?인격권에 관한 입법제안?은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법무부 민법개정안에 반영되었다. 이 책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조화에 기여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3년 11월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