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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나의 우주)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나의 우주)
저자 : 김준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년 : 2021
정가 : 14800, ISBN : 9788901251134

책소개

“오늘도 쓸모없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현미경 속 생명체에서

인류를 구원할 유용함을 발견해내는 경이로움

물리학이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수학이 세상의 규칙을 증명한다면, 생명과학은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함으로써 인류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학문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름만으로도 생경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서울대 생명과학 박사 김준이 들려주는 ‘생물 덕후’ 과학자들의 24시간 연구실 일상과 생명과학계의 치열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또한 진화, 유전, 질병, 노화 등을 연구하기 위해 현재 생명과학이 어떤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생명과학의 역사부터 최신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는 다채로운 모델 생물들 이야기까지 어려워만 보이는 생명과학의 흥미로운 지식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들도 함께 담았다. 과학 에세이 분야에서 다소 낯선 ‘생명과학’을 주제로 하여, 액체가 부글거리는 실험실이 아닌, 생명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이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시종 유쾌하게 들려준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 / 역자소개

김준 저자 : 김준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이공계에서 취직 안 되기로 유명한 생명과학, 그중에서도 세상 쓸모없다는 선충들의 유전자 진화를 전공했다. 지도교수 운도, 동료 복도 좋았던 덕분에 형편 좋게 박사과정을 마쳤으나, 졸업한 뒤로는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수 없이 연구 노예로 살고 있다. 첫 번째 제1저자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2019년 6월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했다(2020년 2월). 두 번째 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논문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실렸다(2021년 6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새 모델생물 운동」 글을 연재하고 있다. ESC와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과학을 사랑하는 다양한 시민들과 우리나라 야생 선충을 채집해 탐구해보는 시민 과학 운동을 하기도 했다. 채집한 야생 선충들이 새로운 모델생물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지금도 연구실 한편에서 이 선충들을 기르고 있으며, 선충을 넘어 온갖 생물로 애정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정보

프롤로그 | 과학이라는 여행

1이토록 아름다운 쓸모없는 것들
어쩌다 과학자
예쁜꼬마선충은 사랑입니다
쓸모없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장균은 예쁜꼬마선충이 된다
생물이 미생물에 대처하는 자세
재미있는 논문의 기쁨과 슬픔
더 많은 연습문제가 필요한 이유

2과학하는 마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아주 작고 따뜻했던 생쥐에 대하여
언제나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다함께 생물 덕질합시다
작고 투명해서 고마운 친구들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3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돌연변이
온갖 생명의 과학
우리에겐 더 많은 돌연변이가 필요하다
어떤 ‘오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구상에 5해 마리가 살고 있다
망가진 염색체도 노력을 한다
살아 있는 모두는 각자의 전략이 있다

4과학의 기쁨과 슬픔
진화 연구의 끝자락
연구 노동자와 두 노예
과학자는 무엇을 먹고사나
연구실에서는 날마다 무슨 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

에필로그 | 과학자로 살아남기

감사의 말
[예스24 제공]

출판사 서평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를 향하여,
날마다 한 걸음씩 과학하는 마음으로


하루 평균 14시간을 근무하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을 받으며, 심지어 그마저 정규직이 아니어서 늘 미래에 대한 고용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들 중에서 처지가 좋은 경우에는 휴일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주말은커녕 명절 연휴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 남들이 알아주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그딴 걸 해서 뭐 해?” 소리를 듣는 일도 다반사다. 바로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혹은 전생에 큰 잘못을 저질러 이 생에 과학자로 태어나버린 ‘연구 노예’들의 이야기이거나.

이 책의 저자 김준은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으로, 이공계에서 가장 취직 안 되기로 유명하다는 생명과학, 그중에서도 세상 쓸모없다고 천대받는 ‘선충’의 유전자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별수 없는 연구 노예”라고 자조하지만, 사실은 2019년 6월 첫 번째 제1저자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 2020년 2월에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6월에는 두 번째 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논문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연이어 실린 매우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그의 앞길에는 빛나는 꽃길만 펼쳐져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다른 수많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처럼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는 틈틈이 채용 정보 웹사이트를 새로고침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젊은 과학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꿀 ‘안정적인 연구직’은 그에게도 역시 하늘의 별 따기인 까닭이다.

“게임을 하고 있다. (…) 난이도는 또 어찌나 높은지, 악착같이 재료를 모아도 변변찮은 장비 하나 얻어내기 쉽지 않은 괴상한 게임이다. 심지어 그런 와중에 경쟁은 또 매우 치열해서 장비를 어지간히 갖춰서는 승급전에 발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다. 피, 땀, 눈물 흘려가며 간신히 온갖 장비를 다 챙기고 나면, 이제는 ‘연구직 직장 획득’이라는 승급전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까지 무겁게 쌓아올린 장비들을 어깨에 이고,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운이 아주 안 좋으면 이렇게 걷고 또 걷다가 장비는 낡아가고 체력은 모두 소모되어 그대로 게임이 종료되는 수도 있다. 이 게임의 이름은 ‘과학자로 살아남기’. 나는 생명과학 서버에서, 이제 막 대학원생 퀘스트를 끝마치고 박사가 됐다.” / 205~206쪽


하는 짓도, 생김새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예쁜꼬마선충’
이런 게 재미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번 생은 글렀다
연구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어조는 줄곧 밝고 경쾌하다. 비록 밤잠을 설치고 코피를 쏟아가며 실험을 할지언정, 또 같은 꿈을 꾸었던 학부 동기와 선후배들이 현실을 깨닫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떠나갈지언정, 끝내 과학자라는 오랜 꿈을 지키기로 한 저자에게 과학이란 언제까지나 그의 인생의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전생에 잘못을 저질러 결국 과학자라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귀여운 투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책의 페이지마다 온통 과학을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이 책은 과학자의 에세이임에도 온갖 생물들 이야기가 책의 곳곳에 등장하며, 에세이에서 신기한 생물들 이야기로, 다시 쉽게 이해하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장르를 넘나든다. 특히 저자의 주요 연구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딴 거 연구해서 뭐 해? 그럴 돈 있으면 암이나 연구해!”라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바로 그 생물이기에 저자가 예쁜꼬마선충의 설명에 들이는 공은 아주 정성스럽다.

“선충, 귀여운 이눔시키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살고, 종류도 매우 다양한 게 특징이다. 예쁜꼬마선충은 보통 1밀리미터 남짓한 크기이지만, 어떤 선충은 몸 길이가 무려 1미터에 이를 정도로 길쭉해서 돌돌 말면 컵라면처럼 보일 정도다. 머리 쪽엔 눈이나 코는 없고 주둥이만 있는데, 주둥이 모양도 뭉뚝한 녀석부터 국화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난 녀석들까지 아주 다채롭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눈이 없어도 빛을 감지할 수 있고, 코가 없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다. 예쁜꼬마선충은 고작해야 300여 개의 신경세포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신경세포를 최대로 활용해서 빛도 느끼고 냄새도 맡고 천적을 감지해서 도망치는 등 알뜰하게 기능을 나눠 쓴다.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 144~145쪽


일단 시도해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인생도 그렇듯, 과학도 그렇다


예쁜꼬마선충은 실처럼 길쭉하게 생긴 아주 작고 단순한 생물로, 언뜻 생각하면 인간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과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자는 무려 70~80퍼센트가량이 동일해서, 인간을 상대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고마운 대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시드니 브레너와 로버트 호비츠, 존 설스턴은 2002년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연구로 ‘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03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인간 유전체 지도 분석 사업)’ 성공의 밑바탕에도 예쁜꼬마선충 연구가 있었다. 인간 게놈을 밝히기 위한 연습문제로서 예쁜꼬마선충 게놈 지도를 먼저 작성해 성공의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비롯한 ‘쓸모없는 연구’들은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연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연구 지원 체계 아래에서는 경제적, 산업적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의 설 자리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할 기반을 쌓아왔고, 시료를 모으고 연구자를 훈련시키면서 실현 가능한 연구들을 수행해본 경험도 출중하다. 심지어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연구라 해도, 연구비를 투자하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같은 인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아직 해본 적 없는 연구에 대하여 “몇억만 씁시다!” 하고 요청해봐야 “그런 연구를 할 자격이 되시나요?” “그런 연구를 할 능력은 있으신가요?” “그런 연구에 그 큰돈을 써서 뭘 얻을 수 있나요?” 요런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고 돈을 쓸 가치가 있다는 게 납득이 될 텐데, 보통은 그렇지가 않으니 일단 설득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설득하는 데 몇 년을 보내고 나면, 그 사이에 다른 나라에서 먼저 좋은 연구 성과를 내버린다. 그걸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 “이게 되네?” 하고 연구에 투자하려고 할 때쯤이면 그 연구는 이제 가치를 많이 잃어버리게 된다.” / 62~63쪽


“오늘도 쓸모없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현미경 속 생명체에서
인류를 구원할 유용함을 발견해내는 경이로움에 관하여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사랑해 마지 않는 다양한 생물 연구들이 우리 사회의 경제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대받는 상황을 유쾌하게 반박하는 이야기다. 또한 오직 과학이 좋아서 불투명한 미래와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쓸모없는 연구’를 하고 있는 이들, 기초과학에 몸담은 젊은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저자는 연구란 “비록 지금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답을 찾을 수 있게끔” 준비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답을 찾을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라 할지라도 이러한 연구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인류의 지식의 한계를 한 뼘 더 확장할 수 있게 되기를, 또한 그러한 인식과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형성되기를 기원한다.

“인생도 그렇듯 해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 과학 연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 비록 지금은 쓸모없다고 손가락질받는 것들이 어쩌면 지식의 한계를 부술 결정적인 연구가 될 수도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그토록 애타게 찾던 정답은 아마도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113쪽
[예스24 제공]

책속으로

내 전공은 유전학으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선충의 유전자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선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독자라도, 이름에서 어떤 생물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처럼 길쭉하게 생긴 벌레라고 해서 ‘선충’이라고 한다(여기까지 읽고 기생충을 떠올렸다면 비슷하게 맞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충 중에서도 다른 생물의 몸속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녀석들을 기생충이라고 한다). 내가 주로 연구하는 대상은 선충 중에서도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들이다. 몸길이 1밀리미터 정도의 아담한 크기에 반투명한 몸통을 가지고 아주 귀엽고 우아하게 꿈틀거리는 친구들이다. 내가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한다고 하면, 그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열이면 열 정말로 그 벌레가 예쁜지를 궁금해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본 뒤 “으악!” 하고는, 도대체 왜 ‘예쁜 꼬마’라고 부르는지를 궁금해한다.
--- p.25~26, 「예쁜꼬마선충은 사랑입니다」 중에서

게놈(genome)은 우리말로 ‘유전체’라고 부른다. 생물의 몸속에 담긴 온갖 유전자와 그 유전자를 조절하는 정보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길이의 실타래가 담겨 있다. 이 실타래는 ‘DNA’라는 실이 단백질에 돌돌 감겨 있는 형태로, 사람의 경우에는 세포마다 23쌍의 실타래가 들어 있는데, 돌돌 감긴 그 실을 한 줄로 쭉 펴서 잇는다고 치면 길이가 거의 2미터에 이를 정도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세포인 난자도 0.1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데, 그 작은 세포에 2미터나 되는 DNA가 돌돌돌 감겨 있는 것이다. DNA에는 유전자와 유전자를 조절하는 온갖 정보가 담겨 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책이 한글 자모음 24개로 이루어진 것처럼, DNA에 담긴 정보는 A, T, G, C라는 4개의 문자로 적혀 있다. 이 4개의 문자는 나름의 규칙에 따라 배열되어 길고 긴 실타래를 이루는데, 세포 속 23쌍의 실타래에 나뉘어 담긴 이 DNA 정보는 총 30억 개에 달한다. 이 거대한 DNA 정보야말로 우리가 인간의 다양성과 질병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실마리 중 하나다.
--- p.33~34, 「쓸모없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중에서

생물학 연구실은 어떤 생물을 키우느냐에 따라 연구실에서 나는 냄새가 달라진다. 효모를 기르면 묘한 냄새가 나는데, 익숙한 사람에겐 빵 냄새처럼 느껴지지만 익숙하지 않다면 고소함이나 구수함을 넘어서는 구릿한(?) 냄새를 맛볼 수 있다. 초파리는 ‘초’라는 앞글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워낙 시큼한 걸 좋아하는 녀석들이다 보니, 연구실에 들어가면 식초를 쏟은 것 같은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렇듯 생물학 연구실의 냄새는 아주 정직해서 지브라피시(zebrafish) 같은 물고기 연구실에서는 물비린내가 나고, 생쥐 연구실에서는 누린내가 난다. 특히나 생쥐 실험이라도 하는 날에는 연구실 바깥 복도까지 누린내가 퍼져나간다. 가만히 키우기만 해도 연구실에 냄새 분자가 둥둥 떠다니며 코를 폭격하는데, 실험이나 수술을 하느라 가까이 가야 할 때면 정말이지 참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나!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우아한 예쁜꼬마선충은 어떤 상황에서도 ‘구수한’ 냄새밖에 안 난다.
--- p.41~42, 「그렇게 대장균은 예쁜꼬마선충이 된다」 중에서

그때까지 나에게 생쥐란 생물 책 속에 등장하는 글자로만 알고 있던 생물이었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의 생쥐는 움직이는 생명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단어에 불과했달까.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생쥐가 현실로 툭 튀어나온 것이다. 갑자기 등장한 생명체를 보는 것만도 긴장되는데, 주어진 미션은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안락사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실험 대상에게 최대한 고통을 덜 주는 방법으로 희생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실험을 가르쳐주던 대학원생 조교는 생쥐를 죽이는 걸 ‘희생(sacrifice)시킨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를 가득 채워 질식시키는 방법, 주사를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안락사 방법을 설명해주다가 마지막으로 ‘경추탈골법’을 가르쳐주었다. 한 손으로는 쥐의 뒷목을, 다른 손으로는 꼬리를 확실히 붙잡은 상태에서 단번에 꼬리를 잡아당겨 두개골과 경추를 분리시켜 의식을 잃게 하는 방법이다. 다른 장비나 도구를 쓰지 않고 직접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잔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단박에 의식을 잃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 없이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 p.76~77, 「아주 작고 따뜻했던 생쥐에 대하여」 중에서

염색체는 생물의 유전 정보인 DNA가 똘똘 뭉쳐 만들어진 막대 모양의 구조물이다. (…) 염색체의 진화는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는데, 두 염색체가 합쳐져 한 개의 거대한 염색체로 바뀌는 일은 가장 극적인 사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아주 오래전에 염색체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염색체의 진화를 겪었다. 덕분에 사람은 가까운 유인원 친척들보다 염색체 개수가 1쌍이 적다. 이처럼 염색체의 결합이라는 진화 현상은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고작 염색체 하나가 더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조상이 침팬지나 오랑우탄의 조상과 갈라져 인간으로 나아간 중요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생쥐에서는 이렇게 염색체가 합쳐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심지어 같은 동네에 사는 생쥐들 간에도 염색체 개수가 다른 경우가 있다. 태평양에 자리 잡은 작은 화산섬에 사는 생쥐들은 염색체 개수가 11쌍에서 20쌍까지 정말 다양하다. 연구실에서 키우는 생쥐들은 염색체가 모두 20쌍으로 일정한데, 이 화산섬에 사는 생쥐들은 염색체들이 저희들끼리 들러붙고 난리도 아니어서 급기야 11쌍까지 줄어들기도 한 것이다.
--- p.108~109,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중에서

생물학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전체 연구 분야는 (아주아주 조금 과장해서)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발전 중이다. 생물학 역사상 가장 큰 연구 사업이라고 떠들썩했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지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복잡했던 연구도 웬만한 생물학 연구자라면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즉, 20년 전에는 인간 유전체 지도를 만드는 데 무려 13년이라는 시간과 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지만, 이제는 월요일에 실험을 시작해 금요일이면 인간 유전체 지도 초안을 얻을 수 있다. 그것도 박사과정 대학원생 한 명만 있으면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단해졌다. 물론 비용도 수만 배 저렴해져서, 몇천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이 모든 빛나는 성과는 다 20년 동안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어마어마한 연구비와 노동력, 그리고 인생을 갈아 넣은 덕분이다. 아, 기쁜데 슬픈 이 기분은 뭘까.
--- p.116~117, 「온갖 생명의 과학」 중에서

화학에서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를 ‘원자’라고 하듯이, 생물학에서는 생물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를 ‘세포’라고 한다. 생물이 성장하거나 자손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의 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때 세포는 스스로를 반으로 나누어 그 수를 두 배로 늘리는 전략을 택한다. 이를 ‘세포분열’이라고 한다. 각각의 세포 안에는 유전 정보가 담긴 DNA가 있으니, 세포가 둘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DNA도 함께 둘로 늘어나야 한다.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이 과정이 완벽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어서 복제와 분열이 거듭될수록 오류가 쌓인다. DNA는 생물의 유전 정보가 빼곡하게 담긴 책과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똑같이 베껴 써서 복사본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정확하게 베껴 쓴다고 해도 군데군데 문장이나 단어가 빠질 수도 있고 오타가 약간씩 생길 수 있다. DNA도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유전 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부분부분 오타가 생긴다. 이렇게 축적된 오타 중 상당수는 생물이 자라는 데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일부 오타는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쳐 돌연변이 생물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 ‘엇떤 오타는 뜻을 크개 바꾸지 않치만’, 어떤 ‘코타’는 뜻을 아예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p.138~139, 「어떤 ‘오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중에서

최근에 살아 있는 화석을 발견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무려 4만여 년 전에 살았던 선충이 2018년에 오랜 잠에서 깨어나 멀쩡히 살아 움직인 것이다! 극지인 시베리아에는 ‘영구동토(永久凍土)’라고 하는 항상 얼어붙어 있는 땅이 있는데, 러시아의 생물학자들이 이곳의 토양 샘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선충을 발견했다. 물론 선충은 꽁꽁 얼어 있는 상태로, 4만 2천 년 전에 자연 냉동된 것으로 밝혀졌다. 생물학자들은 혹시나 하고 이 선충을 페트리 접시에 올려놓고 따뜻하게 해준 뒤 기다렸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자 놀랍게도 선충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심지어 먹이로 대장균까지 먹을 정도로 살아났다고 한다. 선충은 연구실에서도 냉동 보관했다가 녹여서 쓰는 게 가능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생물이다 보니 결국 이러한 기가 막힌 일화까지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 물론 여기에는 무시무시한 자연의 경고도 포함되어 있다. 4만 년 전의 냉동 선충이 깨어났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오래된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등도 깨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코로나19만으로도 전 세계가 큰 혼란을 겪었는데, 우리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더 많은 바이러스의 등장은 생각만 해도 치명적이다.
--- p.149~150, 「지구상에 5해 마? 
[예스24 제공]